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용범 칼럼] 대통령의 위기, 자신이 문제다
상태바
[차용범 칼럼] 대통령의 위기, 자신이 문제다
  • CIVIC뉴스 칼럼니스트 차용범
  • 승인 2022.08.08 0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벌써부터 위기다.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80일 만에 24%까지 내려앉고 있다. 대선 득표율의 절반 수준, ‘정권 말기’같은 현상이다(한국갤럽). 윤석열 정부는 최악의 적대적 환경에서 출발했다. 거대 야당 카르텔은 벌써 ‘탄핵’을 언급할 만큼 막강하다. 그러나 임기 초반의 그 특징적 위기에는 분명, 심각한 구조적 요인이 있을 터이다.

여론조사 혹은 정치평론은 그 원인 분석에 바쁘다. 우선, 대통령이 공정 대신 독선을 앞세운, ‘인사 실패’가 있다. 정책을 둘러싼 내부소통 미흡, 여당 내의 섣부른 권력 투쟁, 거기에 경제․안보 복합위기 같은 외부 요인까지…. 특히 양대 선거에서 연승한 여당의 평지풍파는 참 희한하다 할 정도다. 이 정도만 해도 국민의 실망이며 언론의 질책은 대단할 터다. 특히 즉흥적 도어스테핑(약식문답)의 경박한 ‘언어’가 논란을 자초하며 국민의 실망을 산 부분은 뼈아프다.

결국 ‘윤석열의 위기’, 근본적 문제는 대통령 자신이다. 인사 실패, 여당 내 권력투쟁, 약식문답의 실패는 대통령이 공정-정의 감각을 상실하며 국민과의 공감에 실패했고, 스스로 평정심을 잃으며 나름의 독선에 빠진 탓이다.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를 얻을 국정 비전은 보여주지 못하면서, 국정 혼선을 질책하는 언론에 (정책적)‘메시지’ 대신 (불편한)‘감정’을 표출하는 모양새다. 최근 혼란에 빠진 여당의 위기 상황, 가장 큰 책임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있다(미디어토마토).

이대로 갈 순 없다. 윤석열 정부의 역사적 좌표를 생각하면, 그의 실패는 단지 그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지난 권력 아래 흔들려온 민주주의 자체가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통령부터 상황의 엄중함을 각성하며 일신(日新)해야 한다. 공정-정의의 기준을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가며 그 공감대를 넓혀가야 한다. 언론의 기능을 이해하며 언론의 질책에 호응해야 한다. 새삼 대통령직의 진중(鎭重)함을 다듬으며 직분에의 존재이유를 찾아가야 한다.


1. “윤(尹) 지지율 24%…국정농단 박(朴)보다 낮다”, 최근 여론조사의 흐름이다. 대통령의 국정수행 관련, 긍정 평가는 하락하고 부정 평가는 상승한다. 현 대통령은 3김(金)과 같은 확고한 지역기반, 박근혜․문재인 같은 ‘묻지 마’ 지지 세력이 없다. 그의 대선 승리는 시대적 불의에 맞선 ‘윤석열 스토리’와 압도적 ‘정권교체’ 여론의 산물이다. 국민은 이제 ‘윤석열 정치’를 체험하며 냉엄한 평가를 하고 있다.

최근 지지율 하락세는 여권의 당내 분란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정치 컨설턴트 박성민의 표현대로, “자신이 앉은 의자 다리 스스로 톱으로 잘라내는 꼴”이다. 박성민은 과거 정권의 흥망성쇠 과정을 분석하며, 현 정권의 ‘선거연합 해체’ 상황을 한탄했다. 정권교체를 바란 사람들을 뛰어난 리더십으로 묶기는커녕, 스스로 당내 갈등을 부추기며 국민의 실망을 자초한다? 이건 ‘초보 정치인’의 한계인가,

대통령의 정치는 민심과 같이 호흡해야 한다. 민심에 어긋났다면 바로잡아 가야 한다. 대통령이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쏟아낸들 국민들이 제대로 공감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랴. 국민들은 현안에의 본질과 함께, 그에 대처하는 대통령의 태도를 지켜본다. 이런 부분, 대통령의 인식은 얕고 대처는 미흡하다. 대통령이 대담하게 시도한 그 도어스테핑에서,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은 논란성 실언들을 쏟아내는 것을 보라.

비판에 직면할 때 ‘문재인 정부’를 소환하는 화법도 썩 탐탁치 못하다. 공정․정의의 기준을 ‘문재인 스탠더드’로 삼는 못난 버릇이다. 인사실패를 지적하는 언론에, “민주당 때는 안그랬느냐”고 반문한 예를 보라. 정치평론가 진중권은 분석했다. “전(前) 정권은 잘했습니까”, 이 태도가 국민의 감정선을 자극했다고. 대통령은 국민이 그를 지지한 이유, 그 공정․정의에의 기대와 정권 교체에의 열망을 벌써 잊었는가?


2.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에서 실점(失點)을 자초한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이 더러 언론과 다투는 모양새를 보인다? 참 안타깝고 딱한 일이다. 대통령부터 언론에의 이해가 모자라거나 감정에의 절제가 부족한 탓이다. 도어스테핑에서 벌어지는 논란, 국민들은 ‘대통령의 준비되지 않은 답변’을 걱정하고 있다. 실상 대통령은 자신의 기준과 인식으로 즉흥적 답변을 쏟아내며 그의 경박한 태도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빚으며 언론과 다투는 모양새를 드러내고 있다(사진; 더팩트).
윤석열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에서 불필요한 논란을 빚으며 언론과 다투는 모양새를 드러내고 있다(사진; 더팩트).

박순애 교육부장관을 끝내 임명한 그의 인식과 고집 역시 상징적 사례다. 음주운전, 그 예민하고 논쟁적인 주제 앞에서, 그의 법률적 관점만을 고집한 판단을 보라. 이 부분, ‘민심과 윤심의 간극’이라 할 만하다. 프로야구 삼성의 스타 박한이는 단 한 번의 실수, 혈중알콜농도 0.065%에 야구 인생을 접고 전격 은퇴했다. 박순애의 음주운전 당시 알콜농도는 0.251%, 박한이의 4배다(중앙). 그러고도 언론 앞에 목청을 높이는 대통령, 국민 누구가 공감하겠나.

대통령은 음주운전 논란 등에 휩싸인 박순애 교육부장관을 끝내 임명, ‘민심’보다 ‘고집’을 우선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사진; 임명장 수여 장면, 더팩트)
대통령은 음주운전 논란 등에 휩싸인 박순애 교육부장관을 끝내 임명, ‘민심’보다 ‘고집’을 우선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사진; 임명장 수여 장면, 더팩트)

대통령은 도어스테핑을 너무 쉽게 보고 있다. 그는 솔직한 답변과 태도면 호평을 받을 줄 알았으리. 그러나 언론의 의문 제기며 질책성 질문이 잇따르며 대통령의 답변도 거칠어지고 있다. 대통령이 지금 같은 현실인식이며 언론접촉 태도라면 실언(失言)은 잇따를 것이다. 대통령이 취재기자를 ‘국민의 대표’라 생각하지 않는다면, 언론을 성가시게 생각하며 싸우려 들 것이다. 결국 초보정치인 윤석열의 대담한 도전은 정치적 손해로 끝날 것이다(오병상).

<"내부총질 하던 당대표" 이준석 때린 尹…여당, 멘붕 빠졌다>, 대통령 스스로 빚은 대형 돌발악재다. 예사롭지 않은 나라의 위기 속 대통령의 자기분열적 행위, 그 정치적 파문은, 크다. 대통령은 그 시기, 그 시간에, 그런 뒷담화를 나눌 정도로 안일한가? 오죽하면 “대통령의 생각이 그렇다면, 이 정권은 망했다”(장성철)는 비판까지 나오겠나. 대통령이 빚어낸 파문에 참모가 아귀 맞지 않는 어법으로 해명한다? 그 논리며 형태는 또 얼마나 부끄러운가.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 중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가, 이 메시지가 드러나는 바람에 당내 분란을 자초했다는 평가다(사진; 구글 이미지).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 중 국민의힘 원내대표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가, 이 메시지가 드러나는 바람에 당내 분란을 자초했다는 평가다(사진; 구글 이미지).

3. 권력과 언론의 관계는? 언론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한, 기본적으로 갈등관계다. 민주사회 언론의 존재의의는 권력의 권리남용을 감시·비판하는데 있다. 컬럼니스트 제임스 레스턴은 저서 '신문과 정부의 갈등'에서 단언했다. “기자와 관리는 ‘뉴스’(사건)를 보는 눈이 서로 다르다”고-. 오랜 현업 경험에서 터득한 논리로, 언론의 기능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폭넓은 이해를 촉구했다.

권력이 여론을 얼마나 듣고 싶어 하고, 그를 위해 언론과 어떻게 접촉하는가? 언론의 (불편한)질문에도 얼마만큼 책임 있게 답변하는가? 이런 의지와 방식에, 권력-국민 소통의 성공이 달려 있다. '링컨은 신문과 싸우지 않았다: 언론을 활용해 위기를 극복한 한 대통령의 이야기‘-견고한 이상을 현실에 조화시킨 지도자 에이브러햄 링컨의 이야기다. 그가 ‘남북전쟁’을 치르며 거대한 사회갈등을 풀고 미국의 초석을 다질 수 것은 언론관계의 성공 덕분이다.

당시 링컨은 두 개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피와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처절한 전투와, 전쟁에의 지지-반대를 분명하게 말하려는 언론과의 전쟁이다. 그는 정치가로서 많은 재능과 함께, 특히 여론을 다루는 방식에서 탁월했다. “'윤석열 시대' 60일, 조중동이 심상치 않다”, <미디어오늘>의 분석기사다. 윤석열 대통령에의 기대가 컸던 조중동의 심상치 않은 비판 기류를 정리했다. 이쯤이면, 대통령은 임기 초반 언론관계에서 실패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백악관 기자들에게: 당신들이 (비판)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알아차린다. 여러분의 일에 대한 열정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구심점이며, 그것이 오바마를 더 나은 대통령, 더 나은 공직자로 만들었다. 그건 여러분이 결코 우리를 살살 다루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시절 ‘역대 최고의 대변인’이란 칭송을 들었던 조시 어니스트의 고별사다. 오바마, “오바마는 '소통'했고 국민들은 '존경'했다”는 평가를 받은 사람이다. 윤석열이 눈여겨봐야 할 언론관이요 롤 모델이다.


4. ‘윤석열의 위기’, 묘수가 따로 없다. 무엇보다, 스스로 변해야 한다. 국민과 언론이 ‘인사 실패’를 말하면 그를 바로잡으며 소통해야 한다. 인사권은 권력 중의 권력 아닌가. 그 인사권을 행사하며 자주 구설에 오르는 것, 대통령부터 ‘공정’의 가치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정치에 뛰어들 때 ‘공정-정의’를 명분 삼았지 않나. 그러고도 그 가치를 외면한 인사, 그건 그의 오만-독선일 뿐이다.

“자신을 변화시키는 인간만이 세상의 위대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저부터 바꾸겠습니다.” 연초,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신년 인사회에서 다짐한 바다. 그는 “문재인 정부를 보며 오만은 곧 독약이라는 것을 알았다”며, “우리 자신에게 그런 모습이 있지 않았는지 되돌아본다”고 했다. 자기주장을 고집하던 윤 후보는 이때부터 주변의 고언에 귀 기울이며 시작했다.

윤석열의 대통령의 당선은 한 편의 기적이다. 그는 어떻게 신승(辛勝)했나. 그건 ‘정권심판론’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다. 국민들은 지난 5년 내내, ‘신념윤리’를 앞세우며 ‘책임윤리’를 외면한 독선․오만, 공정․정의를 외면하며 ‘내로남불’에 침몰한 불의․부도덕, 그에 따른 국정 운영의 무능․무책임을 심판했다. 국민들은 왜, ‘윤석열’을 선택했나? 전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최악’을 피하며,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을 골라낸 것이다.

당면한 국가적 위기는 결코 만만찮다. 새로운 국정 아젠다는 보이지 않고, 장관․참모들도 대통령의 그늘에 숨어있는 모양새다. 여당의 지지도 역시 동반 추락, 야당보다 낮다. 그럴수록 대통령은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는 대신, 대선 때의 경청(傾聽) 리더십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야 한다. 새해 첫날의 다짐을 실천할 각오로 나서서, 국민․언론과 공감하고 소통하며 ‘대통령다움’을 아는 진중한 대통령으로 다시 서야 한다.


이제 대통령 윤석열은 국가의 위기 앞에서, 스스로 존재이유를 찾아가야 한다. 국민이 실망할 때 그 실망에 진심으로 각성하고, 일상을 힘들어할 때 그 고통에 필사적으로 응답해야 한다(윤평중). 지금부터 대통령은 되짚어야 한다, 정권심판론에 무너진 문재인 정부의 실패요인은 뭐였나? 대통령은 되새겨야 한다, 언론이 왜 그것을 묻고 질책하는가, 그에게 공정․정의를 기대했던 유수 언론은 왜 비판대열에 들어섰는가?

대통령은 냉정한 현실인식 위에, 생각과 행동을 바꾸는 유연함을 보여야 한다. 지금까지 쏟아냈던 그 즉흥적․직설적․감정적 언어들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 ‘대통령의 언어’를 되찾아야 한다. 대통령의 생각도 ‘다름’과 ‘틀림’을 제대로 구분하며 그 ‘대통령의 행동’에 당당해야 한다. 삿된 ‘간신’보단 직언을 마다않는 ‘충신’을 좀, 널리 구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독선․불통의 이미지부터 씻고, 서둘러 국정의 동력을 찾아가야 하지 않겠나.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