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펄떡이는 생선처럼 부산의 새벽을 여는 남천해변시장... 430여 상인들 매일 새벽 직판장서 활어 구매해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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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펄떡이는 생선처럼 부산의 새벽을 여는 남천해변시장... 430여 상인들 매일 새벽 직판장서 활어 구매해 판매
  • 취재기자 심재훈
  • 승인 2022.11.1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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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천해변시장의 명물은 신선도 유지한 최상급 활어와 절임 배추
대형 유통점과 경쟁력 키우기 위해 시설현대화사업도 추진
송해선 ㈜남천해변시장 대표, 생선 당일 구매-판매 원칙 강조
남천해변시장 작년 5월 수산물 원산지표시 모범시장으로 지정
활어를 내리기 위해 트럭들이 남천해변시장 입구에 주차돼있다(사진: 취재기자 심재훈).
활어를 내리기 위해 많은 트럭들이 남천해변시장 입구에 주차돼있다(사진: 취재기자 심재훈).

남천해변시장은 오늘도 펄떡거리는 활어처럼 생기있는 아침을 맞는다.

부산시 수영구에 위치한 남천해변시장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 4층 규모의 상가 건물이다. 남천해변시장은 219개의 점포를 가지고 있고 438명의 상인들이 장사하고 있다.

남천해변시장의 하루는 오전 6시부터 시작한다. 광안리에 위치한 직판장에서 활어들을 싣고 온 트럭이 시장의 문을 연다. 직판장 경매는 오전 4시에서 5시 사이에 진행된다.

들여온 활어들을 분류하느라 시장상인들이 분주하다. 활어를 싣고 오는 트럭과 활어를 옮기는 상인들. 가을 전어가 제철인 요즘 광어부터 멸치까지 싱싱한 활어들이 줄줄이 들어온다. “이놈은 이 집 저놈은 저 집.” 남천해변시장 수산물 공급업자인 손석환(50, 부산시 해운대구) 씨가 자신의 거래처인 양산상회로 생선을 옮기고 있다. 다른 거래처의 생선들도 각자 제자리를 찾아간다.

활어 원산지에 대한 물음에 손 씨는 “방어는 강원도, 멸치는 남해, 참돔과 감성돔은 통영, 광어는 제주도, 전어는 충청도에서 왔다”고 답했다. 전국 각지에서 잡힌 활어들이 부산 남천해변시장에 모인 것이다.

남천해변시장 상인 김복만(66, 부산시 수영구) 씨가 손질한 광어를 보여주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심재훈).
남천해변시장 상인 김복만(66, 부산시 수영구) 씨가 손질한 광어를 보여주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심재훈).

활어를 취급하는 1, 2 게이트를 지나 3, 4 게이트를 가면 채소를 취급하는 상회들이 나온다. 이곳도 장사 준비를 하느라 손놀릴 틈이 없다. 콩나물을 다듬고 있는 상인, 총각무를 다듬고 있는 상인, 채소들을 싣고 옮기는 상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남천해변시장에서 파는 채소 중 배추는 한가지 특징이 있다. 바로 배추를 절여서 판다는 것이다. 손님들이 바로 해먹을 수 있게 손질하고 절여서 판다. 이렇듯 채소를 파는 상인들은 손님들의 편의를 위해 힘쓴다.

장사 준비를 마친 뒤 손님들이 하나둘 시장을 찾는다. 상인들은 “뭘로 드릴까요?”라며 싱싱한 활어로 손님들을 유혹하며 발길을 잡는다. 점차 손님들이 늘어난다. 새벽엔 팔딱거리는 활어들과 장사 준비를 하는 상인들로 시장 입구가 북적였다면 오전 8시부터는 활어와 반찬거리를 사기 위한 손님들로 북적인다.

채소를 손질하는 상인들과 채소를 사려는 손님들로 채소를 파는 가게 앞이 분주하다(사진: 취재기자 심재훈).
채소를 손질하는 상인들과 채소를 사려는 손님들로 채소를 파는 가게 앞이 분주하다(사진: 취재기자 심재훈).

4개의 입구를 가진 남천해변시장의 지하 1층 앞쪽에 있는 A동은 활어, 채소, 반찬을 파는 상회들로 이루어져 있다. 지하 1층 뒤쪽에 있는 B동은 식당과 횟집, 떡집 등 식사를 할 수 있는 곳이다. 지상 1층에는 주로 의류를 취급하는 상점들이 있다. 지상 2층도 의류와 가구를 판매하는 점포들이 주로 배치돼 있고 지상 3층에는 찜질방이 있다.

남천해변시장은 일반 재래시장과는 다르게 상가 건물의 모습을 띠고 있다. 얼핏 보면 회센터 같기도 한 외관은 남천해변시장만의 특징이다. 상가형태의 구조 이외에도 실내환경이 전통시장과 다르게 비교적 쾌적하다. 남천해변시장의 역사를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초기 남천해변시장의 모습은 노점에 불과했지만, 상인들이 돈을 모아 지난 1989년 용지를 매입하고 건축물을 신축했다. ㈜남천해변시장 송해선 대표는 “지난 2000년 시장 근처에 대형할인점이 들어서면서 시장이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또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3차례의 시설현대화사업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의 남천해변시장의 모습을 가지게 된 것이다.

상인 김종원(74, 부산시 수영구) 씨는 “옛날에 비해 여름엔 에어컨, 겨울엔 난방이 잘되면서 장사하기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김복만(66, 부산시 수영구) 씨는 “통풍이 잘돼서 이점이 많아졌다”고 전했다. 주변 대형할인점과 경쟁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가 상인들의 편의를 도운 것이다.

남천해변시장만의 특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바닷물을 직수로 끌어올려 쓴다는 것이다. 송 대표는 “지하에 배관을 연결하여 광안리 바닷물을 시장까지 끌어다 씀으로써 활어들이 더욱 신선해지고 좋은 품질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수족관에 바닷물을 채우고 온도유지장치를 통해 바다에 사는 환경과 유사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남천해변시장은 배달 서비스를 시행하는 등 시장 자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송해선 남천해변시장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지난달 시장 개장 33주년을 맞아 무사번영을 기원하며 고사를 지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심재훈).
송해선 남천해변시장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이 지난달 시장 개장 33주년을 맞아 무사번영을 기원하며 고사를 지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심재훈).

지난 10월 28일 남천해변시장이 개장한 지 33주년이라고 한다. 송 대표는 “앞으로 젊은 세대, 1인 가구를 겨냥한 반찬, 제품들을 만들겠다”고 했다. 송 대표는 자연산 활어를 주력 무기로 삼으면서 10년 이상 원산지 표시 모범시장이 됨과 동시에 품질 최고등급을 받는 시장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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