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석 칼럼] 이준석 당 대표를 향한 징계위의 방아쇠는 당겨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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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석 칼럼] 이준석 당 대표를 향한 징계위의 방아쇠는 당겨질까
  • 편집국장 송문석
  • 승인 2022.07.0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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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징계위에서 가장 낮은 수준 징계 내려져도 내분 벌어질 듯
이준석 징계 이후 여당 권력 재편성 작업 등 친윤계 장악 예상
친 윤석열계를 중심으로 국민의힘 당권 새판짜기 시도 성공할까
이준석 강력 반발에다 20, 30대 남성 지지층 이탈 등은 부담

1985년 서울 출생, 현재 나이 만 37세. 서울과학고-하버드대 경제학 컴퓨터과학 학사. 2011년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의 ‘박근혜 키즈’로 발탁돼 정계 입문. 현 국민의힘 대표.

이준석 당 대표의 간략한 프로필이다. 지역구인 노원구에서 모두 세 차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모두 낙선한 것도 정치 이력에서 빼놓을 수 없겠다.

한국 정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지난 11년간 한순간도 뉴스의 초점에서 사라진 적이 없었던 이준석 대표. 뉴스를 만들고 이슈가 없으면 일부러라도 생산해 온 그였다. 그에게 오는 7일은 정치적 운명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듯하다. 당 윤리위원회(위원장 이양희)가 그의 ‘성접대 증거인멸 의혹 관련 품위유지 의무 위반’ 건을 심의 의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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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일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으로 귀국해 마중 나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왼쪽)와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 더팩트 제공).

사건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의 폭로로 시작됐다. 이 대표가 새누리당 비대위원 직무를 마친 이듬해인 2013년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로부터 대전에서 성접대를 받았으며 대전지검 수사자료를 통해 이를 확인했다는 것이 가세연의 주장이다. 또 가세연은 추가폭로를 통해 이 대표의 측근인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이 최초 의혹을 제기한 사람(김성진 측근)을 만나 ‘성접대는 없었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받고 7억 원 투자를 약속한 사실이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른바 ‘증거인멸 시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자신을 둘러싼 이러한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다. “엄청난 거짓말” “ 앞엣것(성 접대)이 없으면 뒤엣것(증거인멸 교사)이 성립하지 않는다. 저는 교사를 안 했다. 앞엣것(성 접대)도 안 했다”. 요컨대 ‘성접대’를 받지 않았으니 ‘증거인멸 교사’를 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또 자신에게 하지도 않은 일을 증명하라고 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게 이 대표의 입장이다.

문제의 ‘성접대 및 증거인멸 시도’가 있었는지, 아니면 이 대표 말대로 ‘엄청난 거짓말’인지는 우리로서는 알 수가 없다. 오직 당사자들만이 알 수 있을 뿐이고 사실관계는 수사를 통해 밝혀질 일이다. 여기서는 집권 여당 대표가 당 내부의 심판대에 오르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몰고 올 정치적 파장에 주목할 뿐이다.

윤리위는 이 대표의 소명을 듣고 난 뒤 가장 낮은 단계부터 따져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 권유 △제명 등 4단계 징계 수위 중 하나를 내릴 것이다. 이 대표는 당원권 정지 결정만 떨어져도 11개월 남은 대표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윤리위가 ‘가세연’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음해이고 오보라며 이 대표의 손을 번쩍 들어준다면 모를까 가장 낮은 단계인 ‘경고’를 받아도 그의 앞길이 순탄치 않을 게 뻔하다. 친윤석열계가 “어쨌든 그런 일이 있었던 것 아니냐”며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대표 자리에서 내려올 것을 파상적으로 요구할 게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친윤계와 사사건건 충돌했다. 심지어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와 갈등을 빚으면서 결별 일보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대선 과정에서는 어쩔 수 없이 꾸욱 누르고 참아왔지만 이제는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거다. 최근에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했던 박성민 당 대표비서실장이 사퇴하면서 ‘윤심’ 조차도 등을 돌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래저래 지금 이 대표는 사면초가이고 고립무원 상태인 것 같다.

윤리위에서 이 대표 밀어내기가 성공한다면 ‘윤핵관’을 중심으로 한 친윤계는 당을 ‘윤석열 체제’로 대오를 정비할 것이다. 물론 당 대표가 없으니 우선 비대위원회를 꾸린 뒤 조기전당대회를 열어 당권을 장악해 단일대오를 만든다는 게 복안인 것 같다. 검찰총장 출신으로 정계에 입문해 당내에 정치세력이 없는 윤석열 대통령을 위해 당을 윤석열 체제로 전환해 정권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윤리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가 내려지더라도 이준석 대표가 호락호락 물러설 것 같지 않다는 것이다. 징계 수위별 대응전략을 이미 마련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징계 결정이 나오면 윤리위 재심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거다. 여기에 직설적이고 화려한 언변을 동원한 이 대표의 대국민 여론전은 사태를 어디로 끌고 갈지 모른다. ‘퍼펙트 스톰’이 몰고 올 세계적인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집권 여당이 표류하는 최악의 상황도 연출될 수 있다. 당 대표 내쫒을려다가 당이 흐물거리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대표에게는 당을 젊은 이미지로 탈바꿈시킨 공로가 분명 있다. 국민의힘이 백약이 무효인 뇌사상태에서 허우적거릴 때 ‘젊은 피’ 이준석이 당 대표로 선출되면서 ‘꼰대정당’ ‘수구꼴통정당’ 이미지를 어느 정도 벗게 된 것은 사실이다. 이 대표를 내칠 경우 20, 30대 남성 지지층 이탈도 걱정되는 부분이다. 대통령 선거,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공로 역시 무시할 수 없다. 그를 내쫓았다가는 자칫 ‘도로 한나라당’ 이미지로 되돌아갈 수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곤두박질 치는 것도 이준석 대표 징계 등 당 내분과도 무관하지 않다.

물론 이 대표의 공격적이고 튀는 언행이 국회의원 경력, 나이 등을 중시하는 한국 정치판에서 우군보다는 적을 더 많이 만들었을 게 틀림없다. 30대 ‘새파란 당대표’의 천방지축 언행을 좋아할 다선 국회의원이 어디 있겠는가. 이들은 이 대표의 앞뒤 가리지 않는 속사포 발언과 sns에 대해 면전에서는 말도 못하고 의원회관에 돌아와서야 속을 끓이며 동조자를 이심전심 확인하면서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무언의 결의를 했을 게 틀림없다. 그렇게 ‘이준석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을 것이다. 이 대표가 각종 선거를 승리로 이끈 것은 인정하지만 이젠 상당기간 선거도 없으니 더는 볼 것도 없다는 생각도 작동할 것이다.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먹는다는 ‘토사구팽’이 바로 그런 것 아니겠는가.

이 대표는 7일 기사회생할 수 있을까. 그를 향해 조여오는 칼날을 피할 수 있을까. 그의 정치적 운명과 함께 국민의힘 역학관계도 함께 요동칠 게 틀림없다. 결과가 어찌되든 그것은 출범한 지 두 달 갓 넘긴 윤석열 정부에도 만만찮은 과제를 던질 것이다. 그래서 7일을 눈여겨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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