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불황이 알뜰 대학생을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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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불황이 알뜰 대학생을 키운다
  • 김정은
  • 승인 2013.01.16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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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대학교 김희태(21) 학생은 지난 10월까지 부모님으로부터 한 달에 40만 원의 용돈을 받으며 유흥비로 20만 원, 쇼핑 10만 원, 식비 10만 원 등을 지출하며 넉넉한 생활을 해왔었다. 하지만, 경기불황이 계속 되면서 지난 11월부터 용돈이 반으로 줄어든 후, 그의 생활은 달라졌다. 그는 술자리에 가더라도 택시비와 유흥비 절약을 위해 12시 전에는 자리를 뜬다. 또한, 담배값을 줄이기 위해 금연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는 “주변에서 바른 생활 사나이라고 놀림 받고 있다. 경제위기 덕분에 효도하는 셈이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최근 천정부지처럼 치솟는 물가와 주가폭락 등 ‘제2의 IMF'라는 말이 나올 만큼 나빠진 경제사정에 대학생들의 인식과 태도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구인구직 포탈 사이트 알바몬이 대학생 1,123명을 대상으로 ‘경기불황'에 대 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4.9%가 불 경기를 체감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불경기를 체감하는 이유에 어려운 집 안 경제가 31.4%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서 높은 등록금 23.1%, 적어진 용돈 20.7%, 갈수록 극심해지는 취업난 13.5 %, 언론 8.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로 인해 생긴 변화로는 아르바이트 75.9%가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조기취업 준비 34.8%, 휴학 또는 휴학 고려 33.1%, 공무원시험 준비 19.7%, 유학·어학연수 포기 12.4%, 대학원 진학 등 학교 잔류 7.3%, 복학 연기 7.3%, 졸업 연기 6.8% 등이 있었다.

대학가에서 자취를 하는 김연희(24) 학생은 갑작스레 올라버린 방세와 전기료, 가스비로 하우스 메이트를 구해야만 했다. 그녀는 조금이나마 생활비를 벌기 위하여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 그녀는 지난해의 경우 부모님이 보내주신 용돈으로는 방세를 내고 3만 원이 남았지만 지금은 방세내기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경기침체로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대학가 상가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연동에 있는 JY네일샵. 이 네일샵의 손님은 대부분 인근 대학인 경성대학교와 부경대학교의 학생들이다. 하지만, 경제사정이 악화되면서 대학생들의 용돈이 많이 줄어 일주일에 한 번씩 오던 손님들도 발길이 뜸해졌다.

JY네일샵의 직원 김희정(28) 씨는 손님이 작년보다 반으로 줄어들어 경제위기를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대학가의 상가 즉, 옷 집 골목이나 미용실 또한 같은 처지라고 말했다.

평소 네일샵을 주기적으로 다니고 있던 경성대학교 김유진(21) 씨는 한 번에 2만 원 정도의 네일아트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네일 케어 세트를 구입했다. 그녀는 물가가 오르는데 용돈은 적어져서 최대한 지출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밤이면 시끌벅적한 소리로 사람들이 가득 차 있던 술집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서면에 위치한 호프집 MJ의 매니저 이연석(35) 씨는 “대학생들의 용돈이 줄어듦과 동시에 대학가 새벽이 조용해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에 경제 불황 속에 웃음을 짓는 상가도 있다. 바로 ‘1,000원 마케팅'으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여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1,000원 샵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경성대 부경대 지하철역에 있는 1,000샵 체인점 다이소 매장. 주부에서부터 할머니, 학생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로 북적대는 이 매장의 하루 방문객 수는 400 ~ 450명에 달한다. 다이소 직원 이하영(26) 씨는 손님들 모두가 ‘가격이 싸다'라는 말을 연신 내뱉으며 기본 30분 이상 머무르다 물건을 사재기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대형 마트에서 6,000원의 쿠킹호일, 3,500원의 락스, 3,000원의 수세미 등의 가격으로 판매되는 모든 생활용품이 1,000원으로 구매 가능하다. 생필품이 필요한 주부와 자취생들에게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다이소 본사 관계자 이창동(43) 씨는 전국 매장의 매출이 작년보다 35%가 상승했으며 체인점 또한 작년 350곳에서 현재 460곳으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불황에 사람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되었지만 파격적으로 싼 가격을 내세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어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불황으로 인해 남성들의 소비 또한 꼼꼼해지고 있다. 예전 같으면 주로 여성이 쿠폰을 활용한 소비를 즐겼지만 최근 들어서는 20-30대 남성들의 쿠폰 사용량도 크게 늘었다.

부산대학교 최동준(25) 학생은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는 날에 어김없이 쿠폰북을 들고 약속장소로 나선다. 그는 카페를 가게 될 경우 쿠폰이 있으면 커피만 주문해도 6,000원 가량의 무한 리필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그는 “예전에는 남자가 쿠폰을 쓰는 게 부끄럽다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는 뿌듯한 생각에 내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경기불황 속에서도 대학생들 사이에는 그들만의 ‘자린고비 생활' 노하우가 있다. 용돈을 절약하면서 갖은 혜택을 누리는 노하우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통신사의 부가서비스를 이용하라!
sk텔레콤의 대학생들 통신비 경감을 위한 ‘학교끼리 T타임' 서비스 가입. 이 부가서비스는 가입함과 동시에 추가비용 없이 같은 학교 학생끼리는 통화료가 5 0%나 할인되는 제도이다. 또한 인터넷 메신저인 ‘네이트 온'으로 한 달 100건의 무료문자 이용으로 최대 3000원의 문자이용료를 줄일 수 있다.

▶코코펀을 활용하라!
음식점, 뷰티, 술집, 카페, 학원, 공연 등 수많은 업종별의 쿠폰을 지역별로 친 절히 모두 모아놓은 쿠폰북을 활용해 할인받기. 코코펀의 쿠폰집이 발매됨과 동 시에 발빠른 대학생들은 하나씩 가방에 넣어 다니며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최 근에는 모바일 쿠폰 서비스까지 시행하여 휴대폰으로도 쿠폰을 사용할 수 있다.

▶웹 사이트를 통한 무료 영화 & 공연문화를 즐겨라!
sk텔레콤의 20대 대학생들을 위한 TTL 시네마존. 이 제도는 매주 목요일 TTL 홈페이지에서 일주일간 신청을 통해 당첨자에게 1인2표의 영화표를 준다. 영화 또한 최신 개봉 영화로 매주 교체된다. 또한 T Culture Day를 통해 최근 개봉 중인 뮤지컬, 연극 등을 5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가능하다. 하지만 sk 텔레콤을 이용해야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이라 모두가 이용 가능한 것은 아니다.

인터넷 쇼핑 사이트 옥션에서 진행 중인 천원의 혜택의 프로그램 또한 대학생 들 사이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쿠폰을 다운받아 영화관에서 예매할 때 쿠폰 을 이용하여 1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다.

이렇게 경제 불황으로 인한 대학생들의 재정난은 그들의 인식과 태도를 변화시키고 있다.

대학생 심우진(24) 씨는 지금까지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피부와 체형관리실을 다니고 부모님의 신용카드 갖고싶은 것 또한 가리지않고 구입했다. 하지만 경기불황으로 집안의 사정이 기움과 동시에 그녀는 달라졌다. 그녀는 관리실을 끊고 부모님과 등산을 시작했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의 용돈은 스스로 해결하고 있다. 그녀는 “경기불황으로 인해 내가 얼마나 한심한 생활을 했는지 깨달았고 지금은 ‘개념 있는 대학생'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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