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 경보, "한증막 더위 너무 힘들다" 아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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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 경보, "한증막 더위 너무 힘들다" 아우성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6.08.0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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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 어르신 건강 보호에 보건당국 비상, 실내 피서 새 풍속도도 등장 / 정혜리 기자
불볕 더위에 도심 속 물놀이 공원을 찾은 시민들(사진: 부산 동래구청 제공).

전국적으로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일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7월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5.5일로 평년 3.9일보다 훨씬 자주 발생해 8월 전국 평균 평년 5.3일 수준의 폭염이 발생했다. 올해 7월 전국 평균 열대야 일수도 4.0일로 평년 2.3일보다 1.7일 많았고, 이 중 대부분이 북태평양고기압의 확장으로 무더웠던 후반(19~31일, 3.8일)에 집중 발생했다.

특히 지난주에는 울산, 대구 등 경남 일부 지역에는 폭염 주의보가, 부산, 제주도에는 폭염 경보가 발효됐다. 폭염주의보는 일 최고 기온이 33도를 넘는 상태가, 폭염경보는 일 최고 기온이 35도를 넘는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때 발효된다. 어제 역시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낮 최고 기온은 서울 33도, 인천 30도, 대전 34도, 광주 35도, 부산 32도, 제주 32도 등으로 모두 30도가 넘는 ‘불지옥’이라 불릴 정도의 날씨였다.

폭염이 이처럼 계속되면서 갖가지 사망사고가 잇따르고, 주민의 일상 생활에도 큰 불편이 생기고 있다. 특히 더위에 취약한 저소득 독거 노인이 주로 거주하는 이른바 '쪽방촌'은 한증막을 방불케 해 여름철 노인 건강에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부산시는 홀몸 어르신이나 장애인, 저소득 주민 등이 한낮 폭염을 피할 수 있도록 경로당, 주민센터, 복지관 등 냉방시설을 갖춘 803곳을 '무더위 쉼터'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지만 갑작스런 폭염에 대처하기엔 역부족이어서 고심하고 있다. 부산시는 이와 함께 각 지역 통장, 자율방재단, 노인돌보미, 사회복지사, 건강·보건 전문인력 등으로 구성된 '재난도우미' 7,300여 명을 운영하고 있다. 

이같은 조치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레 몰아친 폭염에 쪽방촌 주민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부산 대연동 쪽방촌에 사는 김모 할머니는 "장마철엔 온 방안에 곰팡이가 슬어 힘들었는데, 지금은 무더위 때문에 방 안에 있으면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라고 말했다.

폭염에 시민들의 일상 생활도 쉽지 않다. 임보라(21,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요즘 날씨가 더워 집 안에서만 지낸다. 임 씨는 “밤에 자다가 아침에 해가 뜨면 더워서 저절로 깰 정도”라며 “더우니까 밥때가 돼도 먹고 싶은 것도 없고 좀비처럼 선풍기 틀고 잠만 자게 된다”고 말했다.

고향이 밀양인 강상호(31,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시골 부모님 걱정이 크다. 강 씨는 “부산도 덥지만 분지 지형인 고향은 더 더울 것 같다”며 “부모님이 폭염에 밭에 나가 일하다 쓰러지실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부 서현미(33, 부산시 동래구) 씨는 “여름 들어 아이가 더워해서 에어컨을 틀곤 하는데, 요즘은 밤에도 더워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 씨는 “에어컨을 끄면 아이도 어른도 쪄 죽겠고, 계속 켜고 있으면 냉방병에 걸린 것인지 몸이 으슬으슬하고 기관지도 좋지 않은 기분”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기상청은 오늘도 최고기온 31도, 모레 최고기온 32도 등 당분간 일 최고기온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올해 5월부터 7월까지 두 달간 총 500여 명의 온열질환자 신고가 있었고 그 중 5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작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 2배의 수치이고, 사망자 5명 중 3명은 80세 이상 고령자로 논밭 일을 하다가 사망했다.

이 같은 한여름 무더위는 시민들의 피서 패턴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너무 더워서 야외로 피서가기보다는 오히려 실내에 머무르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 

직장인 고해진(28, 부산시 연제구) 씨는 이번 여름 가족 휴가를 도심에서 보냈다. 고 씨는 “아버지가 캠핑을 좋아하셔서 원래 산, 계곡으로 놀러 가는데, 올해는 날씨가 너무 더워 시내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스파 마사지도 받는 ‘힐링 휴가’를 보냈다”며 “처음에는 내키지 않아 하시던  부모님께서도 굉장히 만족하셨다”며 즐거워했다.

시원한 곳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영화관에도 사람이 넘치고 있다. 영화관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박아름(22, 부산시 북구) 씨는 “여름에는 오픈, 마감 시간을 한 시간 씩 당기고 미룰 정도로 영화관 초성수기”라며 “평일 저녁 시간에도 매진된 상영관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기상청은 올해는 오호츠크 해 고기압이 동해 쪽에 버티고 있어 공기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며 무더위는 9월까지 계속되며 지역에 따라 9월 말까지 선선한 기온을 느끼지 못하는 곳이 있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고윤화 기상청장은 “기후 변화로 매년 폭염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앞으로 관계부처와 지역사회, 기업 등과 민관협력을 강화해 폭염피해 예방을 위한 홍보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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