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만우 칼럼] 백팩 저널리즘이 가져온 대통령의 비속어 보도 참사 혹은 국정에 대한 시빅뉴스식 분권 보도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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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만우 칼럼] 백팩 저널리즘이 가져온 대통령의 비속어 보도 참사 혹은 국정에 대한 시빅뉴스식 분권 보도의 진화?
  • 칼럼니스트 권만우
  • 승인 2022.09.27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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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통령 비속어 논란의 발단은 백팩(backpack) 저널리즘이 제공한 무편집 영상
배낭 하나로 글로벌 생중계가 가능한 기술이 초래한 혼돈... 여여 모두 고민 필요

윤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불거진 비속어 논란으로 여야가 연일 충돌 중이다. 야당은 순방 외교 논란의 책임을 묻기 위해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고 여당은 MBC의 최초 보도를 편파•조작 방송으로 규정하고 진상규명 TF를 설치했다.

그러나 여야 모두 중요한 사실을 하나 놓치고 있다. 이러한 국가적 난리는 5년 전쯤이라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참사라는 것이다. 어느 국가건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갈 때 기자단을 동행하며 기자단에서는 사진이나 영상 자료의 경우 '공동 Pool제도'를 활용해 취재자료를 공유하고 편집해 서버로 전송하고 한국으로 위성을 활용해 송출하는 방식을 유지해왔다. 이런 공유 제도를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고비용의 문제 때문이었다.

기존 방송 환경에서 고화질 방송용 카메라로 촬영하고 편집해 송출할 경우 방송중계차 한 대 가격만 해도 대략 40여억 원, 운영 인원은 중계차당 7, 8명의 인원이 필요했지만 2019년 5세대 이동통신(5G)이 상용화되면서 휴대폰과 기존 통신망을 활용해 디지털 방식으로 가볍고 싸게 방송용 고화질 현장 영상을 중계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모바일 뉴스 취재(DMNG, Digital Mobile News Gathering)로 불리는 이러한 장비는 기자의 배낭(백팩, backpack)에 쏙 들어갈 정도로 작고, 가격도 1, 2천만 원대로 낮아져 이제 대부분의 언론사 기자들이 해외 출장 시에도 휴대하고 다니게 되었다. 영상 뉴스 취재 자료를 공동으로 활용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백팩중계장치의 하나인 LiveU(사진: LiveU 홈페이지).
백팩 중계장치의 하나인 LiveU(사진: LiveU 홈페이지).

마치 유튜버가 셀카를 활용해 생방송을 하듯 언론사마다 글로벌DMNG 시스템으로 각자 다른 서버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영상자료를 통신사의 해외로밍 서비스로 실시간으로 전송하게 되버린 것이다. 물론 대통령실에서 공동기자단 제도를 활용해 취재, 편집, 송출을 통제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편집이라고 하는 중간 게이트키핑(Gate-keeping) 과정을 놓쳐버린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러한 백팩 저널리즘을 활용한 중계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백팩 장비를 활용해 김정은과 트럼프의 만남이 생중계된 바 있고 올림픽 경기에서도 중계차 대신 백팩 장비가 활용된 바 있다. 이제 대통령실과 국회로 상징되는 다양한 국정 뉴스와 행사들도 1인 미디어처럼 시민저널리즘 방식으로 마구 전달되도록 허용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방송과 통신 융합 시대를 맞아 스마트폰 한 대로 방송용 화질의 구현이 가능한 환경이 되었고 언론인들조차도 작은 배낭에 과거 중계차 한 대가 감당할 수 있는 기능을 일반인처럼 손쉽게 넣어 다닐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동안 공중파 방송에서는 백팩 중계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지만 종편과 뉴스전문 채널을 중심으로 백팩의 기동성이 소문이 나면서 이번 해외 순방에서도 로밍서비스를 활용한 백팩 중계를 적극 활용해 급기야는 대통령의 비속어 참사 논란 장면을 여과 없이 현장 그대로 송출하게 된 것이다.

이번 해프닝을 계기로 정부는 물론 야당에서도 앞으로 배낭 하나로 글로벌 생중계가 가능한 새로운 저널리즘의 영향과 가이드라인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대통령의 말실수가 가져온 여야의 득실만을 따져야 할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는 시민뉴스(Civic News)의 새로운 저널리즘 철학이 아무 기자나 생방송으로 국정을 글로벌 하게 중계하는 분권주의 언론으로 변화하느냐 아니면 전통적 저널리즘처럼 중앙집중식으로 잘 통제되도록 할 것인가 따지고 검토해봐야 할 시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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