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재운 칼럼] 독성지식으로는 지구위기 문제 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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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재운 칼럼] 독성지식으로는 지구위기 문제 풀지 못한다
  • 진재운 KNN 대기자
  • 승인 2022.04.11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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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터스텔라'는 독성지식이 낳은 산물
"헛된 희망은 두려움보다 위험"... 긍정의 힘 중요
오는 8월 부산서 도전적인 지구 살리기 영화제 개최

‘독성지식’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식이 스스로의 삶에도, 세상에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생각을 오염시켜 자신에게도 세상에게도 해가 되는 것입니다. 이런 지식의 독성으로 한번 오염된 생각은 혈관을 타고 전신으로 퍼져 나가 결국 자신도 세상도 파멸에 이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 세상에는 무엇이 ‘독성지식’이고 그 독성지식은 어떻게 작용할까요? 지금 하루가 다르게 세상에 퍼져나가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요?

영화 '인터스텔라'와 독성지식 

다양한 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기후변화에 대한 소식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고, 또 우리의 감각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몸과 생각에 어떻게 작용을 할까요? 여기에는 코로나 19로 여전히 고통을 받고 있고, 봄이 왔지만 지구 곳곳에서 꿀벌들이 사라지고 나비가 보이지 않는 것과, LA와 한반도와 시베리아에 꺼질 줄 모르던 산불,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서 빚어지고 있는 전쟁의 참상이 모두 하나로 연결돼 있어 모두가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이런 정보들이 쏟아지면서 ‘문제를 더욱 해결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점입니다.

지난 2014년 개봉한 영화 '인터스텔라'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많은 관객들을 불러들이며 2016년과 2020년 재개봉까지 했습니다. 국내 관객 수만 1천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2천억  원이라는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 붓고, 8천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렸습니다. 가히 성공적인 영화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영화에는 소위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이라는 물리학의 블랙홀을 구현하는 새로운 지식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소위 철학과 수익을 거머쥐었다는 평론가들의 평가가 주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전형적인 ‘독성지식’의 하나라는 평가를 내려야겠습니다. 엄청난 흥행을 일궈냈지만 이 영화 때문에 ‘기후위기’에 대한 세상의 인식과 대응은 한 발짝 더 멀어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의 위험성을 보여준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에도 우리는 과학기술의 발전된 힘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는 희망(?)을 던진 것입니다. 희망은 좋은 것입니다.

“헛된 희망은 두려움보다 위험하다.” '반지의 제왕'을 쓴 언어학자 톨킨의 말입니다.

영화에서 말하는 희망은 인간의 과학기술이 인간을 구원해 준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설정은 간단합니다. 지구는 더 이상 환경오염으로 희망이 없다는 것이고, 엄청난 지식의 향연으로 블랙홀의 수수께끼를 풀고 결국 새로운 행성을 만들어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영화라는 지식은 아무도 모르게 독성을 품었습니다. 바로 인류의 지식이 인류가 만든 문제를 풀고 인류를 구원할 수 있다는 설정입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라고 하지만 이 두 가지 설정으로 지구회복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은 추락했습니다. 더욱이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 영화여서 더 심각합니다. 이 두 가지 설정은 산업혁명을 전후해 사람들이 가진 잘못된 희망, 길을 잘못 들게 하고 있습니다. 이 시기 과학자들은 생명 복제 등 몇 가지 문제만 풀면 과학이 모든 자연현상을 풀어낼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이 호기심과 자신감이 엄청난 과학기술의 진보를 이뤄냈지만 곧 호기심은 갈망이 되고 자신감은 자만심이 되면서 지구는 기후위기라는 지금의 모습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정확히 갈망과 자만심을 호기심과 자신감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여기에 과학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말입니다.

기후위기의 해결책을 찾는 도전적인 영화제가 오는 8월 열린다(사진 제공: 진재운 대기자).
기후위기의 해결책을 찾는 독특한 환경 영화제가 오는 8월 열린다(사진 제공: 진재운 대기자).

과학 지식이 지구를 구원? 

신의 영역이라던 생명 창조를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초기 미생물의 움직임을 만드는 것까지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과학기술은 작용을 풀어내면서 늘 그 반작용을 계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반작용은 늘 부작용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석유세대입니다. 석유로 차를 움직이게 할 뿐 아니라 플라스틱과 의복 등 생활에 사용하는 대부분의 원재료이기도 합니다. 과학기술의 엄청난 발전은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부작용은 간과했습니다. 그 때부터 시작된 석유의 부산물인 플라스틱들이 강으로 바다로 쏟아져 들면서 지금도 끊임없이 작게 잘게 부서지고 대양에 퍼져 갑니다. 플랑크톤이 먹고 물고기들이 먹고 그것을 사람들이 먹습니다. 매년 한 사람당 최소 신용카드 한 개 분량의 초미세 플라스틱을 먹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습니다. 중금속 등은 제외된 통계입니다. 너무나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그 부작용을 없애는 방법은 모릅니다. 돈벌이가 안되기에 연구조차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시 '인터스텔라'로 가보겠습니다. 이 영화의 영향력은 실로 막대했습니다. 그 영향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환경의 오염과 파괴로 우리 지구에 대한 희망이 별로 없다,” 그리고 “우리의 과학기술은 우리를 구원해 줄 것이다.” 이 정도면 소위 과학기술이 종교보다 우위에 올라서 있을지도 모릅니다. '인터스텔라'의 영향력은 대중들로 하여금 지구 그 자체에 대한 희망을 말해주기 보다는 과학기술이 구원할 것이라는 지금껏 계속 실패해온 오류를 또다시 범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맹신과 추종은 파멸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지난해 7월 상업적 우주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주여행을 가는 건 지구를 탈출하는 것이 아니다. 지구는 태양계에서 유일한 좋은 행성이다. 우리는 (태양계) 모든 행성에 로봇 탐사선을 보냈다. 보장하건대, 지구는 정말 유일한 좋은 행성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구를 돌봐야 한다. 만약 당신이 우주에 가서 지구가 얼마나 연약한지 보고나면 더욱 돌보고 싶어지게 될 것이다...” 이 말은 단순합니다. 인류가 걸어왔고, 또 걸어가야 할 터전이 바로 지구라는 작은 행성이 유일하다는 것과, 이 행성이 지속가능해야 인류도 지속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지구가 지켜질 때 모든 가능성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다시 기후변화로 돌아갑니다.

기후변화는 그 단어자체만으로도 이미 부정적인 기운들로 가득한 절망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고 있습니다. 신문을 읽든 TV를 보든 SNS에서 쏟아져 오는 짜투리 정보를 소화하든 우리는 대부분 기후변화를 기후 재난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눈과 귀의 감각으로 기후위기를 받아들이면서 몸에서는 소화를 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호주에서 사회과학자이면서 기후행동과 건강 웰빙을 연구하고 있는 리베카 헌틀리가 쓴 책이 흥미롭습니다. 그녀는 '기후변화 이제는 감정적으로 이야기 할 때'라는 책에서 실제로 수많은 연구 결과 우리가 인류를 비관적으로 바라볼수록 기후변화 대처법 모색에 소극적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반대로 풀면 우리가 인류를 희망적으로 바라볼수록 기후변화 대처법 모색에 적극적이 된다는 것입니다. 기후 절망이 불러일으키는 사안의 심각성, 통제력 상실, 타인과의 괴리감으로 인해 어떤 사람들은 기후변화에 대처할 수 없다고 결론짓습니다. 바로 기후변화를 해결 불가능한 문제로 묘사하는 것부터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기후변화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들의 심리에 부정적인 작용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다는 것과, 다양한 매체에서 부정적으로 쏟아낼수록 인식은 더 절망적이고 파멸적이 된다는 것입니다. 기후변화에 ‘저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항복하고, 대신에 전혀 다른 방향에서 문제를 풀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길을 잃은 상태가 됩니다. ‘길을 잃은 희망상태’입니다.

기후위기 해결책 찾는 영화제 

오는 8월 부산에서 도전적인 영화제가 열립니다. 바로 지구환경 변화로 인한 문제와 해결방법을 다룬 영화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제1회 하나뿐인 지구영화제'입니다. 여기에는 지구환경의 현 상황과 솔루션까지, 즉 정확한 인식과 대응 해결까지를 모색해 보는 자리를 가집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기업의 존재가치를 새롭게 정립하기 위한 ‘ESG 컨퍼런스’, 생활 전반에 끼치는 다양한 환경적 영향에 대해 고민해 보는 ‘Green Life Show’도 영화제 기간동안 함께 합니다. 영화의 도시 부산이 가지는 장점을 살려서 기후위기 상황에서 영화와 영상매체가 가진 파급력을 통해 위기의 해결점 즉 희망을 모색해보는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막연한 희망을 품는 영화제가 아니라, 당연히 가져야 할 희망을 찾아서 보여주는 영화제로 태어날 것입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한 철학자의 단순한 문구가 강한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긍정은 그 자체로 힘입니다. 이것은 정확한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한 긍정입니다. 그런 긍정일 때만 희망은 길을 찾은 희망으로서 가치가 생겨납니다. 영화제는 사과나무를 심는 심정으로 세상에 긍정을 희망을 심고자 합니다. 부산이 그 울림의 진원지가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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