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감독 교체 후 팬들 분노 극에 달해... 2년 만에 트럭 시위 다시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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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글스, 감독 교체 후 팬들 분노 극에 달해... 2년 만에 트럭 시위 다시 등장
  • 취재기자 황지환
  • 승인 2023.05.1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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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까지 대전, 서울 한화 빌딩, 압구정동 등지에서 프런트 규탄 시위 진행
2군 최원호 감독, 작년 2군 감독 3년 계약 이어 1군 감독 3년 계약 성사
한화팬들 "팀 부진, 수베로 전 감독 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몇이나 될까"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지난주 시즌 도중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을 경질한 후 팬들의 비난에 휩싸이고 있다. 16일 서울 잠교동 한화 빌딩 인근에는 한화 이글스 일부 팬들이 프런트 규탄 문구가 적힌 전광판 트럭이 등장했다. 이번 트럭 시위는 한화 팬들의 자발적 모금을 통해 마련돼 18일까지 이어진다. 시위는 한화 이글스 홈구장인 한화 이글스 파크와 서울 상암동, 압구정동 갤러리아 백화점 등지에서 실시한다.

시위 트럭 전광판에는 ‘한 경기만에 집에 간 용병’, ‘2군에서조차 부진한 용병’, ‘실험 야구는 누가 하고 있는가’, ‘연승 당일 감독경질, 안하무인 프런트’ 등 문구를 띄우고 프런트의 조치에 강력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11일 올해로 3년째 한화를 이끌던 수베로 감독이 돌연 경질되고 최원호 한화 퓨쳐스리그(2군) 감독이 선임됐다. 한화는 김성근, 한용덕 감독 이후 세번째로 시즌 중 사령탑을 교체했다. 시즌 도중 사령탑 교체는 여러모로 위험 요소가 크다. 또 감독 경질 발표 당일은 한화 이글스가 삼성라이온즈를 상대로 위닝시리즈를 달성하며 한화 팬들의 분위기가 고조된 날이었다. 이에 팬들은 구단의 일방적 감독 경질 조치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화이글스 선수들 모습이다(사진: 한화이글스 페이스북 공식폼페이지 캡처).
한화이글스 선수들 모습이다(사진: 한화이글스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 캡처).

한화의 최원호 퓨처스(2군) 감독 1군 계약을 놓고도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최감독의 계약 조건은 3년으로 총액 14억 원(계약금 2억·연봉 3억·옵션 3억 원)이다. 하지만 지난해 2군 감독으로는 이례적으로 3년 계약을 한 데 이어 연이은 1군 감독 선임이 결정되는 매우 이례적인 사건이 됐다. 이에 한화 팬들사이에서는 손혁 단장과 최원호 감독이 동서지간인 것이 분명 계약에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한화의 올 시즌 가장 큰 걸림돌은 용병이다. 한화는 올 시즌 개막 후 외국인 용병 계약 상한선인 100만 달러에 용병 투수 버치 스미스를 영입했다. 하지만 스미스는 선발 한 경기를 치른 후 어깨 부상으로 방출됐다. 또 다른 용병 투수 페냐는 투구 컨디션 편차가 커 마운드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용병 타자 브라이언 오그레디는 부상과 1할대 타율을 기록하며 곧 방출 예정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한화는 또 수베로 감독에게 경질 통보를 하지 않은 채 수락 여부가 불분명한 최원호 2군 감독을 선임 당일 불러 계약서를 작성한 사실이 뒤늦게 팬들에게 전해지며 팬들의 분노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리빌딩'을 이유로 베테랑도 다 내보내고 FA 영입도 없이 2년을 버텨준 게 수베로 감독이다. 구단과 단장 몫인 외국인 선수 농사가 완전히 실패한 상황에 지금까지 방패막이 역할도 해왔는데 감독과 교감 없이 경질 사실을 일방 통보한 구단 행태에 분노한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또 구단을 향해 “성적이 중요했으면 연속 꼴찌를 이유로 시즌 전 경질하든가”, “그게 아니면 주말 경기를 지켜보고 다시 부진했을 때 경질했어야 하는 것 아니었냐”는 의견도 커뮤니티 내에서 잇따라 나오는 의견이다.

한화이글스 공식홈페이 내 '팬 타임즈'에 올라온 팬들의 비난 글이다(사진: 한화이글스 공식 홈페이지 팬 타임즈 캡처).
한화이글스 공식홈페이지 내 '팬 타임즈'에 올라온 팬들의 비난 글이다(사진: 한화이글스 공식 홈페이지 팬 타임즈 캡처).

구단 측은 “수베로 감독 경질은 구단 승률이 2할대로 떨어진 4월 말부터 경질 논의가 있었다”며 “그룹 재가가 늦어져 경질 타이밍이 아쉽게 됐다”는 입장이다.

대학생 하모(23, 대전시 대덕구) 씨는 “구단은 수베로 감독 경질 이유로 팀 성적이 원인이라 하지만 한화 역사상 가장 성적이 좋지 않았을 때는 김응룡(2013~14년 시즌) 감독 때”라고 했다. 하 씨는 “그 때 한화 상황은 지금보다 훨씬 좋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당시 구단은 레전드 예우 등을 거론하며 2년 임기를 채우게는 해줬다”고 했다. 하 씨는 이어 “감독 경질은 일찍 예견된 사태였다”며 “손혁 단장과 수베로 감독 간 불펜 운용과 시프트 작전을 놓고 갈등이 깊어진 것은 팬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한화의 골수팬이라고 밝힌 최모(32, 대전시 서구) 씨는 “구단의 일방적 감독 경질 조치는 팬들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수베로 감독 경질 시점도 이해가 안간다”며 “4월 26일~ 5월 2일 경기에서 한화는 6연패 이후 5승 1패를 기록하고 있어 충분히 올 시즌도 열심히 하면 상위권으로 진출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품고 있던 중 구단이 재를 뿌린 격이다”고 말했다. 최 씨는 이어 “한화 팬들이 보살이라고 알려져 구단의 이러한 만행에도 가만히 있을 줄 아는가 보다”라며 “과거 김성근 감독님을 사령탑으로 모셔 올 때 팬들이 보여준 단결력을 이번에도 구단에 꼭 보여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LG 트윈스 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예모(28, 서울시 종로구) 씨는 “한화의 일방적 조치는 KBO 내에서도 이례적이다”고 했다. 예 씨는 “보통 포스트 시즌 전· 후로 사령탑 교체를 하는데 시즌 도중 사령탑 교체는 팬들에게 비난받을 여지가 충분히 있는 행위”라고 했다. 예 씨는 이어"작년 한강에서 열린 멍때리기 대회 우승자가 한 말이 생각났다”며 “10년 한화 팬으로 살아서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이 말은 비단 구단의 경기력만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 않겠나”하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한화가 현재 9위에 머무르며 성적이 부진한 것은 맞지만 세 번 연속 사령탑이 시즌 도중 경질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화는 전날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서 3대 1로 패했다. 한화는 17~18일 롯데와의 홈경기를 치른 후 잠실에서 LG트윈스와의 주말 3연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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