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의 레이더 설치 강행, 앞으로의 행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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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의 레이더 설치 강행, 앞으로의 행보는?
  • 경남 거제시 이승민
  • 승인 2021.12.2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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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습 설치를 받아들이지 않는 주민들, 더 커지는 그들의 목소리
그린파인 레이더가 설치돼있는 진천 지역의 전자파 분석 결과, 휴대폰보다 낮은 전자파가 방출되고 있다(사진: 김미애 의원 페이스북 캡처).
그린파인 레이더가 설치돼있는 진천 지역의 전자파 분석 결과, 휴대폰보다 낮은 전자파가 방출되고 있다(사진: 김미애 의원 페이스북 캡처).

최근 해운대 장산에 레이더 기지 설치를 두고 공군과 인근 주민들의 갈등이 빚어졌다. 이번에 설치한 레이더는 ‘수퍼 그린파인 블록C 레이더’로 탄도미사일 조기경보 기능이 있고, 북한 탄도미사일 탐지 및 추적이 가능한, 탐지거리가 900km 이상 되는 고성능의 레이더다. 레이더 설치는 지난 7월 화두가 됐는데, 12월 7일 공군의 기습 설치로 또 한 번 수면 위로 올랐다.

주민들이 1천여 명이 넘는 13개 중대의 경찰들과 맞설 정도로 레이더 설치를 반대한 이유는 ‘전자파’ 때문이다. 레이더는 전자파를 방출하는 장치로서 자신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반대의 주된 이유였다. 계속된 우려로 인해 10월 6일 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레이더 전자파 세기를 측정하는 현장 점검을 했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공군이 보유한 장비와 민간 전문가의 장비로 동시에 측정했는데, 수치상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정규범 장산 레이더기지 설치반대 대책위원장은 인터뷰에서 "레이더가 ‘추적 모드’일 때 전자파가 최대로 나오는데 측정은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측정 결과가 부당하다"고 전했다.

주민들의 반발 이유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레이더가 자신들의 마을에 위치한다면 전시에 타격의 목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설치를 반대했다. 전쟁이 발발하면 비행장과 레이더 기지를 비롯한 주요 시설이 공습의 우선순위가 될 것은 확실하다. 실제로 2001년, 미국이 이라크 대공 방어능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레이더 기지를 공습한 사례도 있다. 주민들이 괜한 걱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레이더 기지를 설치하여 해당 지역의 조기경보 능력을 키운다면 다른 곳보다 위험이 적어질 수 있다. 공습 1순위인 이유가 있듯, 주요 시설이 자리 잡는 것이기에 이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는 공군이 레이더 기지를 설치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주민들의 말처럼 레이더가 위협적 존재이고 불안감의 대상이지만은 않다. 앞서 말한 것처럼 레이더 기지를 설치함으로써 해당 지역의 조기경보 능력을 키울 수 있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 설치를 통해 국방력을 키워야 각종 위협, 크게는 전쟁에 대한 대응도 더욱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점이 있는데도 이번 레이더 설치가 문제 된 것은 지역 주민과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한 점에 있다. 레이더 배치는 4년 전에 이미 계획했지만 ‘국가 안보’라는 명목으로 주민들의 안전을 외면하고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러한 일들의 연속이니, 공군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생겨 소통의 부재와 더 격한 상황으로까지 이어져 온 것은 아닌가 싶다.

경찰 1천여 명을 투입하여 기습으로 설치를 강행하려는 것, 아직 상호 합의가 안 된 문제에 대해 일방적 행동을 보이는 것은 잘못된 행보다. ‘국가 안보’의 명목으로 주민 집 마당의 나무를 베고, 마을 배수로를 덮고, 법정 제재를 거들먹거리며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은 구청과 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는 게 공군 측의 입장이지만, 납득할 수 없는 부분임은 확실하다.

주민들은 기습 레이더 설치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주민 대책위원회는 레이더 철거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어찌 됐건 레이더는 이미 설치됐다. 공군 측이 약속한 것처럼 지속적인 전자파 공개 측정이 기본이 되어야 주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주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상호 합의를 봐야 할 것이다. 매듭지어지지 않은 문제이니 어떻게든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앞으로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더 나은 발전으로 일이 잘 해결됐으면 한다.

*편집자주: 위 글은 독자투고입니다. 글의 내용 일부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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