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길 책임지는 9명의 대학생 봉사동아리 ‘한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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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길 책임지는 9명의 대학생 봉사동아리 ‘한빛’
  • 취재기자 이은진
  • 승인 2021.12.2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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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에 태양광 LED 설치...재능 기부하는 동아대 동아리
주민들 밤길 안전 높여... 영도구 76곳에 태양광 LED 설치

불빛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부산시 영도구의 한 골목, 대학생 9명의 손을 거치니 어두웠던 골목길이 순식간에 환해진다.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던 골목길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소리로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다. 해가 지면 어두운 골목길만 찾아다니는 이들은 동아대학교 전기공학과 소속 대학생 봉사팀 ‘한빛’이다.

‘한빛’은 한 줄기의 빛이라는 뜻을 가진 봉사 동아리로 9명의 동아대학교 전기공학과 학생으로 이뤄져 있다. 동아대학교 전기공학과에 재학 중인 송재원(23) 씨는 ‘한빛’의 팀장이다. 어두운 골목길 외벽에 실리콘으로 태양광 LED를 설치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동아대 봉사팀 ‘한빛’의 송재원 팀장(사진: 송재원 씨 제공).
동아대 봉사팀 ‘한빛’의 송재원 팀장(사진: 송재원 씨 제공).

태양광 LED를 부착해 밤길을 밝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프로젝트는 영도구에 거주하고 있는 친구의 제보로 시작하게 됐다. 팀장 송재원 씨를 비롯한 9명의 팀원은 영도구에 어두운 골목과 재개발로 늘어나는 폐가 골목 이야기를 듣고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자 했다. 고민 끝에 태양광 LED로 골목길을 밝게 만들어보기로 했다. 송재원 씨는 “마침 자원봉사센터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주관하는 대학생 자원봉사 공모전에 당선돼 지원을 받으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태양광 LED는 태양 빛을 태양광 전지로 받아 축전지에 저장한다. 저장한 전기 에너지를 이용해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빛을 비출 수 있다. 송재원 씨는 “친환경 기술은 물론 효율성도 좋고 전기선을 따로 뺄 필요가 없어 매우 편리하다”며 태양광 LED의 장점을 얘기했다. 9명의 팀원이 고심 끝에 태양광 LED를 선택한 이유다.

한빛 팀원이 건물 외벽에 태양열 LED를 직접 부착하고 있는 모습(사진: 봉사팀 ‘한빛’ 제공).
한빛 팀원이 건물 외벽에 태양열 LED를 부착하고 있는 모습(사진: 봉사팀 ‘한빛’ 제공).

봉사팀 ‘한빛’은 지난 7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어두운 골목길을 밝힌다는 좋은 취지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금세 어려움에 봉착했다. 태양광 LED를 설치할 적합한 장소를 찾기 어려웠다. 코로나19로 반겨주는 곳도 없었다. 송재원 씨는 “설치 장소를 찾기 위해 팀원들과 함께 발로 뛰다 영도구 영선2동 주민센터의 도움을 받게 됐다”며 “주민센터 덕분에 수월하게 활동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설치 장소를 찾고 난 후에는 태양광 LED가 말썽이었다. 송 씨는 “태양광 LED라서 설치할 때 햇빛이 잘 드는지를 판단하는 게 어려웠고, 빛이 잘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밤에 활동해야 한다는 점이 힘들다”고 고백했다.

‘한빛’이 주로 활동한 지역은 부산시 영도구 영선동, 신선동이다. 영도구에 어두운 골목길을 찾아다니며 태양광 LED를 부착해 길을 환하게 밝히는 데 힘썼다. 송재원 씨는 재개발로 인해 생겨난 폐가 골목을 가장 기억이 남는 곳으로 꼽았다. 송 씨는 “근처에 사는 주민들이 밝아진 골목을 보며 기뻐한 모습이 아직도도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어려움을 겪으며 프로젝트를 실행한 9명의 대학생이 이룬 성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송재원 씨는 “영도구청에서 태양광 LED 프로젝트를 본 후 2022년도 어두운 골목길을 밝히는 데 4,000만 원 정도 예산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송 씨는 “저희의 작은 활동들이 지역 환경을 개선하는 데 선한 영향력을 미친 것 같아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태양광 LED 설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동아대 봉사팀 ‘한빛’(사진: 봉사팀 ‘한빛 제공).
태양광 LED 설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동아대 봉사팀 ‘한빛’(사진: 봉사팀 ‘한빛 제공).

봉사팀 ‘한빛’은 영도구의 76개 골목에 80여개 의 태양광 LED를 부착하면서 올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팀장 송재원 씨는 “양질의 등을 설치할 수 있어서 뿌듯했고, 주민들의 주거 안전에 이바지 할 수 있어서 뜻깊은 활동이었다고 말했다. 함께한 팀원들도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같은 팀원인 류동현 씨는 ”우리의 영향력으로 영도구청이 LED 사업비로 예산 4,000만 원을 확보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뿌듯했고 잘 마무리되어 기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팀원 조성현 씨는 “활동을 하면서 부산에 아직 이렇게 어두운 골목이 있다는 게 놀라웠다”며 “밤늦게 귀가하는 영도 주민들에게 도움이 돼서 매우 보람찼다”고 말했다.

송재원 씨의 바람은 ‘한빛’이 진행하는 어두운 골목길 밝히기 프로젝트가 지속하는 것이다. 송 씨는 “프로젝트를 지속해 사람들에게 봉사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일깨워 주는 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봉사팀 ‘한빛’은 내년 6월부터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부산시 영도구 영선동, 신선동 두 곳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는 영도구 전체로 확대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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