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인터넷 밈으로 대화해요”...SNS의 문화적 연결고리 주목
상태바
“우린 인터넷 밈으로 대화해요”...SNS의 문화적 연결고리 주목
  • 취재기자 윤유정
  • 승인 2023.04.12 1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성매체의 유쾌한 표현이 2차로 가공되어진 콘텐츠
‘어디가는 길이세요? 뉴진스의 하입보이요’, ‘거지방’ 등 다양
지속적인 밈 생산, 네티즌들의 즐거운 놀이 문화로 진화
제주희 씨가 카카오톡으로 친구들과 밈을 이용하여 대화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윤유정).
제주희 씨가 카카오톡으로 친구들과 밈을 이용하여 대화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윤유정).

대학생 제주희(22, 경남 거제시) 씨는 인터넷 밈을 이용하여 친구들과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녀는 “최근에 유행했던 ‘홍대 가는 길이 어디에요?’라고 질문하면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고 대답하는 밈을 자주 쓴다”고 말했다. ‘뉴진스의 하입보이 밈’은 2022년 7월에 데뷔한 하이브 소속사 아이돌 뉴진스의 데뷔 앨범 두 번째 타이틀곡인 ‘Hype Boy’ 노래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 밈은 유튜브 숏츠 ‘와쏭’이라는 채널의 ‘지금 무슨 노래를 듣고 계세요?’ 콘텐츠에 적용되어 널리 퍼졌다.

뉴진스의 하입보이 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하는 질문의 내용과 상관없이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라고 대답하며 노래의 안무를 태연하게 추면 된다. 제주희 씨는 “처음에는 웃기고 재밌는데 사람들이 밈을 쓰면 쓸수록 어이없고 황당한 느낌을 많이 받는다”며 “친구들과 대화할 때 하입보이 밈을 이용하면 재미있는 소재 거리가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 밈(Meme)’이란 연예인의 노래, 기성매체에 등장하는 일반인이 했던 말을 이미지나 GIF, 비디오, 글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만들어지는 것을 뜻한다. 대표적으로 ‘무야호~!’, ‘그만큼 신나시는 거지’, ‘동그란 맘속에 피어난~’, ‘너네 자랑하고 싶은 거 있으면 얼마든지 해’, ‘000(연예인) 공부법’, '누가 이렇게 예쁘게 낳았어? 우리 엄마 엄마가~' 등이 모두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밈이다. 최근 각종 SNS나 커뮤니티에는 ‘인터넷 밈’이 하나의 언어문화 전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본래 밈은 리처드 도킨스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학술용어로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2000년대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변조, 가공되어 퍼지는 작품이나 게시물 속의 문화 요소’라는 의미로 확대됐다. 밈은 대부분 기존 방송이나 영화 등 각종 콘텐츠에서 재미있거나 우스꽝스러운 표현을 가공해 만들어진다.

정소윤 씨가 들어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거지방’에서 이용자들이 밈을 이용하여 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사진: 정소윤 씨 제공).
정소윤 씨가 들어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거지방’에서 이용자들이 밈을 이용하여 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사진: 정소윤 씨 제공).

또 다른 밈 사용자 정소윤(22, 경남 거제시) 씨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중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거지방’을 이용하고 있다. 이 방은 한 달에 돈을 어느 정도 사용할지 정한 뒤에 지출한 돈을 메모하여 반성하는 톡방이다. 거지방은 본래 돈을 아껴 쓰자는 ‘무지출 챌린지’의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러나 최근에는 온라인상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쓸데없는 지출’에 꾸중하는 대화가 유쾌하여 점차 사람들이 따라 하기 시작하자 하나의 밈이 됐다. 정소윤 씨는 ‘거지방’에서 “돈을 지출한 사람들끼리 재밌는 방식으로 꾸중한다”며 “이 방에서는 사람들과 대화는 물론 재미를 위해 밈을 사용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인터넷상에서 꾸준히 나오는 밈은 시기를 놓치게 되면 쓰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제주희 씨는 “SNS나 릴스에서 밈이 많이 사용되는데 유행을 모르면 따라가기 어렵다”며 “특히 요즘에는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밈을 주로 쓰기 때문에 모르면 대화가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정소윤 씨 역시 “새로운 밈이 계속해서 생겨난다”며 “주기적으로 밈을 알아야 하는 것들이 많아 힘들다”고 말했다.

인터넷 밈은 오늘날 온라인 상황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밈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다양한 플랫폼 속 어떤 상황에서도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문화적 연결고리의 역할을 한다. 인터넷 밈을 적절하게 이용하면 대화의 즐거움과 사회적 의미를 전달하는 매체가 될 수 있다.

2021년 한양대학교 오서현의 ‘인터넷 밈 재생산 유형에 따른 향유 특성 연구’ 석사논문에서는 인터넷 밈의 핵심 요소를 추출하고자 했다. 이 논문의 저자는 “인터넷 밈 동력 파악을 바탕으로 하여 인터넷 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기획하고, 지속이 가능한 방안을 수립한다면 인터넷상에서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공유하고, 즐기는 즐거운 놀이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제주희 씨는 “어떠한 밈이 유행이 지나면 또 다른 밈이 끊임없이 나와 재밌기도 하다”며 “앞으로는 어떤 새로운 밈이 나올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