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대행이 슈퍼 갑인가?"...자영업자들 "담합 막아달라" 청원
상태바
"배달대행이 슈퍼 갑인가?"...자영업자들 "담합 막아달라" 청원
  • 취재기자 권지영
  • 승인 2022.01.20 18: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달수수료 가파르게 인상, 수도권선 기본 4400원
최소 주문 금액, 배달비 등 소비자 배달 부담도 커져
'배달 공구' '음식 공구' '배달비 더치페이' 등 등장
배달대행업체 "기사 유치 위해 요금 할증 불가피" 주장

 

(사진: 취재기자 권지영).
지난 연말 부산의 한 배달대행업체가 업주들에게 배달대행비 인상을 예고하는 가맹점 요금 책정표를 발송했다(사진: 취재기자 권지영).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으로 자영업자들이 겪고 있는 또 다른 어려움은 배달 할증료 인상이다. 지난해 12월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코로나로 마진이 없음에도 살아남고자 배달 위주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청원 글이 올라왔다. 배달대행업체의 과도한 가격 인상 통보로 고통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고강도 방역 수칙으로 현재 고통받고 있는 소상공인에게 두 번 고통을 안겨주는 배달대행업체의 담합 행위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새해 들어 대다수 배달대행 업체는 대행 수수료를 500~1000원 인상했다. 지난해 평균 3300원이었던 수도권 기본 배달대행료는 4400원으로 1년 만에 30% 정도 올랐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배달비 절약하는 방법’이란 글이 공유되며 인기를 얻기도 했다. 커뮤니티를 통해 “XX 같이 시키실 분?”이라고 글을 올려 해당 메뉴를 주문하고 싶은 가구가 모이면 대표자가 각자 원하는 메뉴를 한꺼번에 주문하는 사례도 있다. 이 경우 배달비는 한 번만 내면 된다. 이른바 ‘배달비 더치페이’, ‘음식 공구’로 대학 기숙사에서 학생들이 많이 사용한 방법이다.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배달비에 업주들은 마진이 줄고 소비자들은 배 보다 배꼽이 더 크다며 불만을 토로한다. 또 배달 노동자는 경제적 생활권 보장 등을 이유로 들며 배달료 인상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배달대행업체는 배달기사 유치를 위해 요금 할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배민원, 쿠팡이츠, 요기요 익스프레스는 배달 어플 회사에서 직접 라이더를 고용하여 배달하는 시스템이다. 한번에 여러 음식을 싣고 배달하던 구조에서 단건으로 배달을 하는 서비스가 생기면서 많은 기사를 모아야 하는 것. 문제는 라이더가 부족하다는 것. 대형 배달플랫폼은 프로모션이라는 이름으로 기본수수료에 돈을 더 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결국 일반대행업체는 기사들을 뺏기지 않으려다 보니 수수료를 더 올린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경기도에서 배달대행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A 씨의 배민과 쿠팡이츠의 프로모션을 법적으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올라왔다. A 씨는 “두 업체의 과도한 프로모션으로 기존 배달대행 라이더들이 대형 배달플랫폼으로 옮긴다”며 “이 경쟁으로 식당 사장님 뿐만 아니라 배달업체 사장들까지 다 망하게 생겼다”고 호소했다.

대형 배달대행업체들은 기본배달료에 거리할증, 우천할증, 우설할증, 야간할증, 주말할증, 한파할증 등 옵션을 붙였다. 결국 배달원 이탈을 막기 위해 일반대행업체도 배달비를 인상했다. 일부 업체는 크리스마스, 연휴 등 배달 수요가 많을 때 별도의 추가 요금을 받기도 한다.

또 1월부터 배달대행기사들이 세금 납부를 시작하고 대행사가 대행기사에게 의무적으로 고용보험 가입을 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인상을 결정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김모(38) 씨는 지역별로 요금 차이는 있겠지만 주말 포함 공휴일에 할증을 받는 것은 너무 과하다고 지적한다. 김 씨는 “주말 배달 수요가 평일보다 훨씬 많은데 이는 기본요금 추가 인상과 다름없다”며 “다른 업체로 변경하려 했지만 이미 조건을 비슷하게 해 입을 맞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부 소상공인은 자신들이 원래 냈어야 할 세금을 점주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천안에서 배달전문점을 운영하는 이수민(43) 씨는 “대행 기사들의 세금 납부, 의무적 보험가입을 이유로 가맹점주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코로나로 배달 수요가 점점 느니 배달대행이 슈퍼 갑이 돼버린 상황”이라며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이 배달시장을 외면한다면 무너질 것이다. 대형 배달플랫폼의 갑질과 대행업체들의 담합 행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변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