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공부는 밥심! 학생들 점심 책임지는 ‘경성대 밥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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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공부는 밥심! 학생들 점심 책임지는 ‘경성대 밥골’
  • 취재기자 강도은
  • 승인 2022.11.10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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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대학 옆 골목에 1980년대부터 식당 하나, 둘 들어서 형성된 밥집 골목
좁은 골목 따라 줄지어 다닥다닥 붙은 16개 식당과 카페들... 학생이 주고객
“밥 많이 먹으라” “맛있냐” 엄마의 마음 담은 사장님 말씀에 가슴 따뜻해져
경성대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밥골을 걸어가며 식사를 할 식당을 찾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도은).
경성대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밥골을 걸어가며 식사를 할 식당을 찾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강도은).

점심시간이 되자 경성대학교 학생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캠퍼스 한 모퉁이 골목으로 향한다. 이내 골목엔 학생들이 몰리고, 심지어 줄을 서기까지 한다. 좁은 골목길 사이로 몇 명이냐고 묻는 사장님과 메뉴를 고민하는 학생들, 후식으로 아메리카노를 먹을지 말지 고민하는 하는 학생들이 뒤섞여 혼잡하다. 그렇게 점심 무렵 약 2시간이 지나서야 골목길은 한산해졌다.

점심시간만 되면 약속이나 한듯 골목으로 몰려가는 학생들

매일 낮 12시가 되면 바쁘게 돌아가는 이곳. 바로 경성대학교 예술대학 옆 골목에 위치한 밥집 골목이다. 이른바 ‘경성대 밥골’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1980년대에 형성돼 꾸준히 학생들의 점심을 책임지고 있다. 학교와 가까이에 위치해 있어 학생들이 허기를 달래기 좋은 밥골은 푸짐한 양에 저렴한 가격까지 더해져 학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집밥부터 분식, 양식, 카페까지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는 여러 식당이 있어 학생들이 메뉴를 고르기에도 탁월하다.

​밥골 약도. 한식 양식 분식 등 음식점과 카페 등 16개 가게가 영업중이다(사진: 취재기자 강도은).​
​밥골 약도. 한식 양식 분식 등 음식점과 카페 등 16개 가게가 영업중이다(사진: 취재기자 강도은).​

좁은 골목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있는 16개의 음식점들. 학교 주변이라 하나, 둘 가게가 생기다 보니 어느새 지금의 밥골이 형성되었다. 코로나 이전에는 밥골의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밥골은 학생들로 가득했고, 사장님들도 맛있게 먹어주는 학생들을 보며 즐겁게 장사 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경기가 어려워지자 가게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한식 6개, 양식 3개, 분식 3개, 카페 4개 등 총 16개 업소 영업중

현재는 한식 6개, 양식 3개, 분식 3개, 카페 4개의 가게가 영업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가게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영업한다. 때에 따라 유동적으로 일찍 마감을 하기도 한다. 브레이크 타임 없이 영업을 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의 시간표에 맞춰 밥을 먹으러 밥골을 찾는다. 가격대는 4000~7000원대로, 단 돈 만 원에 밥과 디저트까지 해결할 수 있을 만큼 저렴하다.

밥골은 경성대학교 누리생활관 앞에 있는 계단을 내려와서도 쉽게 갈 수 있다. 가파르고 높아 학생들에게 ‘죽음의 계단’이라고 불리는 계단 아래에 위치해있다. 그렇기에 점심때가 되면 누리생활관 학생식당을 이용하는 ‘학식파’와 밥골을 이용하는 ‘밥골파’ 두 갈래로 나뉜다. 경성대 재학생 황주희(21, 부산시 남구) 씨는 “가격이 더 저렴한 학생 식당이 있지만, 항상 밥골을 간다. 맛은 물론 메뉴도 다양하고 가성비가 좋아서, 점심은 항상 밥골에서 해결한다”고 말했다.

푸짐한 양에 싼 가격, 부모 같은 사장님의 온정은 덤

밥골에는 양과 가격에 더불어 또 다른 장점이 있다. 바로 사장님의 온정이다. 계속해서 식당을 물려받아 영업 중인 사장님부터 밥골이 생긴 이래로 계속 식당을 운영한 터줏대감까지 밥골을 지키는 사장님들이 계신다. 사장님들은 늘 가게를 들어선 학생들을 활짝 웃으며 반겨주신다. 계산을 하고 나갈 때는 늘 “맛있게 먹었냐”는 말과 함께 “다음에 또 와요”라고 인사말을 건네신다. 서면손칼국수의 사장님 신미영(53, 부산시 연제구) 씨는 “학생들이 맛있게 먹어주면 기분 좋다. 다 내 자식 같고, 음식을 남기면 오히려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밥골에서는 음식과 함께 사장님들의 따듯함을 맛볼 수 있다.

밥골은 경성대학교 졸업생들도 찾을 만큼 정겨운 곳이다. 사장님의 따듯함과, 그 따듯함에서 나오는 음식의 맛을 잊지 못하고 찾아오는 학생들이 있다. 토성본점의 사장 정미조(70, 부산시 북구) 씨는 “졸업하는 학생들이 인사하러 오고, 졸업 후에도 생각난다며 종종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자식을 보내는 느낌이라 아쉬우면서도, 인사를 받으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밥골의 핫플레이스, ‘천수양분식’···“겨울방학에 리모델링 예정”

가게 외관부터 정겨운 냄새를 풍기는 이곳은, 밥골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식당인 ‘천수양분식’이다. 경성대학교 예술대학 옆 골목의 끝에 위치해있다. 경성대학교가 생길 때 함께 영업을 시작해, 현재의 사장님이 8년째 영업을 하시는 중이다.

경성대 밥골에서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천수양분식(사진: 취재기자 강도은).
경성대 밥골에서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천수양분식(사진: 취재기자 강도은).

천수양분식은 입구에서부터 음식 사진과 메뉴를 소개해 자연스레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다. 또한 영업한지 오래된 가게에 걸맞게 가게 곳곳에서 레트로한 감성들을 볼 수 있다. 가게는 4인 테이블 3개, 8인 테이블 3개로 구성돼있어 총 36명의 손님을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가게 안 정원을 꽉 채우고도 늘 웨이팅이 있다. 천수양분식은 매일 점심때마다 줄이 끊이질 않지만, 회전율이 빠른 게 큰 장점이다. 천수양분식 사장님 이미나(37, 부산시 사하구) 씨는 “학생들이 수업 전에 급하게 오는 것일 텐데, 배불리 먹고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음식을 준비한다. 항상 맛있게 먹어줘서 뿌듯하다”고 전했다.

천수양분식은 한식과 양식, 그리고 분식까지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대부분 6, 7000원대의 가격으로, 저렴하지만 양은 푸짐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잘나가는 메뉴는 순두부찌개와 돌솥 치즈 닭갈비이다. 맛도 있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어 학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이다. 또한 주문한 메뉴와 함께 매일 다른 종류의 밑반찬이 나온다. 경성대 재학생 정유나(20, 부산시 남구) 씨는 “천수양분식에 가면 늘 돌솥 치즈 닭갈비를 먹는다. 돌솥이라는 메뉴가 자취생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아니고, 맛있어서 갈 때마다 먹는다. 그리고 밑반찬에 떡볶이가 나오는게 신기하다”며 “만약 밥골에서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천수양분식의 돌솥 치즈 닭갈비를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천수양분식 인기메뉴 돌솥치즈닭갈비(사진: 취재기자 강도은).
천수양분식 인기메뉴 돌솥치즈닭갈비(사진: 취재기자 강도은).

천수양분식은 이번 겨울방학 때 ‘가게 리모델링’과 ‘신메뉴 개발’을 할 예정이다. 이곳 사장은 “리모델링 후 더욱 깔끔한 모습으로, 새로운 음식과 함께 새학기 때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요즘 트렌드? 밥골에 간편식 ‘그릭요거트 카페’ 등장

밥골에는 여러 밥집 사이에 눈에 띄는 특별한 가게 한곳이 있다. 바로 그릭요거트 카페 ‘오도우’다. 최근 MZ 세대 사이에서 건강을 의미하는 ‘헬시(Healthy)’와 즐거움을 뜻하는 ‘플레저(Pleasure)의 합성어로,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자는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건강 간식이나 간편 식사 대용으로 그릭요거트를 즐기면서 그릭요거트 시장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곳곳에서 그릭요거트 카페가 생겨나는 가운데, 경성대학교 밥골에도 등장했다. 오도우의 사장 오도우(33, 부산시 남구) 씨는 “당시 부산에는 그릭요거트 카페가 많지 않아 시작하게 되었다. 오도우에서 판매하는 그릭요거트가 학생들에게 단순 디저트보단, 끼니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릭요거트
그릭요거트 카페 오도우(사진: 취재기자 강도은).

2019년 12월 1일부터 영업을 시작한 오도우는 경성대학교 예술대학 옆 골목의 입구에 위치해있다. 오도우는 다양한 종류의 그릭요거트와 샐러드, 샌드위치, 음료를 판매하고 있다. 시그니처 메뉴는 ‘오리지날 그릭요거트’로, 계절마다 토핑이 바뀌어 사계절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오도우는 ‘카페’라는 이름에 걸맞은 분위기의 인테리어가 학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한 주문 후 단시간 내에 빠르게 나오기 때문에 점심시간이 여유롭지 않은 학생들이 간편하게 먹기에 좋다. 경성대 재학생 고어진(21, 부산시 수영구) 씨는 “요거트 같은 유제품류나 샌드위치가 수업과 수업 중간에 식사 대용으로 간단하게 먹기 좋은 것 같다. 오도우는 그런 메뉴들을 판매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아 자주 방문한다”고 말했다.

오도우 사장은 “지금처럼 학생들이 저렴한 가격에 든든히 먹고 갈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하겠다. 학생들과 함께 밥골에 오랫동안 남아있고 싶은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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