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론분열 사태에도 대통령은 국민통합 나서기보다 뒤로 나앉아 수수방관만
부동산실패 소주성 권력형성범죄 위성정당 등에도 내로남불 행태는 여전해
팬덤정치에 기대 지지층 중심 정치가 결국 문재인 정권 교체의 결정적 원인
전통적 충성도 높던 지지자들 왜 등 돌리고 정권심판에 손들었는지 자성해야
그럴 줄 알았다. 일찌기 여야 정권교체가 될 개연성이 높다고 봤다. 문재인 정권 출범 2년째 조국 사태가 발생했을 때부터다. “아, 조국 사태가 이 정부를 끝장내는 방아쇠가 되겠구나”라는 느낌이 확 들었다. 그 불길함은 청와대와 민주당, 그리고 극렬 문파들의 내로남불과 위선 오만 독선 패거리즘이 갈수록 심화되어 가는 모습에서 확신으로 변했다.
무슨 도사나 영적인 능력이 있어서 그렇게 앞날을 내다본 것이 아니다. 지하도 한구석에 돗자리를 펼 신기(神氣)가 있는 것도 아니고, 명리학을 공부한 적도 없다. 다만 국민들의 평균적인 시각이나 감정과는 정반대로 A4 용지만 읽어대는 문재인 리더십과 거기에 무비판적으로 문비어천가를 불러대는 청와대와 민주당의 친위부대, ‘문빠’들을 보면서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이 사람들이 스스로 무너지겠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이곳 ‘황령산 칼럼’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비관적 앞날을 예고한 건 그들의 권세가 하늘을 찌르고 대통령 인기도가 끝없이 치솟을 정권 초기였다. 언론 칼럼이란 게 잘한다는 글보다는 잘못한 일을 지적하는 게 일반적이다. 언론의 역할이 권력에 아양을 떠는 데 있는 것이 아니고 그들을 감시하고 시민과 공동체의 권익에 최우선적으로 복무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2년을 갓 넘길 무렵 ‘그들만의 리그, ’조국사태‘의 끝은 어디인가’(황령산칼럼 2019, 9, 9일자)에서 조국사태가 결국 ‘정권의 명운’을 가를 것이라고 예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청와대 비서실에 선물해 방마다 걸어두고 있다는 ‘춘풍추상(春風秋霜)’ 액자 글귀를 들어 정권 핵심부의 내로남불과 이율배반 행태가 문재인을 지지했던 중도성향 지지자, 자유주의 성향 유권자를 돌아서게 할 것이라고 봤다.
‘춘풍추상’은 알다시피 채근담에 나오는 말이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하고, 자신에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 줄임말이다. 그런데 이 글귀가 거꾸로 남에게는 서릿발처럼 엄격하게 대하고, 자신에게는 봄바람처럼 부드럽게 하는 ‘대인추상 지기춘풍(待人秋霜 持己春風)’이거나 나에게도 남에게도 모두 봄바람처럼 하늘거리는 ‘춘풍추풍(春風秋風)’으로 권력 내부에서 읽고 있는 것 아니냐는 거였다. 국회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받지 못한 장관 내정자가 역대 정부 최고로 양산된 것은 결국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인사검증능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조국 본인조차도 딸 입시문제로 도마에 오른 터에 그가 엄정한 법집행의 책임자인 법무장관직에 오르는 것은 ‘춘풍추상’의 정신에 맞지 않는다는 요지였다.
하지만 그런 비판이나 지적은 그들의 귀에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민주당 안이나 밖에서 조국 법무장관 임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면 벌떼처럼 달려들어 공격했다. 자칭 어용지식인 유시민은 "온갖 억측과 짐작, 추측, 희망사항을 결합해 '절대 부적격' '위선자' '이중인격자' '피의자'라고 하는 것은 다 헛소리"라고 했다. 경희대 교수인 김민웅 목사는 “조국을 먹잇감으로 넘기겠다는 자들은 그가 누구든지 이제 적”이라 표적을 찍었고, 시인 안도현은 “조국을 물어뜯으려고 덤비는 승냥이들이 더 안쓰럽다”며 비판했다. 조국의 언행불일치를 지적하고 청년들의 실망감 등을 대변하며 비판적 입장을 밝힌 ‘조금박해’(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 의원은 친문으로 분류되는 같은 당 동료의원들로부터 공개 비공개적인 질타를 당했다. ‘프락치’ ‘한국당에 가라’ ‘낙선시키겠다’는 문자폭탄이 수 만 건 투하됐다.
친위부대의 엄호와 융단폭격에 고무됐는지 문재인은 끝내 ‘조국을 선택했다’. 그 역시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은 말뿐이었다. 문재인 정권의 불길한 끝이 눈에 보였다. 당시 칼럼은 이렇게 마무리했다.
‘조국의 무엇에 꽂혀 이토록 정권의 명운을 걸고 ‘몰빵’ 하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참으로 답답하다. 걱정이 앞선다.’
촛불민심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조국사태로 결국 불행하게 끝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은 머릿속에 계속 아른거렸다. 그래도 이 지점에서라도 유턴을 한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겠다 싶어 ‘이게 나라냐? ...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통합의 리더십 보여야’(2019, 10, 7일자)라는 칼럼으로 분열된 민심을 통합하는데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고 촉구했다. 촛불과 노란색 플래카드를 든 ‘서초동파’와 태극기와 흰색 붉은색 플래카드를 든 ‘광화문파’로 나뉘어 적개심을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국론분열을 대통령이 그대로 두고 보는 것은 대통령직의 중대한 직무유기라고 봤다. 취임사에서 자신을 찍었던, 찍지 않았던 정파를 떠나 화합의 대통령,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을 지키라고 했다. 안보를 통한 국가의 영속성 유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통합을 이뤄내는 것은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대통령의 책무다.
그러나 문재인은 특유의 뭉개기, 고구마 스타일로 장막 뒤로 숨어버렸다. 문재인은 2017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극렬 지지자들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의원이나 상대 후보에게 문자폭탄과 18원 후원금을 보내는 걸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감싸 안은 위험한 생각을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여전히 유지했다. 그에게 국민 전체는 보이지 않고 자신을 지지하는 ‘문빠’들만 끌고가면 정권 유지가 된다고 본 게 아니었나 싶게 국론분열상을 수수방관했다. 어떨 땐 편을 갈라치기 하며 자파 세력의 결속력과 지지를 즐기는 듯 했다.
결국 문재인이 “본인이 책임져야 할 명백한 위법 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강행하는 순간 정권의 운명을 조국 한 사람과 맞바꾸는 도박을 했다고 나는 봤다. 그리고 전 국민을 분열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말았다. 그런데도 그는 청와대 안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일을 저질러놓고 뒤처리는 광장의 군중에 맡겨버렸다.
'직접민주주의가 교과서적으로는 옳지만 광장정치가 휩쓸면 전체주의 파시즘 독재로 흐를 소지가 많다. 제도권 정치가 실종되면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게 된다. ‘문명의 충돌’ 저자인 새뮤얼 헌팅턴은 직접민주주의의 확대를 ‘참여 폭발의 위기’라며 “사회 전반에 참여 욕구가 팽배한 데 이를 대처하는 정부의 능력이 떨어지면 국가는 무너진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국론분열로 국민들이 반쪽으로 나뉘어 가족간 친구간에도 불화가 솟구치던 사태는 조타수가 없는 상태에서 표류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당시 대통령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그래도 대통령에 대한 희망을 버릴 수 없었다. 아니 대통령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봤다. 문재인의 성격상 나설 것이라고 기대는 하지 않으면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정파와 이념, 지역과 빈부를 떠나 대한민국호 자체가 에너지 고갈로 후퇴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당장 대통령이 국민통합에 나서고, 조국은 법무장관직에 물러나야만 해결될 것이라는 조언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검찰개혁도, 정권의 미래도 없다고 지적했다. 집권 2년차에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면서 제왕적 대통령 권력을 누리고 있는 것 같지만 그건 겉으로만 그럴 뿐 시간은 결코 대통령의 편이 아닐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길지만 그 때 칼럼 마지막 부분을 그대로 인용한다.
‘대통령이 사태를 진정시켜야 한다. 대통령은 국가안보를 지키는 것과 함께 국민통합이라는 막중한 의무가 있다. 국론분열은 시간이 지날수록 대통령을 향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지지기반을 무너뜨리게 될 것이다. 대통령은 특정 정당의 후보로 당선됐지만 당선된 순간 모두의 대통령이어야 한다.
조국 장관 스스로 물러나게 해야 한다. 지는 게 이기는 길이다. 그래야 검찰개혁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명분과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검찰개혁은 조국보다 더욱 개혁적이고 강력한 인물을 내세워 추진하면 될 일이다. 조국을 붙들고 있는 한 검찰개혁도 물 건너가고 정권도 흔들리게 된다. 시간은 결코 대통령의 편이 아니다.’
조국사태 이후 어떻게 흘러갔는지는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사의 백미인 이 말은 ‘춘풍추상’ 만큼이나 공허하고 황당하고 웃프게 끝나고 말았다.
28차례나 된 부동산정책에도 투기는 잡히지 않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어 서민들과 청년들에게 박탈감과 좌절감을 안겼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정부의 권력층은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강남 아파트 전세보증금을 올려받거나 ‘똘똘한 한 채’를 고수해 야무지게 재테크를 했다. 마차가 말을 끌고, 꼬리가 개를 흔든다는 비판을 들은 ‘소주성(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코로나로 지친 자영업자들을 더욱 코너로 몰고 일자리를 구하려는 알바생에게 고통을 주었다.
안희정 박원순 오거돈으로 이어지는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민주당 현역 여성의원(남인순 진선미 고민정)은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으로 부르며 2차 가해를 서슴지 않았다. 민주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을 바른미래당 정의당 민주평화당 등과 연대해 강행처리해 놓고 꼼수로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이해찬 대표는 “국민의 투표권을 침해하고 정치를 장난으로 만든다. 명분이 없다”고 말해놓고 민주당은 전당원 투표를 거쳐 이를 뒤집었다. 하고 싶은대로 다 했다. 눈치코치 볼 것도 없었다. "우리 이니 하고 싶은 거 다 해"는 문재인 정부 어디에나 적용됐다.
검찰개혁 한다면서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고, 공수처를 만들고, 검사 인사를 통해 기가 센 검사는 변방으로 내쫓고 핵심요직에 친정부 성향 검사들을 앉혀 놓았다. 그런데 지금까지 권력형 비리, 대형 경제 비리의혹에 연루됐다는 사람들이 검찰청 포토라인에 선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LH, 월성, 울산, 대장동, 성남FC 등 어떤 것도 속시원하게 수사가 된 적이 없다. ‘문재인 보유국’은 권력비리가 아예 발붙이지 못할 정도로 갓 태어난 아기처럼 깨끗하기 때문인가.
문재인 정부 5년은 ‘내로남불’ 네 글자로 압축될 듯하다. 진보학자 강준만 교수가 책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에서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 사례를 정리하다 그만뒀다"며 거의 모든 게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한 것처럼 집권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내로남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고도 민주당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걸 본 적이 거의 없다. 자신들을 비판하고 반대하는 세력을 ‘악의 화신’으로 표적삼아 놓고 우기고 억지부리고 뒤집어씌웠다. 자신은 지고지순, 순결무구, 완벽 그 자체이기 때문에 잘못이 없다는 투였다. 그 결과는 3.9 대선 패배, 정권교체였다.
그렇다면 대선 패배 이후 달라졌을까. 그런것 같지 않다. 이번에는 국민의 힘, 비판적 지식인 등 외부의 적 대신 민주당 내부에서 적을 찾아 책임전가를 하고 몰매를 안긴다. 국회와 지방의회는 물론 법원 검찰 경찰 감사원 국세청, 심지어 방송을 비롯한 상당수 언론까지 친정부 성향으로 만들어놓은 상태에서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겼는데도 왜 그렇게 됐는지에 대한 반성은 없고 자성의 목소리는 내는 의원들을 향해 ‘배신자’ ‘내부총질’ 운운하며 문자폭탄을 퍼붓는다. 박근혜 탄핵국면에서 촛불을 들고 문재인을 지지했던 사람들 중 중도성향 유권자, 합리적 성향의 비판적 지지자의 상당수가 등을 돌리고 왜 빠져나갔는지, 그리고 정권교체 대열에 섰는지 차분히 따져보고 반성하는 게 우선이었다. 지난해 4.7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있었다. 하긴 그 선거조차도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가 뒤집었으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달라진 점은 하나 있다. 3.9 대선 패배 이후 문자폭탄 주력부대가 ‘문파’(문재인 극렬 지지층)에서 ‘친명’(친 이재명) 성향 커뮤니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대선 경선에서 이낙연 전 대표쪽에 섰던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문자총공(총공격)’의 타겟이 돼 1만 개 이상 문자폭탄을 받았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이재명 전 지사가 측근 정성호 의원을 통해 자제를 요청했을까 싶다.
묻지마식 팬덤 정치의 폐해를 지난 5년간 진저리치도록 경험하고 대선에서 패배했으면서도 여전히 반복하는 건 어리석다. 과거 콘크리트 지지층이라던 박근혜 지지자들의 ‘친박’ ‘진박’ 등의 팬덤정치 말로가 어떠했는지, 그리고 문재인 지지자들의 팬덤 정치가 어떤 결과를 불러왔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타인을 적대시하는 팬덤정치는 열린사회의 적이다. 그러나 이런 충고가 이들의 귀에 들어갈 것 같지는 않다. 여전히 민주당 초선 강경파들은 오늘도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관련 입법을 정권교체 이전 마무리짓겠다고 나서고 있다.
대선 패배 이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민주당의 이런 모습을 걱정하자 누군가 이렇게 냉소적으로 내뱉었다. “그러라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