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문석 칼럼] 누구를 위한 '검수완박'인가...유권무죄 무권유죄, 유전무죄 무전유죄 세상을 바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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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석 칼럼] 누구를 위한 '검수완박'인가...유권무죄 무권유죄, 유전무죄 무전유죄 세상을 바라나
  • 편집국장 송문석
  • 승인 2022.05.02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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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 권력과의 유착관계 형성한 정치검찰 역사 청산하고 권한남용 제한이 검찰개혁 핵심
'검수완박'은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범죄 검찰 수사 손떼게 해 거악 판칠 가능성
정치인 권력자 재벌 등 대형 로펌 동원해 법망 빠져나가고 힘없는 서민들만 피해 볼 수도
지난해 검경수사권 조정 이후 이미 경찰 조사 지연 사례 경험 74% 달해 국민 피해 현실화 중

더불어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나섰다. 오는 3일 오전으로 예정된 국무회의를 연기해달라고 청와대에 요청한 모양이다. 통상 화요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국무회의 시간을 오후로 늦추거나 아예 다른 날로 미뤄달라는 요구다.

이유는 이렇다. 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것을 골자로 한 검찰청법 개정안을 4월 30일 사실상 단독으로 처리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나머지 ‘검수완박’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3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게 민주당의 계획이다. 그런데 국회에서 예상되는 국민의힘 반대를 무릅쓰고 3일 오전에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법안을 정부로 이송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어 오전 10시 국무회의 시간에 맞추는데는 빠듯하다는 게 민주당의 계산인 모양이다. 

'검수완박' 법안 중 검찰청법 개정안 수정안이 4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처리에 들어가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사진: 더팩트 제공).
'검수완박' 법안 중 검찰청법 개정안 수정안이 4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처리에 들어가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항의하고 있다(사진: 더팩트 제공).

민주당은 이번 국무회의 연기 요청 외에도 ‘검수완박’을 위해 온갖 희한한 꼼수는 모두 동원했다. 첫 번째 꼼수는 무소속 양향자 의원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사보임이었다. 사실상 민주당 의원이나 마찬가지인 양 의원을 법사위로 옮겨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였다.

안건조정위는 각 상임위원회에서 숙고가 필요한 쟁점 법안을 최장 90일간 논의하는 기구다. 소수 정당이 다수당의 일방적 법안처리를 막는 합법적 장치다. 안건조정위 구성도 이런 취지에 따라 국회법상 여야 교섭단체 소속 의원이 3:3 동수로 구성된다. 그런데 해당 상임위에 무소속 의원이 있을 경우 소수의 의견도 반영하자는 본래 법 취지에 따라 야당 몫에서 1석을 빼내 무소속에 내어주도록 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악용해 양향자 의원을 법사위로 사보임해 안건조정위를 4(민주당3+양 의원1) : 2(국민의힘)로 구성하려 했다.

그러나 양 의원이 뜻밖에도 민주당의 일방적인 ‘검수완박’ 법안처리에 문제를 제기하고 반발하면서 꼼수작전이 어그러지고 말았다. 민주당의 꼼수는 다시 진화한다. 이번에 법사위로 사보임한 민형배 의원을 ‘기획탈당’ 시켜 무소속으로 만들어 안건조정위를 자신들의 의도대로 끝내 무력화시켰다.

법사위를 통과한 ‘검수완박’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자 소수 야당인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건 국회법에서 허용한 유일한 저지 수단인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밖에 없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그것조차도 살라미(회기 쪼개기) 전술로 무력화시켰다. 회기를 하루 단위로 쪼개버린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다음 날 0시를 기해 회기 종료와 함께 필리버스터도 자동 종료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은 30일 국회의 검찰청법 통과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사진: 더팩트 제공).
서울중앙지검은 30일 국회의 검찰청법 통과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사진: 더팩트 제공).

민주당은 국회의장 중재안을 야당이 의원총회에서 추인까지 해놓고 파기한 것을 국회 강행처리의 이유로 삼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정치적 판단미스와 소속 의원들의 무책임한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렇다고 해서 절차적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그들 스스로 만든 국회법 조차 넝마로 만들어버리면서까지 번개불에 콩 튀겨먹듯 ‘검수완박’을 해야하는 이유로는 설득력이 약하다. 민주당 안에서조차 “검수완박 처리 안하면 문재인 청와대 사람 20명이 감옥갈 수 있다” “검찰로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를 지키려면 검수완박을 해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국민들 사이에서는 “도대체 지난 5년간 무슨 짓을 했길래 저럴까”라든가 “정권교체가 되지 않고 이재명이 대통령이 됐어도 검수완박을 했겠느냐”는 의심이 넘친다. ‘검수완박’이 검찰개혁과는 관계없이 뭔가 딴 속셈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검찰이 국민으로부터 욕을 먹은 가장 큰 이유는 정치권력의 시녀 역할을 하며 부당한 권력의 린치핀(linchpin) 역할을 해왔다는 거다. ‘권력의 주구(走狗)’, 즉 대통령을 위시한 지배권력의 사냥개 노릇을 해왔다는 게 국민들의 시선이다. 입으로는 ‘대한민국 검사’라며 정의의 사도인 양 으스대지만 영화 대사처럼 ‘물라면 물고, 놓으라면 놓는’ 권력자의 충견으로 살아오지 않았느냐는 거다.

검찰과 권력의 유착관계는 보수이건 진보이건 어느 정권 가리지 않고 유구하고 면면히 이어져왔다. 정권은 인사권을 무기로 틀어쥐고 지금은 사라졌지만 ‘검사동일체의 원칙’에 따라 상명하복이 철저하게 몸에 밴 검찰을 정치적 목적에 따라 활용했다. 검찰은 검찰대로 출세욕에 눈이 먼 수뇌부와 일부 정치 검사들이 정치권력 앞에 입속의 혀처럼 굴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왔다.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 틀 안에서 누구로부터도 통제받지 않은 아성을 쌓았다.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데 반대를 하는 이는 없다. 심지어 검찰 내에서조차 양식있는 검사들은 정치적 야심에 불타는 수뇌부와 정치검사들 때문에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자신들의 처지를 한탄하며 제자리를 잡기를 바랐다.

그래서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검찰개혁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나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검찰개혁에 누구보다 관심을 쏟았다. 2011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던 문재인 대통령은 김인회 인하대 로스쿨 교수와 2011년 ‘검찰을 생각한다’는 책을 낼 만큼 검찰개혁을 화두로 삼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재임 중 아이러니하게도 드러내놓고 검찰을 정권 유지에 최대한 활용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 특수부는 역대 최고로 강화됐다. 적폐청산의 첨병으로 이용했다.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을 구속한 것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였고, 주요 보직에는 특수부 검사들을 앉혔다. 지금은 대통령 당선인이 됐지만 윤석열을 기수로 내세웠다. 그래놓고는 조국 수사가 시작되자 칼잡이들을 변방으로 보내고 친정부 검사들로 그 자리를 채웠다. 그러자 월성1호기 경제성조작, 울산시장 선거개입, 대장동 비리 등 초대형 권력형 사건은 캐비닛으로 슬그머니 들어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단행한 검찰 인사로 신주류로 등장한 친정부 검사들은 여권에 부담가는 사건들은 유야무야 뭉개고 외면하며 심기를 보살펴주었다. 그리고 2019년, 2020년 잇따라 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조정 법안을 처리한 뒤 검찰개혁이 완성된 듯 환호작약했다. 마치 ‘정의사회 구현’이 시작된 듯했다.

그런데 대통령 선거가 끝나자 완성됐다던 검찰개혁이 다시 거론됐다. 이유는 한가지 뿐이다. 정권교체로 자신들이 내쫒았던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사실을 빼면 도무지 이 황당한 현실이 설명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고서야 온갖 꼼수를 다 부려가면서 문재인 임기 내에 법안공포까지 끝내야겠다는 속결속결식 작전이 성립되지 않는다. 74년간 유지돼 온 형사 사법체계를 공청회 한번 없이 이렇게 무지막지한 방법으로 뜯어고치고 뒤죽박죽 붙여놓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그것이 이상하다.

대한변협이 변호사 115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작년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이후 ‘경찰 조사 지연 사례를 직접 경험했다’는 응답자가 73.5%(849명)나 됐다. 경찰에 사건이 몰리면서 현장에서는 애궂은 서민들만 피해를 이미 보고 있다는 조사결과다. 경찰의 능력 탓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수사권 조정으로 무너진 수사체계 때문에 빚어지고 있는 현장의 모습이다.

더구나 이번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의 직접 수사범위를 현재 6대(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범죄 중 부패, 경제범죄 등 2개로 줄였다. 그나마도 수사검사와 기소검사가 분리된다.

3일 임시국회에서 민주당이 강행 처리할 형사소송법에는 경찰이 무혐의 처분한 사건을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검찰이 보완 수사를 할 수 있게 했다. 별건 수사를 막는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추가 혐의가 드러나도, 공범이 밝혀져도 그냥 덮어야 한다는 얘기다. 또 고발인은 무혐의 처분에 이의신청할 자격이 없어져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피해가 우려된다.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등 권력자들의 공직범죄, 선거범죄는 이제 검찰의 칼날에서 벗어나게 됐다. 국가안보, 방산비리, 대형참사 범죄 역시 검찰은 수사할 수 없다.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가 분리됨에 따라 사건 내용을 잘 모르는 검사가 제대로 기소를 한다는 건 무리다.

또 경찰에 힘을 몰아주고 이를 제대로 견제할 장치가 없을 경우 또다른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경찰을 폄훼하려는 게 아니고 권력이 집중되면 그것이 무엇이든 부패하고 악용하고 남용하게 된다. 

결국 검찰개혁이 정치권력과의 유착 고리를 끊고 수사기관 간의 상호견제를 통해 인권보호를 해야 한다는 본연의 취지와는 다르게 '검수완박'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오히려 거악이 활개를 치고 권력과 재력을 가진 자들은 대형 로펌을 동원해 법꾸라지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반면 변호사를 살 능력이 없는 힘없고 돈없는 서민들은 억울하게 누명을 써도 호소가 불가능하거나 피해를 당해도 제대로 회복이 되지 않는 일이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 민주당의 구상대로 진행된다면 도대체 누구를 위해 ‘검수완박’을 했느냐는 원성이 곳곳에서 터지지 않을까 싶다. 힘 없는 서민을 위하고 기득권자 권력자의 특권을 없앤다는 자칭 진보정권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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