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 물리칠 육해공 '어벤저스' 모두 모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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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복더위 물리칠 육해공 '어벤저스' 모두 모여라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6.07.30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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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맛집 탐험 3] 열은 열로 다스린다, 보신 음식 / 정혜리 기자

음력 6~7월 사이의 세 절기 초복, 중복, 말복을 가리켜 ‘삼복 더위’라고 한다. 예로부터 복날에는 보신을 위해 영양가가 풍부한 음식을 해먹었는데 몸보신에는 역시 이열치열, 땀 흘리며 먹는 보양식이 최고다. 벌써 초복, 중복이 지나고, 내달 16일 말복만을 남겨뒀다. 오는 말복에는 시원한 에어컨이 나오는 가게에서 따뜻한 음식을 먹어보는 것이 어떨까.

뽀얀 국물에 담긴 어린 닭. 파와 고추가 보기 좋게 송송 썰어 올려져 있는 고궁삼계탕(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대연동 고궁삼계탕

복날과 삼계탕은 언제나 함께하는 단어가 아닐까. 다른 여러 보신음식이 있겠지만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음식이 삼계탕이다. 요즘은 삼계탕 앞에 별별 수식어가 다 붙어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부산 대연동의 고궁삼계탕은 이 집의 단일 메뉴, 다른 음식은 없다. 삼계탕과 함께 나오는 인삼주를 두어 잔 마시고 있으면 뚝배기 속에서 뽀얀 국물을 안고 누워 있는 닭을 만날 수 있다. 팔팔 끓는 삼계탕을 보니 침이 꼴깍 넘어간다. 닭의 등살을 가르니 뱃속에 찹쌀이 가득 차 있다. 크지 않은 어린 닭을 사용했기 때문에 젓가락으로 헤치면 결대로 부드럽게 찢어진다. 삼과 대추가 들어 있는 이 탕은 잘 삶아 닭과 뽀얀 국물에 잡내가 없다. 이렇게 한 그릇 뚝딱 비운 후에 나오는 오미자차까지 마시고 나면 여름이 끝날 때까지 별다른 보신이 필요 없다. 반찬도 여러 가지 나오는데 그중 최고로 꼽히는 것은 삼계탕과 함께 먹기 좋은 배추 겉절이다. 새콤달콤, 매콤, 아삭한 겉절이가 삼계탕 맛을 한층 돋운다. 삼계탕 1만 2,000원.

해주면옥의 송이 갈비탕. 갈빗대에 붙은 살과 팽이버섯 그 뒤로 송이버섯이 보인다. 국물은 맑고 담백하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해운대 해주면옥 송이 갈비탕

야심한 열대야에 잠도 오지 않고 배까지 살살 고파져 올 때,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켜보지만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뱃속도 허전하다. 24시 언제나 갈비탕을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아가자. 부산 해운대에 위치한 해주면옥이다. 가게 이름을 보면 면을 먹어야 할 것 같지만 갈비탕과 갈비찜도 인기가 높다. 갈비탕, 송이 갈비탕, 전복 갈비탕이 있는데, 그중 제일이라면 역시 송이갈비탕이다. 진짜 송이가 깔끔한 국물 속에 풍덩풍덩 빠져있는데, 갈비탕이 식탁에 올려질 때부터 진한 송이향을 맡게 된다. 큼지막한 갈빗대에 붙은 갈빗살은 푹 익혀져 나와 별 힘들이지 않고도 뼈와 살을 분리시킬 수 있다.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진 송이를 건져 입에 넣으면 송이향이 입 안부터 머리 끝까지 상큼하게 퍼져나간다. 다른 갈비탕과 달리 당면이 아닌 소면을 준다. 송이 갈비탕 1만 4,000원.

뽀얀 국물을 자랑하는 꼬리탕. 별 것 없이 꼬리와 국물, 파, 그 뿐이지만 진득한 꼬리뼈에서 살을 발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서면 언양꼬리곰탕의 꼬리탕

부산 시내에서 진한 탕 한 그릇을 만날 수 있다. 서면에 위치한 언양꼬리곰탕이다. 이곳에서는 설렁탕, 곰탕, 도가니탕, 꼬리탕, 수육 등을 파는데, 단골손님들은 주로 도가니탕과 꼬리탕을 찾는다. 탕이 나오기 전 깍두기와 김치를 먹어본다. 탕을 잘하는 집은 늘 깍두기가 맛이 있다. 겉보기에도 먹음직스런 빨간 깍두기는 씹으니 아삭 소리가 난다. 꼬리탕이 뽀얀 자태를 뽐내며 부글부글 끓여저 나온다. 차가운 에어컨, 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뜨거운 국물 한 입 후룩 들이키고 잘 익은 깍두기까지 시원하게 베어 먹으니 행복이 따로 없다 싶다. 뚝배기를 휘휘 저어보니 꼬리고기가 대여섯 개 들었다. 건져 뼈 사이사이에서 살을 쏘옥 빼내 준비된 간장 소스에 찍어 먹으면 담백하고 야들한 식감에 입이 즐거워진다. 특이한 것은 식탁 위에 생달걀 바구니가 있는데 탕이 끓여져 나오면 즉시 달걀을 넣어 반쯤 익혀 먹을 수 있다. 강한 맛을 원하는 사람은 달걀을 깨 넣고 부추까지 넣으면 더 진하고 고소한 꼬리탕을 맛볼 수 있다.

빨간 양념이 식욕을 자극한다. 미더덕, 새우가 든 콩나물 위로 탱글함이 살아 있는 낙지가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거제 갯마을 낙지세상 낙지찜

국물요리만이 땀을 흘리게 하는 것은 아니다. 맵싹한 맛에 눈은 희번득, 고개를 바르르 떨며 땀을 찔끔찔끔 내게 하는 맛을 찾았다. 부산 교대역 갯마을 낙지세상이 그곳이다. 국제신문 건물 옆에 위치한 이 낙지 전문 가게는 연포탕, 낙지찜, 낙지볶음, 심지어 낙지 만두까지 팔고 있다. 낙지찜은 맵기 정도를 따로 묻지 않는다. 앞서 나오는 얇게 부친 전 하나를 먹고 있으면 낙지찜이 등장하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숨죽지 않고 살아있는 콩나물과 그 위에 낙지가 탱글한 모습으로 누워있다. 가위로 낙지를 직접 잘라 먹으면 되는데, 자를 때마다 낙지에서 물이 튀는 게 신선함과 탱글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낙지와 콩나물을 덜어 입에 넣어 씹자마자 매콤함이 몰려온다. 산 낙지로 만든 것도 아닌데 쫄깃함이 살아 있는 낙지와 아삭아삭한 맛에 끊임없이 입으로 집어넣게 되는 콩나물. 코가 뻥 뚫리며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기분 좋게 맺힌다. 분명 에어컨이 시원하게 틀어져 있는데, 접시를 비울 때쯤 온몸에 땀이 흥건하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낙지찜보다 저렴한 가격에 낙지볶음을 밥에 얹어 먹는 낙지덮밥을 찾는 사람도 많다. 낙지찜 큰 것 4만 3,000원, 작은 것 3만 3,000원.

히츠마부시 큰 것. 나무솥에 밥 그리고 장어가 가득 올라가 있다. 숯불에 구워진 민물장어 향이 코를 간지럽힌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남천동 고옥 히츠마부시

히츠마부시, 일본 나고야의 명물 민물장어덮밥을 부산 남천동에서 만날 수 있다. 나무그릇에 밥과 장어구이를 담아 낸 음식이다. 먹는 방법이 특이한데 나무 그릇 안의 밥을 4등분해서 각기 다른 3가지 방법으로 밥을 먹어보고 나머지 한 번은 앞의 방법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방식으로 먹는다. 첫 번째는 4등분한 밥을 덜어 그냥 밥과 장어구이만 먹어보는 것이다. 특제 소스를 발라 구운 민물장어는 비린맛 하나 없이 적당히 기름지고 알알이 살아있는 밥이 입안에서 어우러져 담백한 맛을 낸다. 두 번째는 밥을 덜고 김, 쪽파, 고추냉이(와사비)를 넣고 함께 먹는 것이다. 고추냉이의 알싸함, 김의 고소함, 쪽파의 식감이 첫 번째 것과는 또 다른 맛을 낸다. 세 번째로 밥에 김, 쪽파, 고추냉이를 넣은 것에 맛국믈(다시물)을 부어 먹는다. 장어덮밥에 맛국물을 넣으면 왠지 비릴 것 같지만 히츠마부시를 믿으라. 그런 걱정 없이 또 다른 맛을 알 수 있다. 부산에서 유일하게 히츠마부시를 제대로 하는 집으로 호평이 자자하다. 늘 손님이 많으므로 식사시간에 맞춰 간다면 대기는 필수다. 메뉴는 큰 것과 작은 것으로 나뉜다. 밥 위에 올라가는 장어구이 양의 차이다. 히츠마부시 큰 것 2만 7,000원, 작은 것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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