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 편하게 밥 먹으며 이웃간 정도 다지는 '해맞이마을 밥상'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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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 편하게 밥 먹으며 이웃간 정도 다지는 '해맞이마을 밥상'으로 오세요
  • 취재기자 박인영
  • 승인 2023.04.22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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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동 소재... 마을 주민이 매뉴 준비하는 공동체 식당
한끼에 5,500원... 좋은 식재료 쓰고 요일별 메뉴도 눈길
장만들기, 목공 등 다양한 주민 체험 프로그램도 준비

‘해가 뜨는 것 혹은 한 해를 맞이하는 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해맞이는 부산 연제구 거제동을 대표하는 단어 중 하나이다. 이름부터 따뜻한 느낌을 주는 이곳에는 해맞이 이름을 따서 만든 ‘해맞이마을 밥상’이 있다. 동해선 거제해맞이역에 내려 오르막길을 걷다보면 비탈길 속 조그맣게 자리 잡고 있는 해맞이마을 밥상이 나온다.

연제구 거제동 비탈길에 자리 잡고 있는 해맞이마을 밥상의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박인영).
연제구 거제동 비탈길에 자리 잡고 있는 해맞이마을 밥상의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박인영).

거제4동 지역은 마을사람들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식당이 많지 않으며, 당연히 편히 앉아서 담소를 나눌 찻집도 부족하다. 해맞이마을 마을관리 사회적협동조합(이하 해맞이마을 마사협)이 지난 22년 6월 설립인가를 받고 처음 계획했던 사업이 해맞이마을 밥상이 된 이유다.

해맞이마을 밥상은 누구나 저렴한 가격에 따뜻한 밥 한 끼를 든든히 먹을 수 있는 공간이자 오가는 길에 들러 반가운 얼굴들과 차 한 잔을 하며 수다를 떨 수 있는 마을사랑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담긴 곳이다.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오르막길을 올라 도착한 해맞이마을 밥상. 멀리서도 삼삼오오 모여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은 채 식사를 하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덩달아 함께 지어지는 미소를 뒤로 한 채 가게 안으로 들어가니 마을 주민들이 한껏 반겨주었다. 익숙해진 혼밥(이하 혼자 밥을 먹는 것) 문화 속에서 오래간만에 따뜻함을 느꼈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인영).
마을 주민들이 모여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박인영).

해맞이마을 밥상에서 눈에 띄는 것은 메뉴판이었다. 이곳에는 특별히 요일별 메뉴가 있는데 월요일은 불고기덮밥, 화요일은 버섯덮밥, 수요일은 카레와 짜장 덮밥, 목요일은 마파두부덮밥, 금요일은 비빔밥으로 요일마다 판매하는 메뉴가 다르다.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처음 해맞이밥상을 열었을 때 넉넉지 않은 예산이라 해맞이마을 마사협 조합원들이 하루씩 주방을 담당하는 셰프가 되었다. 이들은 각자 자신 있는 요리로 밥상을 채웠고 매일 셰프가 다르다 보니 요일마다 메뉴가 다르게 된 것이다.

해맞이마을 밥상의 특색인 요일별 메뉴판의 모습이다(사진: 취재기자 박인영).
해맞이마을 밥상의 특색인 요일별 메뉴판(사진: 취재기자 박인영).

방문 요일이 금요일이었기에 비빔밥을 주문하였다. 오픈형 주방에서 요리하는 마을 주민들의 모습을 구경하다보니 음식이 완성되었다. 그릇에 듬뿍 담긴 싱싱한 채소들이 반겼다. 여기에 밑반찬과 국까지 해서 단돈 5,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웬만한 밥값이 만 원 안팎인 고물가시대에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도 파격적인 일이지만, 무엇보다 재료를 아끼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양이 부족하면 더 먹을 수 있다. 호박, 당근, 버섯, 콩나물 등 각종 채소를 비벼 한 입 먹었다. 한 입으로도 느껴지는 건강한 맛에 식재료는 어떻게 준비하는지 궁금해졌다. 이들은 마을텃밭, 양념자립과 텃밭마을밥상과 연계하여 마을 사람들의 건강하고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한다는 마음으로 최대한 국산 재료를 마련하고자 주 단위로 식재료를 구입한다고 한다. 이처럼 해맞이마을밥상은 건강하면서도 맛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믿고 먹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요리업계에 종사한 전문가가 아닌 경험 없는 일반인이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해맞이마을 마사협 이사장 박기애(65, 부산시 연제구) 씨는 "초기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음식이 부족하게 나가 손님들의 불평을 들을 때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는다. 주민들의 작은 말과 행동들이 다시 일어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박 이사장은 "마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방문하면서 이런 공간이 생겨서 좋다는 얘기를 들을 때 뿌듯하다. 그리고 일할 때마다 발 벗고 나서는 조합원들 덕분에 힘이 난다"고 전했다.

한편 해맞이마을 마사협은 해맞이마을 밥상을 시작으로 장만들기 체험, 목공체험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그 외에도 해맞이마을에 꼭 필요한 사업들을 발굴할 예정이다. 현재 해맞이마을 밥상은 평일 오전 11시부터 2시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이곳은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으로 대관도 가능하다.

거제4동에 거주한 지 햇수로 11년째이지만, 마을 주민은커녕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의 얼굴도 잘 모른다. 바쁜 현대 사회 속 개인주의가 당연해진 시대에서 도란도란 얘기하며 함께 정을 나누는 모습에 반가움을 느꼈다. 혼자 밥을 먹는 것이 외로울 때, 혹은 누군가 나의 말동무가 되었으면 할 때, 함께 나누는 한국인의 정 문화를 다시 느끼고 싶을 때 해맞이마을밥상으로 발걸음을 옮기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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