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새로운 트렌드 된 ‘버추얼 휴먼’...범죄 악용, 외모지상주의 심화 등 부작용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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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의 새로운 트렌드 된 ‘버추얼 휴먼’...범죄 악용, 외모지상주의 심화 등 부작용 우려도
  • 취재기자 하미래
  • 승인 2022.10.2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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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 나수아 등 버추얼 휴먼, TV 광고로 사람들에게 익숙해져
가상 인간 모델은 논란 없고 MZ 세대 겨냥한다는 장점 있어 선호
가상 인간 여리지, 레드벨벳 아이린 닮았다는 초상권 침해 비판도

인간은 아니지만, 인간의 모습을 닮은 가상 인간. 가상 인간이라는 개념이 낯설고 어색하던 것도 과거의 이야기다. 이제는 버추얼 휴먼을 일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버추얼 휴먼은 실존 인물이 아닌 인공지능이 생성한 가상의 인물이다. 최근 버추얼 휴먼이 여러 마케팅에 활용되며 TV, SNS 등에서 자주 보인다. 이렇게 노출이 잦아지면서 버추얼 휴먼의 존재가 사람들에게 조금씩 친숙해지고 있다.

버추얼 휴먼은 모델, 가수, 인플루언서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각종 광고모델로 채택되며 광고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다. 버추얼 휴먼은 가상 인간이기에 사생활 등 각종 논란에서 자유롭고, 나이와 외모를 제작자가 원하는 대로 설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버추얼 휴먼을 활용한 광고는 메타버스에 흥미가 가득한 MZ 세대를 겨냥하는 마케팅으로 자리 잡았다.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가 신한라이프 광고모델로 발탁됐다(사진: 신한라이프 유튜브 캡처).
버추얼 인플루언서 로지가 신한라이프 광고모델로 발탁됐다(사진: 신한라이프 유튜브 캡처).

버추얼 휴먼 ‘로지’는 인플루언서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로지는 국내 첫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MZ 세대가 선호하는 얼굴형을 모아 탄생했다. 그에게는 ‘영원히 늙지 않는 22살’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사람들은 TV에서 가상 인간 로지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신한라이프는 MZ 세대 맞춤형 상품인 ‘로지 종신보험’의 광고모델로 버추얼 휴먼 로지를 발탁했다. 광고는 현재 조회수 1100만 회를 돌파했고, MZ 세대에게 크게 각인됐다.

로지는 아직까지도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로지의 개인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14만 명을 넘었고, 보험 광고에 이어 자동차, 라면 등 다양한 분야의 광고모델로 활약해 ‘CF퀸’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버추얼 휴먼 로지는 인플루언서, 광고모델, 가수 등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월 22일, 로지는 가상 인간이라는 편견을 깨고 가수로서 곡 ‘WHO AM I’를 발표했다. 이외에도 로지는 자신의 이름을 건 뷰티 브랜드 ‘틴지로지’를 론칭하며 활동 범위를 더욱 넓혀갔다.

버추얼 휴먼 ‘나수아’가 SK텔레콤 광고모델로 발탁됐다(사진: SK텔레콤 유튜브 캡처).
버추얼 휴먼 ‘나수아’가 SK텔레콤 광고모델로 발탁됐다(사진: SK텔레콤 유튜브 캡처).

로지의 등장 이후로 많은 버추얼 휴먼이 모습을 드러냈다. 버추얼 휴먼 ‘나수아’도 각종 광고를 통해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나수아는 가상 인간에게 보이는 어색함 없이 마치 실존 인물 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나수아는 SK텔레콤의 광고모델로 발탁돼 AI 서비스를 설명했다. 그는 광고에서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 친구로 출연했다. 대학생 김시은(22, 부산시 남구) 씨는 “얼마 전에 광고를 보는데 나수아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광고 한 장면에 나수아와 여자 연예인이 같이 있는데 어색함이 없어서 가상 인간인 줄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 광고에서 들리는 나수아의 목소리는 성우 더빙이 아닌 AI 보이스다. 3D 버추얼 휴먼 개발사 온마인드와 SK텔레콤이 나수아의 AI 목소리를 제작했다. SK텔레콤의 광고는 버추얼 휴먼의 외형부터 목소리까지 모두 AI로 만들어 광고에 적용한 최초의 사례가 됐다.

나수아는 식음료, 뷰티, 골프웨어 등 모델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근 나수아는 태국 광고 전문 기업 ‘다이내믹디지털디스플레이’와 3년간 전속 계약을 체결해 태국 광고모델이 됐다.

버추얼 휴먼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부작용을 걱정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버추얼 휴먼은 딥페이크와 딥러닝을 기반으로 탄생한다. 이 기술은 아직도 로맨스 스캠(SNS를 통해 신뢰를 쌓은 뒤 금전을 요구하는 사기 수법), 음란물 제작, 가짜뉴스 생성에 악용되고 있다. 그렇기에 버추얼 휴먼 역시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기술이 점점 발전할수록 목소리까지 AI 보이스로 제작되는 버추얼 휴먼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에 정부와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버추얼 휴먼은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외형으로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외모지상주의를 불러올 수 있다는 비판이 존재한다. 대학생 김가은(22, 전북 군산시) 씨는 “가상 인간이 사람들에게 자주 노출될수록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美)의 기준이 굳어져 외모지상주의가 더 심해질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가상 인간 ‘여리지’는 초상권 침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여리지는 한국관광공사가 지난 7월 제작비 및 마케팅비 7억 8000여만 원을 들여 제작한 버추얼 휴먼으로, 관광공사 명예 홍보대사에 위촉됐다. 하지만 지난 19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한국관광공사 국정감사에서 여리지가 아이돌 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과 닮아 초상권 침해 요소가 있다고 지적됐다.

버추얼 휴먼의 부작용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은 AI와 관련된 보다 세밀한 법률 제정과 사람들의 윤리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학생 이지수(21, 경남 창원시) 씨는 “가상 인간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건 하나의 특색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버추얼 휴먼에 관해 여러 문제가 드러나는 만큼 법적·윤리적으로 제재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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