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희 칼럼] 동서고가로와 '15분 도시', 그 유쾌한 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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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희 칼럼] 동서고가로와 '15분 도시', 그 유쾌한 상상
  • 논설주간 박창희
  • 승인 2023.03.27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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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가로 사상~진양램프 7km 2026년 폐지
무조건 철거 대신 하늘공원화 하자는 여론 일어
'15분 도시', '북항~낙동강 연결' 등 거시 담론 필요

뉴욕 하이라인의 탄생 

지난 2009년 뉴욕 맨해튼 서부 첼시 지역에 재미있는 공원이 개장했다. 9미터 상공에 붕 떠 있는 공원 주변에는 온통 빌딩숲이다. 공원 발밑에는 거리와 상가가 펼쳐져 있고, 자동차와 행인들이 지나간다. 도심의 모든 존재를 끌어안고 시민들에게 ‘여기 살아있음’의 박동을 느끼게 하는 작은 하늘공원. 뉴욕커들이 가장 사랑하는 뉴욕의 랜드마크, 바로 하이라인이다.

도심의 흉물로 손가락질 받던 녹슨 철로를 뉴욕의 랜드마크로 재탄생시킨 힘은 놀랍게도 그곳에 사는 동네 주민과 시민들이었다. 그 주인공은 조슈아 데이비드와 로버트 해먼드 두 젊은이다. 고가 철거를 위한 지역 공청회에서 만난 두 사람은 낡고 쓸모없는 것이라고 무조건 철거해서 없애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았다. 대신 지난 세월의 산업유산을 보존해서 잘 가꿔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그렇게 의기투합, ‘하이라인 친구들’이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었다.

이 두 젊은이의 주장에 영화배우 에드워드 노턴, 기업가 마사 스튜어트 등 유명 인사들이 동참하고 뜻있는 시민들이 지지하면서 마침내 이익집단로부터 폐선 철거를 막아낼 수 있었다. 여기에 문화도시의 상상력을 입히는 것은 시민들의 몫이었다.

하이라인의 성공 이후, 전 세계 도시 재개발 기획에 일대 전환이 일어났다. 낡은 것은 무조건 부숴버리고 새롭고 근사한 무언가를 올리는 도시 재개발의 관행에도 브레이크가 걸렸고, 지속가능한 도시에 대한 근본적 성찰도 일어났다.

눈치 빠른 서울시는 뉴욕 하이라인의 성공을 남의 일로 보지 않고 2017년 철거될 운명의 서울역 앞 고가도로를 건사한 ‘서울로7017’로 재탄생시켰다. ‘서울로7017’은 오늘날 '걷는 도시 서울'의 상징이 되었다.

오는 2026년 폐지되는 동서고가로 7킬로미터 구간을 하늘공원 형태로 재활용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사진 제공: 부산그린트러스트).
부산 도심을 가로지르는 동서고가로. 오는 2026년 폐지되는 이곳을 하늘공원 형태로 재활용하자는 여론이 일고 있다(사진 제공: 부산그린트러스트).

부산 동서고가로의 새로운 역할 찾기  

우리 눈앞에는 지금, 뉴욕 하이라인이나 ‘서울로7017’보다 더 장대하고 역동적인 고가도로 하나가 '선물처럼' 던져져 있다. 오는 2026년 사상~해운대 고속도로(대심도) 완공 시점에 맞춰 노선이 폐지되는 동서고가로 7km 구간(사상JCT~진양램프)을 철거하는 대신 하늘공원 식으로 만들자는 것이 지역사회에 제기된 이슈다. 시민운동이 이미 시작됐다. 

동서고가로는 부산 남구 감만동 감만사거리에서 출발해 사상구 감전동 사상IC까지 이어지는 전체 길이 10.8㎞의 고가도로다. 1992년 개통(전 구간 준공은 1995년) 이후 부산의 동-서를 잇는 역할을 했다. 서부산에서 서면, 해운대, 부산항 등지로 가려면 이 도로를 타야 한다. 처음에는 고속화도로로 출발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고속이 저속, 상습정체구간으로 바뀌어 운전자들로부터 욕도 많이 먹었다. 그런 애증의 대상이었던 동서고가로가 쓰임을 다하고 철거 또는 재활용의 기로에 섰다니 격세지감이다.

동서고가로 노선(7㎞) 폐지가 기정사실화 하자 다양한 의견이 분출한다. 도심 단절을 야기하고 발전에 걸림돌이 된 만큼 아예 철거하자는 주장, 현 도로 기능을 유지하자는 견해, 녹지 회랑 형태의 공원으로 만들자는 제안, 보행로‧자전거 길을 열자는 의견 등이 그것이다. 

동서고가로 일부를 공원화하는 구상은 2040 부산시 공원녹지 기본계획안에도 녹아 들어 있다. 부산시는 북항과 맞닿은 동천에서부터 경부선 철길을 따라 낙동강까지 긴 ‘녹지 회랑(띠 형식의 공원)’을 조성한다는 구상을 내놓은 바 있다. 전향적인 발상이다. 

'15분 도시' 시책과도 통해

동서고가로 재활용 문제는 부산시가 추진중인 ‘15분 도시’와도 맥락이 닿는다. ‘15분 도시’는 시민들이 15분 안에 교육·의료·공원·문화시설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촘촘한 인프라를 갖춘 혁신 도시를 일컫는다. 시민 개개인이 자신의 생활권에서 일상생활을 자유롭게 누리는 스마트 행복도시라 할 수 있다. 프랑스 파리시가 도입해 크게 주목 받은 뒤 확산되고 있으며, 박형준 부산시장이 역점 시책으로 추진 중이다.

부산시가 지난 2021년 5월 '15분 도시' 선포식을 갖고 있다(사진제공: 부산광역시).
부산시가 지난 2021년 5월 '15분 도시 부산' 선포식을 갖고 있다(사진 제공: 부산광역시).

동서고가로가 하늘공원으로 거듭나면 반경 대략 1㎞, 15분 내에 닿을 수 있는 부산진구나 사상구 일대의 많은 동네와 마을이 혜택을 입을 수 있다. 녹지회랑이 구축되면 그 자체로 도심의 새로운 갈맷길 노선이 만들어진다. '15분 도시'가 가야할 길이 아직 멀다고 볼때, 동서고가로는 도시공간의 재구조화 및 혁신을 이루는 견인차로서 '15분 도시'를 성큼 앞당길 것이다. 

동서고가로 재활용은 부산의 숙원사업인 범천동 철도기지창 이전과도 연계된다. 철도기지창 이전 부지를 4차산업 중심지로 만들려는 부산시 전략과 동서고가로 공원화는 따로 떼어 볼 사업이 아니다.  

동-서 연결, 균형발전의 상징

시야를 더 넓히면 동서고가로는 부산의 동-서를 연결하는 녹지회랑으로서 동서 균형발전의 상징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서부산의 낙동강과 원도심의 북항이 연계‧소통하는 웅장한 그림이 그려진다. 해양도시 부산이 완성되려면 바다‧항만 자원과 더불어 낙동강이란 한민족의 대하(大河)가 연결되어야 하는데, 동서고가로가 문화적‧생태적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철거 논의가 일고 있는 동서고가로의 남구 감만~우암~문현동 일대는 2030부산월드엑스포 개최 예정지와도 연결 된다. 동서고가로 하늘공원에서 부산엑스포를 구경한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가슴 떨리는 일이다.

여기서 그 무엇을 못하겠는가? 뉴욕 하이라인의 관광 콘텐츠와 7017서울로의 보행 콘텐츠 그 이상을 창출해 낼 수 있다. 1~2㎞에 불과한 그곳과 동서고가로(7㎞)는 입지와 규모, 역사, 스토리가 모두 다르다. 이 다름은 곧 차별화가 될 수 있다.  

부산을 바꾸는 유쾌한 상상이 필요하다. 눈앞의 이익을 좇아 존치냐, 철거냐를 논의할 게 아니라, 더 큰 시야와 안목, 미래를 내다보는 큰 그림을 그릴 때다. 부산그린트러스트는 오는 30일 오후 2시 ‘부산 동서고가 철거만이 능사일까’를 주제로 ‘부산 동서고가 하늘숲길 포럼 1차 세미나’를 연다. 왜 아니랴. 부산에서도 뉴욕의 조슈아 데이비드와 로버트 해먼드같은 젊은 친구들이 나타나야 한다. 지금은 도시를 바꾸는 유쾌하고 신나는 상상력을 발동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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