민망한 문구·친일 디자인 패션상품, 멋 모르고 샀다간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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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한 문구·친일 디자인 패션상품, 멋 모르고 샀다간 낭패
  • 취재기자 최은진
  • 승인 2016.08.17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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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동 연상시키는 ‘FBI WARNING’ 모자에 일제 침략상징 '욱일기' 디자인 상품까지 / 최은진 기자

얼마 전, 대학생 방모(21) 씨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방 씨는 빨간 음영 속에 로고처럼 박힌 흰색의 ‘FBI WARNING’이라는 문구가 부착된 모자를 샀다. 친구들에게 자신의 모자 사진을 찍어 보낸 그는 놀림거리가 됐다. 친구에게 이유를 들은 후에야 자신이 산 모자가 야한 동영상, 일명 '야동'이 시작될 때 나오는 경고화면 제목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는 “알고 나니 민망해서 더는 쓰고 다니기 힘들 것 같다”며 “공연히 헛돈 쓴 느낌”이라고 말했다.

 

모자의 문구는 미국연방수사국의 경고문이다. 하지만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이 문구가 야한 동영상을 가리키는 문구로 자리매김했다(사진: 취재기자 최은진).

이 모자의 문구는 미국연방수사국 경고문이다. 대부분의 야동에는 미국연방법전 제17조, 501항~508항에 따라, 저작권 있는 영상을 불법 복제, 유통, 또는 전시할 경우, 가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의 경고문이 뜬다. 뒤에 이어지는 문구는 미국연방법전 제17조, 506항에 따르면 연방 수사국에서 저작권 침해 혐의를 조사할 권리가 있다는 내용.

원래 ‘FBI WARNING’이란 문구는 모든 동영상에서 나타나지만, 국내 일반인들은 이 문구를 야동을 통해 주로 접하게 되면서, 이 문구가 저작권 침해에 대한 일반적인 경고보다는 야한 동영상을 연상시키는 효과를 낳고 있다. 과거에 방송된 KBS의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에서도 남자 친구가 이 문구에 대해서 알고 있으면 그것은 야한 동영상을 보는 것이라고 시청자들에게 소개하기도 했다. 

실제로 인터넷에는 ‘야동 모자’ 또는 'FBI WARNING 모자'라는 이름으로 이 모자를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모자와 더불어 AV 여배우 사진 위에 미국연방수사국의 경고문이 함께 있는 티셔츠도 판매되고 있다.

커뮤니티에서 이 모자의 뜻을 잘 알고 있는 네티즌들은 FBI WARNING이라는 문구의 모자를 쓰고 다니면 민망할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모자를 구입했지만, 문구의 뜻을 얼마 전에 알게 된 임모(24) 씨 역시 더는 모자를 쓰고 다니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임 씨는 처음에는 이 문구를 야한 동영상과 전혀 연관 짓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르는 사람들은 이 모자를 쓰고 다닐 수도 있을 것 같다"며 "그 사람들도 알고 나면 민망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2차대전 당시 군국주의 일본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이용한 도안이 각종 패션상품에 쓰여 물의를 빚고 있다. 

소녀시대의 멤버 티파니는 광복절인 15일 스냅챗에 자신의 가방을 자랑하며 욱일승천기 문양을 응용한 'TOKYO JAPAN'이란 글귀를 올려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았다. 티파니는 사과문을 게시했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무개념 아이돌은 한국을 떠나라," "욱일승천기를 사용하다니 제 정신이냐," "소속사는 아이돌에게 역사교육부터 시켜라"는 등의 댓글을 올리는 등 비난을 늦추지 않고 있다. 

올초에는 나이키의 마이클 조던 농구화 시리즈인 '에어 조던 12 레트로 더 마스터'도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활용돼 논란을 빚었다. 이를 놓고 일본 전범기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일자, 나이키 코리아 측은 3월 중순 '에어 조던 12' 다른 버전들의 한국 출시를 모두 취소하기도 했다. 또 지난 4월에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진 롯데껌 자일리톨의 태국 광고 시안이 퍼지면서 국내 네티즌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청소년들은 욱일기의 문양이 일본 군국주의 침략의 상징인 줄 모르고 단순히 이미지가 강렬하고 눈에 띈다는 이유 만으로 이같은 문양이 들어간 일제 패션상품을 구입하고 있어 이에 대한 계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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