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 동아리로 위장한 후 학생들에게 포교 활동
한 종교인, “교회를 다닌다는 말조차 쉽게 꺼낼 수 없어”
OTT 서비스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시리즈 ‘나는 신이다’가 최근 큰 관심을 받았다. 이후 시민들 사이에서 사이비·이단 종교 단체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길을 묻고 싶어도 종교를 전파하려는 사람으로 오해할까 봐 말을 걸기조차 쉽지 않은 지경에 이르렀다.
대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한 글이 게시되었다. 글의 작성자는 “요새 사람들이 사이비 때문에 길 묻기도 전에 다 피하길래 나름의 방법을 찾았다”며 “본론을 먼저 쳐버리면 친절하게 도와주더라”고 전했다. 길을 묻고 싶어도 포교활동으로 오해받을 수 있어 다짜고짜 본론부터 말해야 하는 ‘웃픈’ 현실이 담겼다.
글을 본 사람들은 공감의 뜻을 밝혔다. “아 그래서 '저기요' 했을 때 흠칫하고 가셨구나...”, “라이터를 빌릴 때도 ‘저기 혹시...’가 아니라 ‘라이터 빌릴 수 있을까요’ 이래야 안심하고 빌려준다” 등 자신들이 겪은 여러 사례가 등장했다.
대학교에 갓 입학한 장모(20, 부산 해운대구) 씨는 “선배들이 학교생활하면서 조심해야 할 점으로 사이비를 꼭 말한다”며 “새내기 상대로 설문조사 같은 거 해달라고 하는데 그런 거 조심해야 한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설문조사로 위장해 포교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였다. 몇몇 대학교에서는 교내 동아리로 위장해 포교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 같이 사이비·이단 종교 단체에 관한 부정적 시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꾸준히 다큐멘터리, 드라마 등 여러 콘텐츠로 해당 단체들에 대한 경각심이 생겨났다. 특히 ‘신천지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건’ 때부터 전체 종교에 관한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여론조사 기업 ‘한국리서치’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1월을 기준으로 주요 종교에 대한 호감도가 약 1년 전보다 하락했다. 또한 개신교·원불교·이슬람교는 부정적 감정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밝혀졌다.
한편 남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활동을 하던 종교인들은 억울한 입장을 밝혔다. 이모(25, 경남 창원시) 씨는 “사이비와 건강한 교회를 함께 비하하는 발언들이 코로나 시기와 최근 JMS로 더 심해졌다”며 “이로 인해 교회를 다닌다는 말조차 쉽게 꺼낼 수 없게 되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