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설 음식 준비로 고통 받아요"...차례상 '간소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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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도 설 음식 준비로 고통 받아요"...차례상 '간소화' 바람
  • 취재기자 권지영
  • 승인 2022.01.2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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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크루트 조사, 94% "차례상 음식 차리기 부담" 응답
간소화 분위기 속 매장에선 완제품 차례 음식 인기
(사진: 취재기자 권지영).
명절을 맞아 마트에 장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권지영).

설은 가족과 친지들이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이는 민족 고유의 명절이다. 가족들이 오랜만에 모여 안부를 묻고 덕담을 나누는 것이 명절의 진정한 의미. 하지만 명절만 되면 여러 가지 스트레스로 화병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명절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며칠 전부터 대형마트나 재래시장에서 장을 봐오고 명절 당일에는 차례상 음식을 만들어야 한다. 또 시댁과 갈등 등 이것저것 신경 쓸 일이 많다.

최근에는 차례상 음식을 가족이나 고인의 선호 음식 위주로 가짓수를 줄이거나 양을 줄이는 등 간소한 차례상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4일 HR테크 전문기업 인크루투가 성인남녀 84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차례상을 지금보다 간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은 94%를 넘었다.

매년 하는 명절 행사 가운데 가장 스트레스이자 부담인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전 부치기 등 차례상 차리기(60.0%)가 가장 많았고, 일가친척 모임 참여(15.6%), 명절 선물 발송(12.8%)이 뒤를 이었다

시민 노모(54) 씨는 맘카페에 “벌써 명절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요새 잠을 통 못 잔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형님네는 제주도 여행, 막내인 나는 집에서 전부쳐야 한다”며 “시댁 한 번 다녀오면 일주일은 앓는다”고 말했다.

주부 김모(48, 서울시 노원구) 씨는 명절 음식을 직접 만들어야 할지 사야 할지. 또 만든다면 양은 얼만나 해야 하나 고민이다. 김 씨는 “매년 명절증후군으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 설 명절에는 완제품 전을 살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사진: 취재기자 권지영).
마트 등에서 판매되는 냉동 동그랑땡, 동태전 등의 차례 음식들(사진: 취재기자 권지영).

명절 음식을 장만하기 위해 대형마트나 재래시장에서 식재료를 소량으로 구매하거나 아예 완제품을 사는 사람들도 점점 느는 추세다. 권영국(52, 부산시 사하구) 씨는 이번 명절에 음식준비는 생략할 예정이다. 코로나로 고향 방문이 힘들어 가족끼리 조촐하게 시간을 보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권 씨는 “모둠전 명태전은 손이 많이 간다. 마트에 갔더니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완성되는 반조리 명절 음식을 많이 판매하더라”며 “반조리 식품으로 집에서 명절 분위기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20일 장보기 애플리케이션 마켓컬리에 따르면 설 상차림 상품의 판매량이 증가했다. 전류, 나물류 등 조리가 완료된 음식을 비롯해 사골곰탕, 도가니탕 등 끓이기만 하면 되는 간편식 중심으로 판매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일부터 18일까지 8일간 전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28% 증가했다. 명절에 고향을 방문하는 대신 집에서 비대면 명절을 보내는 문화가 확산하면 여럿이 먹는 제사음식 준비 규모가 줄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류원정(22, 대구시 북구) 씨의 가족은 절반 정도는 직접 준비하고 나머지는 반찬가게에서 주문하기로 했다. 일손이 부족해 양을 줄이려고 했지만 시댁에서 반대하기 때문이다. 류 씨는 “남자는 편히 있고 여자만 노동에 시달리는 불합리함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며 “음식도 간단히 하면 모두가 즐거운 명절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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