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영화로 이룬 평등 세상의 꿈"...오스카상 신선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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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영화로 이룬 평등 세상의 꿈"...오스카상 신선한 변화
  • 취재기자 김나희
  • 승인 2022.03.29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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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국적, 인종, 장애, 성소수자...모두의 축제가 된 아카데미상
과거 보수적이고 백인 남성 중심이라 비판받던 오스카의 변화
오스카의 신선한 행보는 미래 영화계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변화를 이끌어 가고 있다. 성별, 국적, 인종, 장애, 성소수자와 상관없이 단지 ‘영화’ 아래 모두가 평등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지난 27일과 28일, 2022년 제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The Oscars 2022)에서 그해 최고의 영화에게 수여하는 작품상과 각색상을 영화 ‘코다’가 수상했다. ‘코다’에 출연한 배우 트로이 코처도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코다'(CODA-Children Of Deaf Adult)는 청각 장애인 부모를 둔 비장애인 자녀를 뜻하는 말이다. 가족을 세상과 연결하는 코다인 주인공을 중심으로 청각 장애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코다’는 배역 대부분을 청각 장애인 배우가 연기했다.

오스카에서 ‘코다’의 수상은 뜻하는 바가 크다.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작품상에 ‘코다’가 불린 꿈 같은 순간, 그것은 또 다른 많은 장애인에게 하나의 ‘꿈’이 됐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더 넓은 시각을 가진 세계가 된 것이다.

오스카의 하이라이트는 ‘코다’의 배우 트로이 코처가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순간이었다. 올해 남우조연상 시상자인 배우 윤여정이 수상자 트로이 코처에게 수어로 먼저 축하를 전한 후 그의 이름을 호명했다. 관객들도 양손을 흔드는 수어 박수로 그를 축하했다.

배우 윤여정이 남우조연상 수상자 트로이 코처에게 트로피를 전달하고 있다(사진: 더팩트 제공).
배우 윤여정이 남우조연상 수상자 트로이 코처에게 트로피를 전달하고 있다(사진: 더팩트 제공).

트로이 코처는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첫 번째 남성 청각 장애인 수상자다. 제59회에서 영화 ‘작은 신의 아이들’로 청각 장애인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말리 매트린 이후 남성 청각 장애인으로선 첫 수상이다. 말리 매트린은 영화 ‘코다’에서 트로이 코처의 부인 역할을 맡아 연기했기에 이번 트로이 코처의 수상이 더욱 뜻깊다.

영화 ‘코다’의 작품상 수상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영화의 최초 수상이기도 하다. OTT 서비스인 애플TV+의 스트리밍 영화 ‘코다’는 극장 개봉 없이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코다’의 수상과 작품상 후보에 오른 10편의 작품 중 5편이 OTT 영화였다는 점은 OTT가 성장세와 변화를 그대로 말해준다. 

백인 남성 위주의 보수적인 지역 시상식이라고 비판받던 오스카가 이제는 매년 최초라는 타이틀을 갱신하며 그 세계를 넓혀 가고 있다. 올해 남우조연상 시상자였던 배우 윤여정도 작년인 2021년 제93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재작년인 2020에는 제92회 오스카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최초이자 비영어권 영화 최초로 ‘기생충’이 작품상을 수상했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는 등 ‘기생충’은 4관왕을 기록했다.

오스카 역사상 최초 공개적으로 성 정체성을 밝힌 성소수자 수상자도 있다.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연기한 라틴계 배우 아리아나 드보스가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감독상은 영화 ‘파워 오브 도그’의 감독인 제인 캠피온이 수상했다. 오스카 역대 세 번째 여성 감독의 수상이다. ‘코다’의 감독 션 헤이더도 작품상을 수상한 세 번째 여성 감독이다.

영화 ‘킹 리처드’의 배우 윌 스미스는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흑인 배우로서 역대 다섯 번째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 ‘엔칸토’는 장편애니메이션상, 흑인 커뮤니티를 다룬 음악 다큐 ‘축제의 여름’이 장편다큐멘터리상을 수상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드라이브 마이 카’는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했으며 일본 영화 최초로 작품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제 오스카 시상식은 다채로운 세계의 시상식이 됐다. 이러한 오스카 시상식의 변화는 전 세계 사람들이 자유롭게 꿈을 펼칠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앞으로의 영화계 또한 오스카가 보여 준 행보를 기반으로 발전해 나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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