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시대, 취업 준비 청년들 학원비·응시료 등 부담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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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시대, 취업 준비 청년들 학원비·응시료 등 부담 가중
  • 취재기자 김연우
  • 승인 2022.07.2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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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시험 준비부터 응시까지 모든 게 너무 비싸
필기 자격증 준비는 '중고 강의'를 구매하기도
안정적인 취업준비 위해 '바우처 발급' 방안 등 필요

인플레이션과 고물가가 청년들의 취업 준비에 복병으로 등장했다. 생활비 지출 부담이 심해진 청년들은 각종 어학 시험 응시료, 인터넷 강의 수강료, 교재값을 충당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물가 상승률이 6%에 달하면서 ‘자급자족’ 청년들이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중 가장 비상이 걸린 청년들은 취업준비생. 이들은 점심값 해결하기도 어려운 시국 속에서 취업을 위한 투자를 하고 있다.

취업의 기본이 되는 각종 어학 시험 강의료와 교재비가 만만치 않다. 수많은 인강 사이트와 화려한 강사진 사이에서 가성비 좋은 강좌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국의 토익 시험을 주관하는 ETS 독점 계약사 YBM 인강 사이트에는 수십 가지의 강좌가 있다. 자신의 수준에 따른 목표점수 강좌, 단기간 안에 성적을 올려야 하는 학생들을 위한 강좌 등이 그것. 하지만 가격을 맞춰 선택하기는 어렵다. 유명 강사의 강좌를 들으려면 교재비 포함 10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

최근엔 일정 점수가 나오면 강의료를 환급해주는 강좌도 나왔다. 20만 원이 넘는 강의료를 받는 대신 여러 혜택을 주겠다는 것. 토익 응시권을 전원 무료 제공하고 교재 2권을 기본 제공해주며 최신 문제지도 배포한다. 하지만 이 환급 강좌는 시험을 처음 응시하는 학생들이 선택하기엔 무리다. 최소 토익 800점을 넘어야 환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이상을 달성하면 200%, 300% 환급해 주지만 토익 입문자들에게는 의미가 없다.

영어영문학과에 재학 중인 도영서(22) 씨는 “입문자들은 높은 점수를 원하는 게 아니다. 800점 환급 코스는 딱히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지금 시국에 청년들에겐 혜택을 많이 주는 비싼 강의보다 저렴하고 실속 있는 강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토익 시험 일정표로, 이번달 24일은 정기접수를 못한 수험생들을 위해 특별추가 접수를 받는다(사진:ybm 홈페이지 캡처).
올해 토익 시험 일정표로, 이번달 24일은 정기접수를 못한 수험생들을 위해 특별 추가 접수를 받는다(사진: YBM 홈페이지 캡처).

고민 후 강좌를 선택했더니 이번엔 시험 응시료가 문제다. 토익 응시료는 정기 접수 기간에 4만 8000원이고 추가 접수 기간에는 5만 2800원이다. 시험 특성상 한 번만 칠 수 없는데 응시료는 한번 결제하기에도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최근 토익 시험을 접수한 대학생 A 씨는 “가격이 장난 아니더라. 한 번에 잘 봐야 한다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다”고 말했다.

대학생 A 씨는 컴퓨터활용능력 자격증도 준비 중이다. 이 자격증은 1차 필기 2차 실기로 나뉘어있다. A 씨는 지난 1월 필기를 치렀고 이제 올해 실기를 준비해야 한다. 그녀는 지난 필기 강의료도 부담스러워 중고 강의를 구매해 남은 기간 강의를 시청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실기 시험에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A 씨는 “용돈 받아 쓰는 자취생은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간다. 취업 준비를 안 할 수도 없고...”라며 답답함을 드러냈다.

고시 공부하는 취준생들은 더 심각한 상황이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박모(23) 씨는 두 달 치 강의료 78만 원을 결제했다. 원래라면 연간 패키지를 끊었어야 했지만, 입문용으로 두 달 치만 결제했다. 박 씨가 듣는 교육학과 전공학 강의 연간 패키지는 각각 170만 원, 300만 원이다. 두 달이 끝난 후에도 강의를 계속해서 들어야 하므로 연간 패키지에 달하는 금액을 결제해야 한다. 강의 이외에 추가로 결제한 교재값만 15만 원이 넘는다. 박 씨는 “임용 떨어지면 공부를 다시 어떻게 하나? 가격이 너무 세니까 한 번에 붙어야 한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고 말했다.

청년들의 안정적인 취업 준비를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청주시 모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영어 교사 B 씨는 취준생을 위한 전용 바우처 발급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바우처를 학원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시험 응시료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B 씨는 “공인어학 성적 대신 회사에서 면접 시 실무적인 영어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어떨까”라고 말했다.

고물가 시대 취업 준비에 대한 볼멘 하소연과 다양한 견해가 나오는 가운데, 코로나19 시국 속에서 취업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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