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재운 칼럼] 건강해지려면 ‘의심을 의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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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재운 칼럼] 건강해지려면 ‘의심을 의심하라’
  • 진재운 KNN 대기자
  • 승인 2021.12.20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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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이 우리의 상품이다'...전미낙농협회의 한 줄짜리 전략
나의 판단을 외부에 맡기는 순간, 이해보다는 끌려 다녀
SNS 등 정보 과몰입, 정보중독 경계... 문해력 키워야

‘Doubt is our product.(의심이 우리의 상품이다.)’

이 말을 풀어 보면 사람들에게 ‘의심을 불러 일으켜야 한다.’가 됩니다. ‘사람들에게 의심하게 만들면 이긴다.’가 되겠지요. “의심하게 하라.” 어디에 쓰이는 물건일까요? 질문 유도를 위한 공부 방법일까요? 아닙니다. 바로 ‘전미낙농협회’의 보고서에 나온 한 줄짜리 전략입니다.

다큐멘터리 ‘WHAT THE HEALTH’를 보면 ‘우유와 건강’에 대해 나옵니다. 우유는 키를 키우고, 뼈도 튼튼하게 하고, 머리도 좋게 하고 등 등, 뭐 이런 문구는 어릴 적부터 들어오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유는 당연히 건강식이고, 많이 마셔야 하고, 우유로 만든 유제품들도 덩달아 몸에 좋다는 인식이 깊이 배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맞는 이야기일까요?” “틀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해본 적이 있나요?” ‘우유는 송아지를 위한 엄마소의 작품’입니다. 송아지의 짧은 성장 기간에 필요한 성분들이 우유에 들어있는 것입니다. 당연히 송아지를 급속하게 키우기 위한 물질들이 들어있습니다. 어릴 적 송아지 출산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송아지는 엄마 배 속을 나오자마자 그 가는 다리로 기어이 서 버립니다. 그리고 곧바로 엄마젖을 찾아 빨아 먹습니다. 엄마소가 만든 ‘우유의 힘’이라고 봅니다. 이 우유가, 우유의 성분들이 우리가 들어오고 알고 있는 것처럼 사람들의 몸에도 건강하게 작용한다면 문제는 없겠지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요?

'우유가 건강에 좋을까, 안좋을까'라는 오랜 논쟁이 있다. 무엇이든 정확한 정보와 맥락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사진: 한국낙농육우협회 홈페이지 캡처).
'우유가 건강에 좋을까, 안좋을까'라는 오랜 논쟁이 있다. 무엇이든 정확한 정보와 맥락을 읽는 것이 중요하다(사진: 한국낙농육우협회 홈페이지 캡처).

뼈가 허약해지는 노인들을 향해 의사들은 우유 처방을 많이 내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우유를 마신 노인들 상당수는 도리어 골다공증에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사람의 소화 효소에는 우유를 소화시킬 만한 효소가 부족하던지 아예 없습니다. 때문에 소화를 시키기 위해 뼈에 있던 칼슘을 도리어 빼내 와야 합니다. 뼈를 튼튼하게 해 줄 것이라고 믿고 마신 우유가 도리어 뼈를 더 부실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동양인에게 더 심합니다. 우유에 들어있는 ‘카제인’이라는 성분 하나만 봐도 그렇습니다. 어릴 적부터 우유를 마시면 송아지처럼 키는 쑥 쑥 자랄 수는 있으나, 나머지 부분에서는 문제가 생깁니다. 여성들의 유방암이 가장 많은 나라는 덴마크와 스위스 등 낙농국가에서 가장 높습니다. 우리는 이런 우유를 아이들 학교 급식에서부터 의무적으로 마셔야 하는 것으로 지급되고 있습니다.

우유의 병폐에 대한 연구들이 쏟아지면서 문제는 시작됩니다. 당연히 낙농협회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고, 그 최고의 방법을 찾았습니다. 연구를 부정하기 보다는 ‘의심’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우유의 일부 성분은 몸에 좋다.’거나 각종 이미지 광고가 그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대중은 혼란스러워 하고 결국 “머리 아파”, “잘 먹으면 때깔도 좋다던데”, “얼마나 오래 산다고” 등 등, 그동안 해오던 습관대로 돌아서 버립니다. 의심이 정확한 판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의심하면서 원래 가졌던 습관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의심이 의심 이상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기후변화를 말하면서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그토록 오랜 세월 논란 속에서도 한 발짝 움직이기 힘들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동물성 단백질이 그 많은 건강 유해성을 듣고도 ‘오늘 먹고 내일 죽자는 식’으로 먹어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말이나 문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문해력은 한국이 최하위랍니다. 말의 맥락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해하려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나타납니다. 의심하게 하니 혼란스러워 이해는 더 멀어집니다. 나는 이것이 내가 내려야 할 판단을 외부에 의존하면서 생겨나는 심각한 병폐라고 봅니다. 판단을 아예 떠맡기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SNS는 이를 부채질하는 ‘중독약물’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SNS에 과도하게 몰입될수록 ‘의심의 상품’이 더 잘나가게 될 수밖에 없다고 보입니다.

나의 판단을 외부에 맡기는 순간, 이해보다는 끌려 다니고 휘둘리면서 한세월 보낼 수밖에 없습니다. 말의 뜻을 제대로 간파하는 능력은 자신의 건강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 모두를 위한 일이기도 합니다.

‘의심이 우리의 상품임’을 노골적으로 그러면서도 은밀하게 말하고 있는 이들을 정확히 바라보는 눈을 키워야 합니다. 제대로 의심하면 건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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