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만 걸리는 병에 걸렸어요. 집에 있는 여자로 만드는 병이죠”...영화 ‘레벤느망’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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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만 걸리는 병에 걸렸어요. 집에 있는 여자로 만드는 병이죠”...영화 ‘레벤느망’을 보고
  • 부산 해운대구 김수연
  • 승인 2022.12.1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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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만 걸리는 병에 걸렸어요. 집에 있는 여자로 만드는 병이죠.”

원치 않은 임신을 한 여성에게 ‘임신은 그저 병일 뿐이다’라는 것을 직관적으로 나타낸 대사, 잔인하지만 지독하게 현실적이다.

영화 ‘레벤느망’은 부정하고 싶지만 직면해야만 하는 문제를 다뤘다. 학창시절부터 친구들과 종종 임신 중절에 대한 토론을 나누곤 했다. 그럴 때면 찬성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참 다양했는데, 과연 ‘레벤느망’을 보고 난 후에도 임신 중절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까?

영화 '레벤느망' 포스터
영화 '레벤느망' 포스터(사진: 네이버 영화 캡처).

임신은 책임 문제가 맞다. 피임을 하고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피임도구를 사용하더라도 1천만분의 1 확률을 뚫고 임신이 될 수도 있다. 살아움직이는 여자의 삶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왜 그녀의 자유를 나라가 법으로 억압할까?

영화 ‘레벤느망’ 속 주인공 ‘안’은 오로지 혼자이며, 혼자 책임을 떠맡는다. 친구들도 부모님도 남자도 그 누구에게도 기댈 수 없다. 임신의 책임을 나눠가져야 할 남자는 안의 고통과 불안을 외면하며 무조건적인 중절 수행만을 강요한다.

그녀가 유일하게 믿고 기댔던 의사는 ‘안’에게 거짓말을 하며 무참히 그녀의 희망을 빼앗아버린다. 이 장면을 보며 “내가 ‘안’이였으면 무너져버리고 말았을 거야” 생각했다. ‘안’이 정말 멋있고 용감하고 강한 여성이라 느꼈다.

“계속 공부하고 싶어요. 저한텐 그게 중요해요.” 그녀는 자신의 꿈을 위해 단 한번도 약해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아이를 살려야 할까? 중절을 해도 되는 걸까? 따위의 고민은 단 한번도 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아파도, 고통스러워도 계속 도전한다. 그녀의 의지가 정말 멋졌다.

현장을 동행하는 듯한 촬영 구도와 화면은 마치 ‘내’가 주인공 ‘안’이 되는 듯한 몰입감을 가져다 준다. 그녀가 느끼는 고독감, 무서움, 외로움, 고통을 함께 느끼며 더욱 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영화 ‘레벤느망’의 시대 배경은 1960년대 프랑스다. 나는 영화 속에서 ‘안’을 모두가 ‘살인자’로 몰고 가는 이유가 당대 사회탓이라고 느끼지 않았다. 거의 60년이 지났음에도 현대 사회와 달라진 것이 전혀 없다고 느꼈다.

현대에도 많은 여성들이 사회의 눈이 무서워 임신중절 사실을 숨기고 그 행위를 한 자신을 자책한다. 심지어, 어느 집단에서는 임신중절이 나쁜 것이라며 대놓고 시위까지 한다.

임신 중절은 법이기에 나쁜 걸까? 나쁘기에 법으로 금지되는 걸까?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모두가 고심하고 또 고심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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