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진의 청소년 상담소] 요즘 청소년들의 폭력문화: 여왕벌과 일벌, 그리고 왕따와 은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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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진의 청소년 상담소] 요즘 청소년들의 폭력문화: 여왕벌과 일벌, 그리고 왕따와 은따
  • 장윤진
  • 승인 2022.06.29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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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하는 청소년 문제... 일진은 여왕벌로 불려
'왕따'가 이젠 '은따'로... N번방 사건과 닮은 면

2017~2018년 약 2년에 걸쳐 어른들이 모르는 비행 청소년의 세계를 연재하면서 10대들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해온 장윤진 따뜻한가정심리상담연구소 소장(목사)이 더욱 진화해가는 청소년들의 문제를 바라보면서 최근의 이슈를 주제로 '어른들이 모르는 비행 청소년의 세계' 연재를 이어간다. [편집자 주]

 

현대 사회의 범죄는 날로 진화하고 있다. 사기 사건은 더욱 지능화하고, 폭력 범죄는 더욱 잔인해지고 있다. 청소년 세계도 기성 사회의 변화에 민감하다. 아이들이 사용하는 용어도 진화해서, 일진은 요새 ‘여왕벌’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일진을 추종하는 이진 집단을 요새는 ‘일벌’이라고 불린다. 일진이 이진에게 나쁜 일을 명령하는 것을 요새는 여왕벌이 일벌에게 지시한다고 한다.

특히 과거에 문제가 되었던 왕따 현상에서 특이한 변화가 생기고 있다. 원래 왕따는 또래 집단이나 개인이 동급생이나 후배들을 행동이나 언어로 소외시켜 신체적,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것을 의미했다. 그러나 왕따에 대한 처벌이 학교에서 징계로 이어지고 심한 경우에는 법적 제재까지 받게 되자, 왕따가 진화한 ‘은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은따는 법적인 선을 넘지 않으면서 ‘은근히 왕따를 시키는 고도의 심리전’을 가리킨다. 예를 들어, 여왕벌이 일벌 학생들에게 어느 한 학생을 왕따의 대상으로 지목하면, 일벌들은 지목된 학생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일벌들의 괴롭힘은 대상 학생에 대하여 아는 체 안 하기, 말 안 걸기, 어떤 행동도 같이 안 하기 등이 있는데, 이것은 대상 학생을 그림자처럼 취급해서 그 집단에서 그 학생의 존재 자체를 없애는 행위다. 즉, 한 개인의 존재를 그 집단적으로 무시하거나 없는 것처럼 대하는 것, 그게 은따다. 달리 무슨 폭력 행동을 가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언어적 폭력을 구사하는 것도 아니다. 그냥 존재를 없는 것으로 가정하고 대상 학생의 자존심을 심리적으로 파괴하는 것이 바로 신종 왕따 수법인 은따인 것이다.

청소년들 사이의 언어폭력은 피해자에게 평생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청소년들 사이의 언어폭력은 피해자에게 평생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여왕벌과 일벌에서 주인과 노예 관계를 만들어 사람의 심리를 조정하고 복종시키는 N번방 사건과 닮은 면이 있다. 왜 초등학생들은 학교라는 집단생활에서 서로를 인격적으로 대하고 배려하는 공동체 정신을 상실하고 친구의 인격을 황폐화하는 범죄행위에 물드는 것일까?

근본 원인은 폭력적 영화나 게임에서 나타난 ‘적’에 대한 파괴적 잔인성을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행위에 있는 듯하다. 영화나 게임에서는 적을 괴롭힐 때마다 재미와 희열이 더 커지게 된다. 다만 사회에서 청소년들의 범죄행위를 막으려는 분위기가 강해지자, 그들의 방어책이 바로 법적 책임을 묻기 힘들면서 괴롭힘의 희열은 커지는 폭력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문제는 단기적 시정 교육보다는 교육청과 학교와 가정이 삼위일체가 되어 긴밀한 협력과 장기적 소통으로 해결해야 한다. 사회가 방심하는 사이에 여왕벌과 일벌로 청소년 사회의 위계질서가 변하고, 왕따가 은따로 진화하는 것처럼, 기성 사회 역시 긴밀하게 협조해야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는 우리 아이들의 행동과 마음가짐을 계도할 수 있을 것이다.

장윤진/따뜻한 가정심리상담연구소 소장 ·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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