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를 우스꽝스럽고 과장되게 표현하는 행동 지양해야 한다는 사회적 의식 생겨... “시대에 맞지 않는 개그를 한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의 코미디쇼 ‘SNL코리아 시즌 2’가 엉터리 수어를 사용하는 모습을 개그로 사용했다가 수어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문제가 된 장면은 지난 12일 방송된 ‘SNL코리아 시즌 2’ 7화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에서 등장한다. SNL코리아는 방송에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편파 판정을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를 선보였다. 이 코너에서 배우 정혁은 기자 역할, 코미디언 정상훈은 인공지능(AI) 수어 통역사 ‘기가후니’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뉴스 속 수어 통역사를 패러디한 정상훈의 연기는 실제 수어와는 거리가 먼 과장된 행동과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엉터리 수어를 하는 모습을 묘사했다. 이를 두고 수어를, 나아가 농인을 비하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크게 일었다.
SNL코리아의 개그는 쇼트트랙 편파판정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수어를 과장된 행동과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표현함으로써 개그의 소재로 삼은 모습이 문제가 됐다. 농인(청각장애인)의 첫 번째 언어인 수어를 그저 개그로 사용하기 위해 엉터리식 수어를 쓰는 것은 수어의 언어권을 무시하는 것과 같다는 것. 농인들은 SNL코리아의 ‘수어 비하’ 개그를 두고 해당 영상의 삭제와 SNL코리아 측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사회가 변화하고 시민 의식이 발전하면서 약자를 우스꽝스럽고 과장되게 표현하는 개그를 지양해야 한다는 사회적 의식이 생겼다. 인종, 언어, 장애, 성별을 웃음거리나 비하 소재로 쓰지 말아야 한다는 암묵적 약속이 생긴 것. 사람들의 웃음을 이끌어내야 하는 개그라는 장르의 특성상, 어떤 소재를 가지고 개그를 할 것이냐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자칫하다가는 약자를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SNL코리아는 이러한 비하 개그를 지양하는 사회적 의식과는 반대되는 수어 비하 개그를 하며 “시대에 맞지 않는 개그를 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를 두고 SNS와 커뮤니티 등에서는 “개그가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해당 영상을 두고 “이런 개그 코드 진짜 지겹다”, “이런 개그를 하자고 했을 때 아무도 말리지 않았냐”, “이런 개그가 문제 될 걸 몰랐냐”, “누가 봐도 문제가 될만한 개그였다”, “보고 경악했다”, “수어를 웃음거리로 만들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확산되자 쿠팡플레이 측은 SNS 계정을 비롯해 유튜브 등에서 문제의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게시했다. 쿠팡플레이는 “올림픽 편파판정 이슈를 풍자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소재와 표현에 주의를 기울여 즐거운 웃음을 드리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