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재운 칼럼] ’After Freedom’... 언론자유를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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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재운 칼럼] ’After Freedom’... 언론자유를 묻는다
  • 진재운 KNN 대기자
  • 승인 2022.03.06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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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자유도 높지만 신뢰도는 바닥
언론과 자본의 협업, 유착 현상 다반사
자유 만끽한 기사가 흉기로 돌아올 수 있어

’After Freedom’.

단어장에 없습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이 단어는 인도 출신 한국인 꾸마르 전 부산국제교류재단 총장과의 대화에서 처음 들은 것입니다. 언론이 맘 놓고 기사를 쓸 수 있는 자유를 얻었지만 정작 자유를 만끽한 기사가 흉기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한 것입니다. 사회적 책임도 함께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사가 공정하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국내 언론의 현실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언론의 자유도는 높지만 신뢰도는 여전히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을 면치 못하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보았다. 사람이 개 끌리듯 끌려가 죽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신문에는 단 한 줄도 싣지 못했다. 이에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전남매일 신문기자들이 사장에게 쓴 사직서 내용입니다. 이 글을 보면서 쿵쾅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기사 한줄 쓰기가 이렇게 힘든 세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언론의 자유가 정작 오염되면 흉기가 되고 있음을 수시로 목격하고 있습니다.

“가장 막강한 권력은 언론이다. 선출되지도 않고 책임지지도 않으며 교체될 수도 없다. 언론은 국민의 생각을 지배하며 여론을 만들어 낸다. 그들이 아니라고 하면 진실도 거짓이 된다. 아무리 좋은 일도 언론이 틀렸다고 하면 틀린 것이 된다.”

누군가 피를 토하듯 한 말입니다. 누구라고 생각되는가요? 바로 2008년 우리 곁을 떠나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이다’에 나온 글입니다.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인정합니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기자 밥을 먹은 한 사람으로서 전 100퍼센트 공감합니다.

언론은 자유롭습니다. 적어도 권력으로부터는 자유로워졌습니다. 그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있는듯 합니다. 그런데 족쇄가 채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족쇄는 권력이 아니라 어느 순간 자본으로부터였습니다. 광고라는 이름의 자본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진즉에 드리운 그림자였지만 지금은 노골적으로 ‘양산이며 우산을 접었다 폈다’를 합니다. 그러면 언론은 거기에 맞는 기사로서 보은에 답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언론과 자본의 협업이라 해야 할까요? 유착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언론은 공정이 생명이고 이를 내세우는 언론이 자본과의 짝 맞춤은 일단 제대로 된 기사의 소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기사의 소멸은 결국 기사의 소비자 즉 일반 시민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번 대선을 보면 언론의 공정성은 또 한 번 크게 훼손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보인 언론 행태의 키워드를 개인적으로 ‘침소봉대’와 ‘봉대침소’로 말하고 싶습니다. 일상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다반사’의 일인 ‘바늘’을 두고 ‘뭐 묻은 몽둥이’라고 뻥튀기 하는 기사가 난무하는 반면에, ‘뭐 묻은 방망이’를 ‘바늘’이라고 축소하거나 애써 외면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입니다. 그로인해 시민들 유권자들의 표심은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민심이 왜곡될 수 있고 그 피해는 대중들이 될 것이고 그 이득은 누가 볼지 뻔합니다.

지난 2021년 4월 실시한 리서치뷰의 설문조사.
지난 2021년 4월 실시한 리서치뷰의 설문조사.

일 년 전 쯤 재미난 여론조사가 있었습니다. 리서치뷰가 가장 신뢰하지 않은 방송 매체를 물은 것입니다. 32%, 압도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매체는 표에 나와 있습니다. 그러면서 '언론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가 67%로 비공감 22%보다 3배나 높았습니다, 가짜뉴스를 보도한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찬성은 80%에 달했습니다.

우리는 지금 무수한 언론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고도 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제방이 붕괴된 듯 터져 나오는 형국입니다. 언론의 자유가 다져진 위에 쏟아지는 기사들에 대한 믿음은 하지만 갈수록 꼬꾸라져 가고 있습니다. 언론의 신뢰도를 개별 언론 매체들이 알아서 올리는 노력을 할까요?

아마 힘들 거라고 봅니다. 그러다 보면 결국 언론의 신뢰도는 결국 시민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고, 그 방법은 언론개혁이겠지요. 그 시작은 언론을 소비하는 행태부터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정확히는 시민이 독자로 시청자로 회복하는 길입니다. 지금의 모습은 독자나 시청자이기를 포기하고 소비자서로만 걸터앉아 있습니다.

독자나 시청자는 기사를 읽고 보고 평가를 하지만 소비자는 소위 ‘눈팅’만 합니다. 그래서 언론은 더 자극적이면서 무책임한 기사들을 쏟아냅니다. 눈팅을 부채질하는 것이지요. 소위 낚시글까지 동원해서 말이죠. 이런 구조 속에서 언론은 감시보다 시민들을 소비자로 만드는 기사에 더 치중하게 됩니다. 시민들을 단순한 소비자로 만드는 것입니다. 악순환입니다. 자유의 상징인 언론이 모두에게 흉기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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