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길은 멀고, 생계는 알바로, '비자발적 프리터'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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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길은 멀고, 생계는 알바로, '비자발적 프리터' 급증
  • 취재기자 천동민
  • 승인 2016.07.21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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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 프리터 족도 증가세...경기 부진 악순환 씨앗 될 수도 / 천동민 기자

백모(24, 경남 창원시 내서읍) 씨는 대학을 그만 둔 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2년째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알바를 해서 얻은 수입으로 교통비, 식비, 통신요금 등을 쓰고 나면 남는 돈이 별로 없다. 그는 “부모님한테 무작정 의지할 수도 없어 알바를 시작했다. 당장은 생활할 수 있지만, 점점 미래에 대한 걱정이 깊어진다”고 말했다.

백 씨와 같이 일해야 할 상황에서 직장을 가지지 못하고 알바로 생활하는 사람들을 ‘프리터족’이라고 한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용어인 프리터족 '은 자유(free)와 아르바이터(arbeiter)를 합성한 말로 '자유 아르바이트 족'이란 뜻으로 옮겨질 수 있다. 직장에 소속되기를 거부하고 자발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와 일자리 감소로 취업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비자발적인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바뀌었다. '비자발적인 자발적 아르바이터'라는 형용모순적인 단어이지만 현재는 이렇게 뜻이 바뀐 것. 최근 국내에는 이런 비자발적 프리터 족이 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알바 전문 포털 알바몬에서 조사한 연령별로 자신이 프리터족이라고 응답한 비율. 20대에서 40대에 걸쳐 프리터 족은 여러 연령대에서 나타나고 있다(자료출처: 알바몬).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20세 이상 성인남녀 2,006명을 대상으로 프리터족 현황을 조사한 결과, ‘본인은 프리터족인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3명에 달하는 31.4%가 ‘그렇다’고 답했다. 그중 20대 응답자의 60.9%와 30대 응답자의 51.4%는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지낸다’며 프리터 생활이 비자발적 선택이라고 밝혔다.

6개월째 프리터 생활 중인 우모(24, 부산 동래구) 씨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틈틈이 알바로 용돈을 벌어 쓰고 있다. 그녀는 졸업하면 금방 취업이 될 줄 알았는데 막상 졸업해보니 취업의 문턱은 높았다. 그녀는 “계속해서 취업을 위해 자격증 공부 등을 하고 있지만, 당장 생활을 위해 주말 알바를 병행할 수밖에 없다”고 자신의 상황을 전했다. 김모(26, 부산 남구) 씨도 우 씨와 마찬가지로 프리터 생활을 하며 취업을 준비 중이다. 그가 알바를 시작한 지는 4개월이 조금 넘었다. 그녀는 “취업준비와 함께 일을 하면 힘이 든다. 언제까지나 이렇게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지만, 이를 극복하려고 열심히 살게 된다”고 말했다.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정모(28) 씨는 3년째 직장을 구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프리터 생활을 하고 있다. 직장을 구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그가 느끼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는 “언제까지나 알바만 하면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인데, 나처럼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취업난을 겪고 있는 20, 30대뿐만 아니라 사업실패나 회사 정리 해고 등으로 인해 생계유지가 어려워진 40대 이상 장년층 프리터족도 늘어나고 있다. 장사가 잘 안 되어 가게 문을 닫고 비정규직으로 보안업체에 들어간 천모(51, 경남 창원시) 씨는 자본이 없어서 다른 장사하기도 어렵고 가장으로서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알바 일을 시작했다. 천 씨는 “이 나이 먹고 다시 직장에서 막내 생활을 하려니 힘들지만, 생계 유지를 위해 꾹 참고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9, 경남 창원시) 씨는 최근 홀에서 일할 알바생을 모집하면 40, 50대 여성 지원자가 많아 마음이 아프다. 김 씨는 “40, 50대 중년 여자들이 알바를 구하는 이유를 들어보면 딱한 사정이 많다. 남편이 직장을 잃거나 사업이 망해 당장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분들을 보면 남의 일 같지 않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취업난으로 일자리를 구하지 못 하는 사람이 많지만, 다양한 제도적 지원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계 회사 임원을 지낸 경제 전문가 김재원 씨는 프리터족의 지속적인 증가가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재원 씨는 우리나라는 비자발적으로 프리터가 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고, 저소비, 저성장 등 일본과 같은 경기침체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뒤늦기 전에, 우리 정부도 프리터 현상의 심각성을 깨닫고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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