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생의 고충 ‘식비 부담’... 식재료 아예 많이 사거나 아주 적게 사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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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생의 고충 ‘식비 부담’... 식재료 아예 많이 사거나 아주 적게 사거나
  • 취재기자 윤유정
  • 승인 2023.05.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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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비 부담 최소화하기 위해 ‘식사 횟수’도 줄여
우유, 치즈 등 값싸고 양 많은 ‘대용량 식품’ 선호
간단한 한 끼 해결할 수 있는 ‘소용량 식품’ 주목
양가은 씨는 평소 햇반, 참치, 김으로 식사를 해결한다(사진: 양가은 씨 제공).
양가은 씨는 평소 햇반, 참치, 김으로 식사를 해결한다(사진: 양가은 씨 제공).

대학생인 양가은(22, 경남 거제시) 씨는 1년하고도 반년쯤 자취생활을 하면서 식비가 너무 부담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평소 그녀는 학교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은 집에서 햇반과 참치, 김으로 간단하게 식사를 해결한다.

그녀는 한 달 용돈의 40% 비중을 식비에 사용한다. 특히 반찬 가게에서 반찬을 구매할 때 2만 원 정도를 소모하는 데, 그마저도 양이 충족되지 않아 일주일에서 많게는 이주일 정도 거쳐서 먹는다. 반찬에만 한 달 기준 6만 원 정도를 소모하는 셈이다.

김유진 씨는 지난 3월 식비에 가장 많은 지출이 들었다(사진: 김유진 씨 제공).
김유진 씨가 지난 3월 소비한 식비(사진: 김유진 씨 제공).

자취 3년 차 대학생 김유진(24, 울산시 남구) 씨는 한 달에 약 40만 원 정도 식비가 소요된다. 이는 그녀의 한 달 총 지출 내역에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김유진 씨는 밖에서 식사하고 집에 들어오거나 그럴 여건이 안 될 땐 집에서 혼자 간단하게 밥을 차려 먹는다. 그녀는 “자취하게 되면 식비 말고도 돈이 나갈 곳이 많다”며 “그중에서도 식비가 가장 많이 들어 매번 걱정”이라고 말했다.

양가은 씨는 식비 부담을 덜어내기 위한 해결 방안으로 식사 횟수를 줄이고 있다. 그녀는 “학교생활이 바쁜 것도 있지만, 식비가 감당이 안 될 때는 하루 두 끼에서 한 끼 정도 점점 밥을 먹는 횟수를 줄이고 있다”며 “이는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이라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김유진 씨도 아르바이트하는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거나 집 근처 마트를 자주 둘러보면서 할인 상품이 있는 날 장을 보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는 최근 1~2개월 기준 식품 소비(구매)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2023 대용량 vs 소용량 식품 소비 관련 인식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물가 시대에 식비 부담도가 높아지면서 양이 많고 가격이 저렴한 ‘대용량 식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9명(93.3%)이 평소 물건을 구매할 때 ‘가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가은 씨는 “마트에서 식품을 구매할 때 제일 싼 것을 고른다”며 “같은 제품이라도 더 저렴한 상품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식품 가격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자 자취생들은 자연스레 비용이 저렴하면서 양이 많은 ‘대용량 식품’에 관심을 가진다. 특히 설문 조사 응답자(76.0%)들은 대용량 식품 중 유제품(우유, 요거트, 치즈 등)을 가장 많이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가은 씨는 “대용량이나 묶음 제품을 구매할 때는 기간을 길게 두고 먹을 수 있는 만큼 한 번에 많이 사두는 편”이며 “소용량 식품을 구매할 때는 하루 한 끼 안에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1~2개만 사는 등 적게 사는 편”이라고 말했다.

부산 남구에 있는 한 마트에서 시민과 마트 직원이 채소 코너를 보고 있다(사진: 윤유정 취재기자).
부산 남구에 있는 한 마트에서 시민과 마트 직원이 채소 코너를 둘러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윤유정).

한편 대용량 식품 인기와 함께 ‘소용량 식품’을 찾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의 경우 상대적으로 양이 적으면서 가격이 저렴한 ‘소포장(소용량) 식품’을 선호하는 편이었다(1인 가구 28.8%, 2-3인 가구 22.6%, 4인 이상 15.1%), 소용량 구매의 필요성을 느끼는 식품 종류는 채소(36.7%, 중복응답)나 과일류(29.6%), 수산 식품류(23.2%), 축산 식품류(21.9%) 등이 있다.

양가은 씨는 “예전에 샐러드를 먹겠다고 대용량으로 채소 팩을 여러 개 사놓은 적이 있는데 다 먹지 못한 채 채소가 상해 냉장고에 악취가 퍼져 고생한 경험이 있다”며 “채소류는 관리도 어려울뿐더러 이른 시일 내에 먹어야 하는 재료이기에 간단하게 한 끼 정도를 해결할 수 있는 소용량 제품으로 나온 것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자취생들은 식비 부담이 있지만 자연스럽게 수긍하는 모습을 보인다. 양가은 씨는 “자취하면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다 보니 씁쓸함도 있지만, 이제는 그냥 ‘당연하다’라고 생각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씨 역시 “자취생들에게는 삼시세끼 모두 돈이 나가는 일이다 보니 아무리 저렴하게 먹는다 해도 돈이 든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큰 부담이 된다”며 “어쩔 수 없지만 이제는 아르바이트를 학교생활과 같이하는 것이 익숙해져 식비에 대한 소비를 줄이고 수익을 높이는 등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가은 씨와 김유진 씨는 마지막으로 바라는 점을 이야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양가은 씨는 “아침 한 끼를 천 원에 제공한다는 학교 내 이벤트가 최근에 열린 적이 있다”며 “저렴한 가격으로 한 끼만 해결할 수 있어도 식비에 대한 부담이 어느 정도 해결되므로 이러한 학교 측의 이벤트가 자주 진행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유진 씨 역시 “대학가 근처에 자취생들이 이용할 만한 저렴한 식당이나 마트의 할인 행사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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