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해서 일어나는 전자발찌 훼손 사건... 전자발찌 제도의 허점과 한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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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해서 일어나는 전자발찌 훼손 사건... 전자발찌 제도의 허점과 한계 많다
  • 취재기자 허시언
  • 승인 2021.12.29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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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성범죄로 전자발찌 부착한 범죄자 재범률 2.1%... 도입 전보다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 기록
전자발찌 착용자의 위치는 알 수 있지만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파악 불가능... 허점 노려 재범 저지르는 범죄자들 많아
전자발찌 관련 사고 끊이지 않자 법무부는 감독 인력 지속적으로 확충... 전자발찌 착용자에 비해 관리 인력 증가는 더뎌
잇따라 전자발찌 훼손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자발찌 실효성에 관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잇따라 전자발찌 훼손 사건이 발생하면서 전자발찌 실효성에 관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 이미지).

최근 잇따라 발생한 전자발찌 훼손 사건은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만들고 있다. 지난 17일 전자발찌를 풀고 모르는 여성 집에 따라 들어가 성폭행을 시도한 30대 남성이 붙잡혔다. 지난 8월에는 전자발찌를 훼손하고 도주해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56)이 경찰에 붙잡힌 사건도 있었다.

전자발찌는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큰 사람의 발목에 채워서 위치나 움직임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전자 장치다. 착용자가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거나 착용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는데 쓰인다. 2008년 처음 도입된 전자발찌는 2회 이상 성폭력 범죄를 저질렀거나, 13세 미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 가석방이나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날 보호관찰 대상 성범죄자 등이 착용 대상이었다. 이후 점차 착용 범위가 확대돼 살인, 미성년자 유괴, 강도 등을 저지른 범죄자에게도 전자발찌를 채우기 시작했다.

전자발찌가 도입되기 전인 2004~2008년 성폭력 동종 재범률은 14.1%였다. 법무부는 최근 5년간 성범죄로 전자발찌를 부착한 범죄자의 재범률은 2.1%에 달한다고 밝혔다. 전자발찌 도입 전과 비교했을 때 확연하게 줄어든 수치지만, 살인(0.1%)과 강도(0.2%)의 재범률을 따졌을 때 성범죄자의 재범률이 여전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자발찌 제도가 도입된 이래 전자발찌 훼손 사건은 지난해까지 총 152건으로 해마다 11.7건이 발생했다. 올해 8월까지는 13건의 전자발찌 훼손사건이 일어났다. 그뿐만 아니라 전자발찌 착용자가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건도 연평균 70여 건이 발생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해식 의원이 법무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2020년 전자감독 대상자의 성범죄 재범 사건은 292건이 일어났다. 올해 7월까지는 36건의 전자발찌 착용자에 의한 성범죄 사건이 일어났다.

전자발찌 시스템에는 한계가 있다. 전자발찌 착용자의 위치는 실시간으로 알 수 있지만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출입 금지구역에 가지 않는 이상 행동 파악이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전자발찌의 허점을 노려 재범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이 많이 있다. 전자발찌 재범 사건의 54%(157건)가 전자발찌 착용자의 집으로부터 1km 안쪽에서 발생했다. 33%(96건)는 전자발찌 착용자의 거주지 100m 이내에서 발생했다. 현재 전자발찌는 거주지를 벗어나서 특이한 이동경로로 이동할 경우에만 추적하기 때문에 범죄자가 이를 이용해 자신의 거주지 인근에서 피해자를 물색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전자발찌 재범이 범죄자의 집에서 일어난다.

지난해 일반사범 가석방이 포함되면서 올해 7월 전자감독 대상자가 8000명대로 급등했다(사진: 법무부 제공).
지난해 일반사범 가석방이 포함되면서 올해 7월 전자감독 대상자가 8000명대로 급등했다(사진: 법무부 제공).

현재 우리나라의 교소도는 수용 가능 인원을 초과했다. 교도소에 수감되는 인원은 계속 생겨나지만 수감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교도소가 부족해지면서 포화상태에 이른 것. 교도소는 기피시설로 지역민들이 교도소 건립을 거세게 반대하기 때문에 교도소를 새로 건립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법무부는 부족한 교도소를 새로 건립하는 대신, 교도소 수용자들을 빨리 내보내는 방안을 마련했다. 수용자들을 가석방 시키는 대신 전자발찌를 부착해 교정 시설이 아닌 사회에서 범죄자를 관찰하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전자발찌 착용자는 2016~2019년까지 4000명대를 유지했지만, 지난해 일반사범 가석방이 포함되면서 올해 7월 8000명대로 급증했다. 법무부가 감독자의 인력을 확충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늘어나는 전자발찌 착용자 수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전자발찌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자 법무부는 감독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충해왔다. 하지만 착용자 증가에 비해 관리 인력 증가세는 더디기만 했다. 전자발찌 착용자가 무섭게 늘어나는 동안 감독자는 2008년 48명에서 올해 7월 281명으로 약 6배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자발찌를 훼손해도 처벌이 약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관련 법에 따르면 전자발찌 훼손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명시돼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올해 4월까지 전자장치 훼손 처벌 건수는 155건으로 평균 처벌은 징역 9개월에 벌금형 450만 원 수준에 그쳤다.

끊임없이 벌어지는 전자발찌 훼손 사건과 전자발찌 착용자의 재범 사건으로 인해 전자발찌 실효성에 관한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전자발찌 제도가 아닌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전자발찌가 소용없는 것 아니냐”, “전자발찌를 목에 채워야 할 듯”, “몸속에 칩으로 내장해라”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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