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곳곳 점자블록 파손 및 훼손 실태 심각...장애인 통행 방해하기 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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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곳곳 점자블록 파손 및 훼손 실태 심각...장애인 통행 방해하기 일쑤
  • 취재기자 조수경
  • 승인 2022.11.0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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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단보도 경계석 30cm 앞 규정대로 설치한 점자블록은 부산시내 13%에 불과
부산참여연대 조사결과, 16개 구·군 조사대상 중 69% 점자블록 파손 및 훼손 발견
부산시와 구·군은 훼손된 점자블록 확인해서 제때 복구해 사전에 피해 예방해야
부산시 기장군 한 아파트 앞에 위치한 점자블록이 볼라드로 인해 훼손돼 있다 (사진:취재기자 조수경).
부산시 기장군 한 아파트 앞에 설치된 점자블록 가운데에 볼라드가 박혀있다. 이로 인해 시각장애인이 보행에 불편을 겪을 우려가 크다 (사진:취재기자 조수경).

시각장애인이 걸어 다닐 때 지팡이를 짚으며 위치를 알도록 표면에 돌기가 있는 노란색 블록을 점자블록이라 한다. 비장애인용 보도블록보다 완전해야 하는데도 오히려 부산 시내 곳곳에는 훼손된 점자블록을 많이 볼 수 있다.

점자블록이 훼손된 이유는 주로 인도에 설치된 볼라드 때문이었다. 또 다른 이유로는 기존에 있던 점자블록 위에 덮어서 다른 점자블록을 설치해 훼손된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눈을 감고 점자블록에 의존해 걸어보았다. 예견된 결과지만 볼라드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시각장애인이 점자블록을 따라 걷다 보면 볼라드에 부딪히는 상황에 이르러 다치거나 통행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부산시 남구  횡단보도에 접한 인도 끝부분에 설치된 점자블록이 갈라지고 맨홀로 인해 훼손돼 있다 (사진:취재기자 조수경).
부산시 남구 횡단보도에 접한 인도 끝부분에 설치된 점자블록이 갈라지고 맨홀로 인해 훼손돼 있다 (사진:취재기자 조수경).

부산시 시내에서 곳곳에서 점자블록이 갈라지고 맨홀로 훼손된 상태를 볼 수 있었다. 장애인들을 위한 점자블록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훼손 상태가 심각해 보였다.

부산시 남구장애인협회 관계자 역시 점자블록 훼손 실태의 심각성에 우려를 표명했다. 고성심 대리는 점자블록 훼손에 대해 "장애인들은 점자블록을 느끼며 가야 하는데 점자블록이 훼손되는 바람에 있다가 없다가 하니깐 장애인들이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장애인들을 보조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점자블록이 깨져있거나 군데군데 빠져있는 부분이 많아 걷다가 넘어질 뻔한 경우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더불어 점자블록과 관련해 훼손 문제 말고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고 대리는 “점자블록과 도로인도가 이어지면서 턱이 생기는데 이 턱 또한 장애인들에게 장애물이기 때문에 굉장히 불편함을 느낀다”며 "대연동에 있는 점자블록 중 턱을 없앤 곳도 있지만 아직까지 턱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고 대리가 부산시에 건의하고 싶은 사항으로 "큰 사거리는 점자블록 공사가 돼 있는 곳이 많지만, 시와 구에서 직접 나서 세세하게 필요한 부분을 확인해 앞서 말한 턱을 없애는 등의 공사를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점자블록은 장애인들의 눈과도 같다.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 길을 알려주는 점자블록이 훼손되면 시각장애인이 자유롭게 보행하기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야말로 훼손된 점자블록은 ‘죽음으로 인도하는 길’인 것이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르면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하지만 부산시에서 해당 규정을 지키지 않은 곳이 더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점자블록의 훼손으로 시각장애인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2021년 부산참여연대와 장애인단체가 16개 구·군 주변의 보행환경 실태를 조사한 결과, 횡단보도 앞 점자블록 위치의 기준인 횡단보도 경계석으로부터 30cm 앞 설치를 충족한 구·군은 12.9%밖에 되지 않았다. 또한 점자블록 파손 및 훼손은 69%로 나타났다.

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22년 4월에 구·군에 개선을 요청했고 14개 구·군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부산시 참여연대는 전했다.

요즘 장애인의 권리를 요구하는 시위가 지속돼 비장애인들도 장애인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중 최근에야 장애인의 권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비장애인과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현서(21, 부산시 기장군) 씨는 "예전에는 점자블록이 훼손된 걸 봐도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최근 들어 장애인들의 삶을 알게 되고 난 후 인식이 바뀌었다”며 "시각장애인들의 통행에 피해가 더 생기지 않으려면 얼른 고쳐져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수단과 여객시설의 이용 편의 및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한다.

하지만 부산시 관계자는 “볼라드 및 보도블록은 구·군에서 자체 관리하는 사항이라 부산시에서 전체적으로 관리하기 어렵다”며 “특정 지역을 알려주면 정비요청을 해 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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