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한 대학생의 꿈을 이루기 위한 첫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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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한 대학생의 꿈을 이루기 위한 첫 발걸음
  • 취재기자 강도은
  • 승인 2023.01.01 1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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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대 부설 인제어린이집에서 보조로 일하는 정다해 씨
근로 장학생으로 선발돼 일하면서 자신의 적성 발견
"유치원 교사에 대한 부정적 시선 있지만, 아이들 보면 행복"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오전 수업이 끝나자 어디론가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는 대학생 정다해(21, 김해시 삼방동) 씨. 한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그녀를 반기는 듯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배꼽 위에 손을 올린 채 달려오는 아이들. “선생님, 안녕하세요!.” 아이들의 씩씩한 인사와 함께 그녀의 본격적인 하루가 시작된다.

정다해 씨는 인제대학교 부설 인제어린이집에서 학생 보조 선생님으로 일을 하고 있다. 그녀는 2021년 인제대학교 유아교육과에 입학 후 얼마 지나 학교 내에 부설 어린이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제 현장에 나가 직접 경험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한 그녀는 해당 어린이집에 근로를 신청했다. 이후 근로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9월부터 근로를 시작했다. 정 씨는 “대학교 1학년 때 학과 총대 활동을 한 것이 부설 어린이집 근로 장학생 선발에 좋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고 말했다.

정다해 씨가 ‘놀자데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사진: 정다해 씨 제공).
정다해 씨가 ‘놀자데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사진: 정다해 씨 제공).

대학생인 정 씨는 학교 수업 시간에 맞춰 일을 하고 있다. 수업 공강 시간을 활용해 보통 오전 9~11시와 오후 1~5시에 출퇴근을 하며 아이들의 등·하원을 지도한다. 이외에도 아이들의 흥미와 요구에 맞춰 교실 환경을 구성하고 그에 따른 교구 제작, 교구 세척 및 소독 등의 일을 한다. 그녀는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로부터 ‘대학생 때 공부하면서 꾸준히 일을 하기가 쉽지 않은데 부지런하고 대단하다’는 평을 받는다.

정 씨는 “학교를 다니고 공부를 하면서 일을 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1년 이상 일을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 뿌듯하다”며 “추후 교사가 되었을 때, 학생 선생님을 하면서 느낀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실제로 이번 학기에 다른 유치원으로 참관을 나갔는데 현재 일하는 곳과 비교하며 참관을 할 수 있었고, 유아 교육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다”고 말했다.

아이들을 좋아하는 정다해 씨(사진: 정다해 씨 제공).
아이들을 좋아하는 정다해 씨(사진: 정다해 씨 제공).

아이들을 향한 정 씨의 사랑은 남달랐다. 아이 한 명 한 명을 자세히 관찰하고, 아낌없이 사랑을 주며 이끌어 갔다. 그녀는 “큰 행사나 수업 시연을 할 때 아이들이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보람을 느낀다”며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면 나도 함께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씨 역시 일을 하며 힘든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행사 준비 과정이나 아이들과의 소통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그런데 그런 마음을 아이들이 알아주는 걸까. 아이들은 항상 그녀에게 “학생 선생님 좋아! 사랑해요”같은 표현들을 스스럼없이 한다. 대뜸 달려와 안기기도 하고 표현을 부끄러워하는 아이들은 조심스레 다가와 장난을 치기도 한다. 정 씨는 힘든 순간에도 그런 아이들로부터 많은 힘을 얻는다.

외동딸인 정다해 씨는 형제가 없는 외로움에 항상 아이들에게 시선이 갔다. 그녀는 “아이들의 순수한 눈빛에서 밝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에 아이들을 가까이할 수 있는 교사라는 직업에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중학생 때 직업 체험으로 우연히 초등학교에 나가게 된 그녀는 “교사에 소질이 있다”는 진로 선생님의 말씀에 꿈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 후 고등학교 때 교내 봉사 동아리 회장이 되어 동아리를 이끌며 약 3년간 육아원 봉사를 정기적으로 나갔다.

정다해 씨는 현재 유아교육과에 진학하며 학과 동아리 ‘빛길 공동체’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진로에 대한 지식을 쌓아가고 있다. 유아교육의 다양한 주제에 대해 토론을 진행하며 교사 공동체를 형성하고, 모의 수업 시연을 통해 교사로서의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다.

유치원 교사를 향한 부정적인 사회적 시선

‘유치원 교사’라는 어릴 적부터 꿔 온 정다해 씨의 꿈을 가로막는 것이 있다. 바로 유치원 교사를 향한 사회적 시선이다. 그 원인은 ‘아동학대’에 있다. 그녀가 꿈을 위해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다룬 주제이기도 하다. 유치원 교사가 아이들을 “아이들을 사랑해서”, “그저 훈육이었다”라는 이유로 때리거나 밥을 억지로 먹이는 등의 폭력이 상당수 발생했다. 이와 같은 사건이 계속 발생하자 유치원 교사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부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정 씨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같은 교사로서 아이를 학대하는 일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더하여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같은 교육기관에서 학대 사건·사고들이 빈번하게 발생해 안타깝고 속상하다. 그러한 사람들은 교사의 자질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대로 유치원 교사는 억울하게 아동학대를 의심받기도 한다. 어린 아이들의 거짓말이나 학부모의 과잉보호 와 같이 왜곡되거나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폭행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아 교사들은 잠재적인 가해자로 취급받는 고통을 겪는다. 

정 씨의 부모님도 처음에는 그녀의 유치원 교사가 되는 꿈을 반대했다. 안정적이며 취업이 잘 되는 간호학과를 가길 원했고, 그 사이에서 특히 어머니와 진로에 대한 많은 충돌이 있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유치원 교사는 체력적인 것뿐만 아니라 부모님이나 유아 개개인의 특성에 맞춰 교육하다 보면 심리적인 부담도 클 것”이라며 반대했다. 이러한 부모님의 반대에도 그녀의 꿈을 향한 의지는 확고했다.

그녀는 오직 자신의 가치관에서 비롯한 시선을 바탕으로 유치원 교사를 바라보았다. 정 씨는 “아동학대 문제를 보면서 그러한 사고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자신이 유치원 교사가 되어 미래세대가 살아갈 사회에는 유아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 꿈을 향한 의지를 더욱 다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아이들은 한없이 예쁘고 소중한 존재다. 아이들을 볼 때마다 이러한 감정이 들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곤 한다”며 “아이들의 존재 자체가 내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주는 것이 이 직업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학생 선생님을 하면서 꿈을 향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녀는 “언제까지 학생 선생님을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힘이 닿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할 것”이라며 “학생 선생님으로서의 본분을 다하고 무사히 졸업을 하는 게 현재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또한 “아이들이 자유롭고 행복하게 유치원을 다닐 수 있도록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는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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