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 난이도 낮고 귀여운 크레스티드 게코 선호... 일각에선 혐오 시선도
코로나19는 우리 주변의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많은 이들이 오프라인 활동보다 온라인 활동 비중을 늘렸다. 자연스럽게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며 실내 취미생활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오늘 만난 사람은 코로나 시기에 새롭게 접한 취미로 자신의 삶이 바뀌었다고 한다.
김중규(35, 부산시 사상구) 씨는 코로나 팬데믹 시작과 함께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김 씨는 어수선한 마음을 달래려 아침마다 집 앞 공터를 산책했다. 김 씨는 어느 날 산책 중 우연히 야생 도마뱀 한 마리를 발견했다. 김 씨는 두 손을 살포시 쥐어 도마뱀을 집에 데려와 지극 정성으로 보살폈다. 어떻게 하면 도마뱀에 더 잘해줄 수 있을까? 포털사이트에서 사육 방법에 관해 검색하던 중 우연히 외국 도마뱀 사진을 접하게 됐다. 야생 도마뱀과 전혀 다른 외모 때문이었을까? 김 씨는 외국 도마뱀에 깊이 빠져들게 됐다. 김 씨의 마음을 뒤흔든 도마뱀의 정체는 국내 애완용 도마뱀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크레스티드 게코(속눈썹 도마뱀)다.
크레스티드 게코 사진을 처음 본 후 약 3년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 그의 아지트엔 수백 마리의 크레스티드 게코가 살고 있다. 설상가상 지금은 처음 수집한 개체들이 번식해 벌써 3대가 함께 지내고 있다. 김 씨는 “잘만 기르면 크레스티드 게코 사육 난이도가 낮아 번식하기도 쉬워 지금은 이전 직장의 연봉 이상은 쉽게 벌어들인다”고 했다. 자신이 하고 싶어 시작한 일에 수익까지 내고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일도 없을 것 같다.

김 씨의 시작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결혼 전에는 방 하나를 가득 채웠던 도마뱀 사육 통 때문에 거실에서 취침했다. 얼마 전 김 씨는 결혼하며 취미생활과 생활공간을 분리해야 한다는 아내의 간곡한 요청을 외면할 수 없어 아끼는 도마뱀을 모두 챙겨 집을 나왔다. 집 근처에 마땅한 공간을 수소문하던 중 현재 그의 아지트 ‘JJang G’가 탄생했다. 처음엔 아지트 겸, 사랑방 겸 파충류 마니아들의 소통 창구로만 이용하려 했던 JJang G는 월세와 관리비 감당이 어려워 직접 번식한 크레스티드 게코 분양과 각종 파충류 및 이와 관련한 용품까지 취급하게 됐다. 파충류 전문점으로 전환 후 김 씨는“처음엔 아내가 도마뱀 마리 수가 계속 늘어나는 걸 못마땅해 했지만 요즘엔 수입이 늘어 그런지 아주 좋아한다”고 했다.
부산 감전동에 위치한 JJang G는 파충류 전문점이다. 이곳은 파충류 중에서도 요즘 가장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크레스티드 게코’를 직접 번식, 축양한다. 매장 안에 들어서자 동물 전문점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플라스틱 케이지 안에 들어있는 정체불명의 생명체들은 하나 같이 애니메이션 캐릭터같이 비현실적인 생김새를 갖고 있다. 김 씨는 케이지 속 도마뱀을 하나하나 꺼내 소개하며 마치 자식 자랑하는 아버지처럼 뿌듯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김 씨는 “최근 마니아들 사이에 인기 있는 모프(같은 종 안의 패턴, 발색, 유전 등이 고정되어 나오는 형태)는 아잔틱 계열”이라고 했다. 새끼 한 마리가 얼마 전 3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금액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서로 분양받으려는 사람으로 넘친다고 했다.
대중에 가장 큰 인기를 얻었던 모프는 릴리화이트다. 순백색부터 약간 노란 빛이 들어간 크림색까지 만화영화 속 주인공을 연상시키는 모프다. 꼬리부터 등까지 색이 끊어지지 않는데, 성별 등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 김 씨는 “요즘 가격이 내려서 10만 원부터 300만 원까지 거래된다고 한다. 한창 때는 수천만 원을 호가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 씨는 “개나 고양이가 인간과 교감이 가능해 긴 시간 반려 동물로 인기가 많았다”면서, “파충류를 혐오하는 분들도 많은 걸로 알지만, 전혀 교감할 수 없는 자연미를 갖춘 것 가장 원초적인 감성을 가진 생물이 파충류이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 씨는 “파충류 중에서도 비교적 관리가 쉽고 초기 사육 비용이 적은 크레스티드게코는 도마뱀 주식인 곤충을 먹이지 않아도 사육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고 했다. 김 씨는 “크레스티드 게코는 가루형 사료(슈퍼푸드)가 시중에 많은 종류로 시판되고 있다”며 “물에 개어 주사기로 이유식 떠먹이듯 사육하면 되기 때문에 여성 고객이나 어린이 등도 손쉽게 기를 수 있는 생물이라 반려동물로 그만”이라고 덧붙였다.
또 김 씨는 "파충류 대부분이 변온동물인 특성상 온열 기구를 사용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에서 사육하기 어렵다. 하지만 크레스티드 게코는 가정집 실내에서도 무리 없이 키울 수 있어 이 또한 반려 생물로써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했다.
주말 나들이 장소로 JJang G에 가보는 건 어떨까. 간다 해도 꼭 도마뱀을 분양받지 않아도 된다. 구경은 공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