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준 에세이집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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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준 에세이집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를 읽고
  • 부산시 기장군 황서현
  • 승인 2023.03.1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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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는 잊혀가는 낭만에 대한 예찬을 담은 '우울보다 낭만이기를'의 저자 최형준의 두 번째 에세이다. 낭만, 낭만 하다 보면 사랑, 사랑 같은 말은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말하던 그는 마침내 사랑을 무한히 발음하게 되었다. 책의 모든 페이지에, 모든 낱말에 사랑을 그렸다. 무얼 향해 가는지도 모르고 바쁜 걸음을 떼던 우리를 잠시 멈춰 세우고 말한다. 돌아보면 모든 게 사랑이었다고. 우리는, 사랑을 향해 가고 있다고.

최형준 수필집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사진: 독자 황서현).
최형준 수필집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사진: 독자 황서현).

최형준 작가는 그다지 특별한 장치를 사용하지 않고도 사람을 빨아들이는 문체를 가졌다. 서평을 쓰기 위해 다시 문장을 훑는 중에도 자꾸만 이미 아는 내용을 끝까지 따라가게 만든다. 그의 글은 언제나 청춘을 달래고 응원하는데, 이 책에서는 ‘템포의 단상’과 ‘이 도시에서 나는 조급할 이유가 없다’가 특히 그렇다. 여러가지 이념이 뒤섞인 세상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던져진 우리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때로는 고민할 필요를 던져주고, 때로는 스스로를 푸짐하게 칭찬하라 부추긴다. 혹시 자신과 같은 사람이 있다면 용기를 얻고 전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별 거 아닌 이야기로 들릴지 몰라도, 오히려 별 게 아닌 이야기라 반감없이 응원받는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 도시로부터 완성된 결속감이나 소속감 같은 걸 느끼지 못합니다. 말하자면 굴러들어 온 돌까지는 아니어도, 친척 집에 신세를 지는 것 같은 인상입니다. 평소에는 마치 제집인 양 행동하고 생각하지만, 때때로 알게 모르게 외부인의 시각으로써 세상을 바라보고 있음을 불현듯 실감하게 되는 겁니다. 그러한 괴리감이 좀처럼 부드럽게 허물어지지를 않습니다. 그것이 소외감이라는 종류의 감각으로 굳어져 가는 동안에도 말입니다.”

모두가 최대 속도를 끌어내기 위해 무리하고, 그'무리'라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도시. 비단 서울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준비없이 내던져진 이 곳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감상이다. 여러 해 동안이나 이 곳에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봤음에도 전혀 소속감이나 안정감을 갖지 못하는 상태. 왜 서둘러야 하는지, 어떤 걸 밟아야 속력을 낼 수 있는지도 모른 채 막연한 조급함을 느끼는 상태. 아마 많은 청춘들이 이러한 상태로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작가는 단호하게 말한다. 남의 인생과 내 삶은 한끝의 접점도 없다고. 삶을 헤쳐 나가는 속도감과 페이스는 누가 뭐래도 내가 결정지어야 마땅한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초석을 다듬는 데 할애한 이 한때가10년, 20년을 달려나가게 하는 동력의 밑거름이 될 거라는 응원을 보낸다. 세상의 다수에 속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시류에 올라타지 못하고 있는 소수자에게, 그럼에도 나는 하등 주눅 들지 않고서 내 삶을 사랑한다고 자신한다. 때로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멋있는 명언보다, 묵묵히 나에게 보낸 응원대로 살아가는 누군가의 모습이 나를 일으킨다.

이 책은 분명 거창한 것을 알려주거나, 대단한 감동을 선사하려는 책은 아니다. 그저 자신과 함께 걸어갈 동료를 찾는 누군가의 초대장이다.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흐름이 어떻든 최적의 고유 속도를 스스로 탐구하는 이들을 찬사하며, 이 시대를 살아가는 겁많은 젊은이들을 격려하려 찾아나선 책이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라고. 그 사랑으로 살아가라고 말이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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