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물 필터 바꿔준다지만, "오래 썼는데 탈 없을까" 전전긍긍
상태바
유독물 필터 바꿔준다지만, "오래 썼는데 탈 없을까" 전전긍긍
  • 취재기자 손광익
  • 승인 2016.08.08 14: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내 대기업 제조 에어컨 등 OIT 함유...가습기 살균제 사태 겹쳐 불안감 확산 / 손광익 기자

무더위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가정, 직장, 자동차의 필수품이 된 에어컨과 공기청정기에 장착된 일부 향균 필터에 OIT(옥틸이소티아졸론)가 함유돼 위해성이 있다는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해당 가전사들은 필터를 교체해 주고 있지만, 이미 이 제품을 오래 써 온 소비자들은 후유증이 없을지 불안해 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지켜본 소비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 

OIT(2-Mthyl-3(2H)-isothiazolone)는 주로 곰팡이나 세균을 죽이는 데 사용된다. OIT는 2014년 환경부가 유독물질로 분류했으며, 가습기 살균제로 논란을 일으킨 물질 CMIT(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와 유사한 계열의 화학물질이다. 이 OIT를 함유한 향균필터는 대부분 3M가 제조, 판매해 현재 여러 제품에서 사용 중이다.

OIT 향균필터는 지난 6월 한 언론의 보도에 의해 처음 논란이 제기됐다. 이에 환경부는 OIT 향균필터에 관한 유해성 조사를 실시했고, 지난 달 20일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환경부가 발표한 OIT 함유 제품모델을 살펴보면, 가정용 에어컨은 LG전자 25개, 삼성전자 8개로 나타났고, 공기청정기는 쿠쿠 21개, LG전자 15개, 삼성전자 8개, 위니아 4개 등으로 밝혀졌다. 

차량용 에어컨은 카니발, 산타페, 제네시스 등 61개 제품모델에서 OIT 향균필터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OIT 향균필터를 사용한 제품 모델에 한해서 관련 회사들이 해당 제품을 무상으로 교체해주고 있다. 해당 OIT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해당 자동차나 에어콘 생산 회사의 서비스센터나 인터넷으로 신청해 새로운 필터로 교체받을 수 있다. 해당 필터를 사용한 제품 모델은 환경부 홈페이지 E-환경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제품을 오랜 기간 이미 사용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커져가고 있다. 직장인 박경희(53, 부산 사하구) 씨는 지난 2014년 LG전자에서 에어컨을 구매했다. 박 씨는 OIT 향균 필터에 관한 뉴스를 듣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제품을 조회했다. 그 결과 사용 중인 모델이 OIT 향균 필터를 사용하는 모델 중 하나로 확인되어 큰 충격을 받았다. 박 씨는 “LG에서는 무상으로 필터를 교체해준다고 했지만, 이미 2년 넘게 에어컨을 사용해왔다”며 “집에 연세가 높으신 어머니가 있어서 혹시나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박정기(48, 경기도 수원) 씨도 마찬가지다. 보유한 에어컨과 공기청정기 모델이 전부 OIT가 함유된 향균필터를 사용 중이었다. 특히 에어컨은 2009년에 삼성전자에서 구매한 모델로 지금까지 오랫동안 꾸준히 사용해 온 것. 박 씨는 현재 공기청정기와 에어컨 사용을 중지하고 필터 교체를 신청했다. 박 씨는 “놀라서 급하게 필터교체를 신청했지만, 이미 오랜 기간 에어컨을 사용해 왔다”며 “지금은 가족들 몸에 아무런 위해가 없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라고 근심을 토로했다.

실제 LG 휘센 에어컨에 사용 중인 3M에서 제조한 OIT가 함유된 향균필터, 왼쪽 사진을 자세히 보면 필터에 3M이라고 적혀있다(사진: 취재기자 손광익).

이렇게 OIT가 함유된 향균필터가 들어간 모델을 사용 중이던 고객들은 해당 업체 서비스센터를 통해 무상으로 필터를 교체 받고 있지만, 장기 사용에 따른 피해 가능성에 관한 발표와 대처 방침이 명확하게 지시돼지 않아 불안이 커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해당 모델을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잠재적인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주부 임미애(42, 부산 사하구) 씨는 제품조회 결과 사용하고 있는 모델이 해당이 없음을 확인했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가전제품 사용이 꺼려졌다. 임 씨는 “생활에 편리함을 주는 가전제품에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혹시 집에 있는 가전제품 중에서도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유해물질이 함유돼 있을까봐 사용하기가 무섭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대학 화학과 교수는 어떤 물질에 대한 독성과 유해성을 평가하는 것은 철저히 데이터에 의해서 판별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현재 지금까지 (시중에서 거론되는) 자료를 바탕으로 해선 OIT 향균필터로 인한 유해성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환기를 자주해서 노출되는 위험성을 최대한 낮추는 것이 좋겠다”고 당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