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세계·한국언론이슈-40] 한국 언론 2021, 분투했으나 숨 쉴 여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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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세계·한국언론이슈-40] 한국 언론 2021, 분투했으나 숨 쉴 여유 없다
  • CIVIC뉴스 칼럼니스트 차용범
  • 승인 2021.12.19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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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 올 한해도 참 험난했다. 우선 권력의 집요한 언론자유 침해 책동과 무지막지한 입법폭주 망동 앞에, ‘역사적’이라 할 만큼 분투(奮鬪)했다. 그 언론자유의 존망을 건 고비에서 그나마 언론자유 투쟁의 귀한 역사를 쓴 것은, 언론계 특유의 고질적 진영논리 대신 국민 및 국제사회와 함께 언론자유의 원칙을 추구한 결실이다.

언론자유의 수용 정도는 그 시대의 흐름과 당대 사람들의 결의 수준에 달려 있다. 한국 언론이 오늘의 허망한 실상을 국제사회의 공통 관심사로 묶어내며 권력의 폭력적 독주를 저지한 것, 언론자유 투쟁사에 기록할 ‘시대의 흐름’이다. 세계 언론․언론단체가 한국 권력의 언론자유 파괴 책동에 함께 저항한 것 역시, 중요한 ‘당대의 결의’이다.

한국의 ‘언론징벌법’ 입법폭주 망동은 세계 언론‧언론단체와 인권기구의 폭넓고 직설적인 반발에 직면했다. 언론자유 수호에 역사적으로 기여한 미국 뉴욕타임즈(NYT) 역시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한국의 의지 시험’이란 기사로 한국 정부를 적극 비판했다(사진; NYT 홈페이지).
한국의 ‘언론징벌법’ 입법폭주 망동은 세계 언론‧언론단체와 인권기구의 폭넓고 직설적인 반발에 직면했다. 언론자유 수호에 역사적으로 기여한 미국 뉴욕타임즈(NYT) 역시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한국의 의지 시험’이란 기사로 한국 권력을 강력 비판했다(사진; NYT 홈페이지).

권력의 언론악법 독주는 ‘시한부 정지’ 상태다. 권력은 국내‧외 언론‧언론단체와의 충돌을 잠시 회피했디. 국회 언론‧미디어제도개선특위는 올 연말을 기한으로 입법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특위는 언론중재법‧정보통신망법‧신문법‧방송법까지, 언론 전반의 개선을 논의할 여야 합의기구다. 그러나, 예상했듯 그 논의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국회 특위에선 언론법안 개선과정에서 언론의 자유를 견고히 하기보단, 그 자유를 침해할 새 제안들이 난무한다. 주로, 관련 행정기구 또는 국책기관을 통해서다. 언론자유의 철학 대신 언론에의 정부 개입을 정당화하며, 그 개입의 폭을 넓히려는 삿된 접근방식이다.

언론에의 국가 간여를 넓힐 새 시도들도 줄을 잇고 있다. 정부광고 집행방식의 변경, 포털 운영방식의 변화도 눈앞의 일이다. 두루 언론의 존재-운영 방식을 국가 개입을 통해 해결하려는, 민주사회의 언론이념을 흔드는 불순한 접근방식이다. 거기에, 일부 권력 주변 ‘공인(公人)’들의 언론관은 또 얼마나 사악한가. 두루 권력의 교묘하고 집요한 언론자유 침해 책동은 ‘현재진형형’이다.


1. 올 들어 권력이 추구한 ‘언론징벌법’ 논의의 폐해는 본 바와 같다. 기존의 언론피해 구제제도를 두고 언론에 징벌적 배상을 지운다? 언론의 고의․중과실을 따지는 기준의 모호함, 그 입증책임을 언론에 떠넘기는 무지막지함을 보라. 그건 어떤 선의(善意)를 앞세우더라도 그 발상의 위헌성에서 추구방식의 폭력성까지, 난장판 수준은 기억해야 마땅하다.

국내 언론․언론단체의 반발은 뜨겁다. 세계 주요언론․언론단체의 반발 역시 예사롭지 않다. 권력과 언론의 대대적 충돌, 그 언론자유 투쟁의 역사적 의미는 무겁다. 언론‧언론단체의 비판은 구체적이고 직설적이다. 법안의 독소를 정확하게 꿰뚫으며 철회를 촉구한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둔 시기, 권력에 대한 비판보도에의 악용 가능성을 들기까지 했으니. 결국 권력은 그 입법폭주를 3개월 연기, 국회 논의에 맡겨둔 상태다.

[차용범 칼럼] 한국 언론자유, 존망을 다투다; 권력, ‘언론탄압법’ 독주 말라!

http://www.civic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2442

그러나, 한국 언론은 잠시도 숨쉴 여유가 없다. 그 언론탄압 입법 폭주는 그저 돌발적 시도가 아니다. 권력은 겉으론 ‘언론자유’를 말하며, 일찍부터 ‘언론탄압’을 획책했다. 대통령은 연전, 공개적으로 언론의 ‘깊은 성찰’과 ‘자기 개혁’을 촉구했다. 대통령은 그 회한의 ‘조국 사태’ 속에서 굳이 ‘언론개혁’을 재촉했다.

대통령은 말했다, “언론의 역할,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영역 아니다”-. 그는 “언론자유 위해 언제나 함께 할 것”(한국기협 창립 57주년 축사)을 다짐하며, ‘언론개혁’을 말한다. 권력은 정부비판 보도와 조국의혹 보도를 자주 ‘가짜뉴스’라고 공격했다. 한국 언론의 이즘 시련, 언론의 역할에 대한 대통령의 ’실망‘과 ’불만‘으로부터다. 그 권력의 의도와 집착을 누가 막을 것인가.

미국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자블랫의 역작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를 보라. 저자들은 전 세계에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신호들을 본다.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거부, 정치 경쟁자에 대한 부정, 언론 및 정치 경쟁자의 기본권 억압하기…. 결국, 우리는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데자뷔’를 넘어 눈앞에서 보고 있다. .

[차용범 칼럼]한국 민주주의는 건강한가?; ‘민주주의의 위기신호’ 앞에서

http://www.civic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5809


 

2. 국회 언론제도개선특위는 언론계의 문제의식을 경시하고 있다. 그 속에서 기존 언론관계법의 개선을 추구하는 ‘본질’을 넘어, 새 언론장악 수단을 모색하는 ‘탈선’도 시나브로 등장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열람차단청구권제의 정부기구 간여를 옹호한다. 기존 뉴스 포탈의 시장기능 대신 ‘공영 포털’의 필요성을 새삼 강조한다.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대한언론인회 등 언론 7단체 대표들이 지난 8월 30일 국회 앞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위한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 더팩트 제공).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대한언론인회 등 언론 7단체 대표들이 지난 8월 30일 국회 앞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를 위한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 더팩트 제공).

정부는 곧 정부광고 집행체계를 바꾼다. 기존의 ‘통계’(유료부수) 대신 언론의 신뢰성‧효과성을 따지겠다는 것이다. 겉으론 ‘지표’를 활용한 공정․투명, 실은 ‘의도’에 따른 선택 체계다. 권력은 뉴스 포털을 장악, 여론을 통제하려 한다. 국회특위에서 ‘공영포털 필요론’을 새삼 제기하는 것을 보라. 연전 여당 윤영찬의 “카카오 들어오라 하세요”가 대변하듯, 그들은 네이버․다음을 압박하다, 끝내 ‘관제(官製) 포털’ 운영울 꿈꾸고 있다.

포털이 정치권의 등쌀에 눌려 직접편집 대신 인공지능 편집으로 바꾼 것도 그리 오래지 않다. 그 알고리즘 편집방식도 못마땅한가? MBC가 ‘네이버’ 뉴스‘를 ‘보수언론 편향적’이리고 저격한 것도 그리 오래지 않다. 양대 포털은 다시 뉴스 서비스 체계를 개편한다. 정치권의 압박은 그만큼 거칠다. 거기에 ‘공영 포털’까지? 공영방송으로 여론을 관리하고, 포털로 여론을 통제한다? 이건 실재하는, 정말 경악할 현상이다.

결국 권력은 ‘언론개혁’에서도 ‘내로남불’에 침몰했다. 야당일 때는 ‘권력의 언론장악 포기’를 요구하다, 권력일 때는 그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정녕 한국 언론이, 민주사회의 ‘자유롭고 책임 있는 언론’ 대신, 독재 치하의 ‘권위주의 언론’이었으면 좋겠나? 한국 언론이 권력 감시·비판 대신 오직 권력 옹호에 앞장서기를 바라는가? 정녕 ‘언론자유의 시대’ 대신 ‘언론통제의 시대’를 그리는가….

권력이 꿈꾸는 ‘언론개혁’? 관제포털로 언론장악-징벌적 손배제로 비판언론 옥죄기-‘조국 수호’처럼 ‘김어준 수호’···

http://www.civic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1641


3. 경계해야 할 바는 또 있다. 미래권력을 꿈꾸는 공인들의 허망한 언론관이다. 권력이 내놓은 ‘언론징벌법’, 여당 대선후보는 당연히 찬성한다. 언론 스스로 문제를 풀지 못하면 외부규제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언론의 작동 철학에 천박한 결과다. 포털 규제 강화 역시 찬성론자가 믾다. 그 규제에 따른 국민 피해를 경시한 결과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올바른 방향 대신 당장의 선언적 주장이 많다.

그들은 또, 걸핏하면 ‘언론 탓’을 들먹인다. 여론조사에서 상대방에게 밀리는 것, ‘언론 탓’이다. 인기가 저조한 이유, 잘 알면서도 ‘나쁜 언론환경’을 말한다. 언론을 보는 인식도 천박하다. ‘기성 언론’에의 대응 방식으로 ‘나도 언론’ 캠페인까지 제안한다. 권력 감시․비판, 공론에 바탕한 여론 형성, 그 민주사회 언론의 존재가치를 부정하는 방식이다. 언론의 위축효과를 노린 보도시정 요구를 남발하고, “언론사의 문을 닫게 해 주겠다”고 공언한다.

세계 최초의 신문 탄생, BC.59년의 일이다. 인쇄술의 발명과 신문의 융성을 거쳐, 한국 최초의 근대신문 ‘한성순보’가 출범한지 140년이다. 그 유구하고 다양한 언론의 역사를 그리며, 언론은 ‘민주사회 유지․발전의 필수불가결한 사회체제’로 인정받는 시대다. 그 언론의 작동원리를 외면하고 존재가치며 본질적 기능을 부정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매우 낯선 그 위험한 언론관은 얼마나 공포스러운가.


언론자유 없이 민주주의 없다”-올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리아 레사(필리핀 언론인)의 말이다. 그는 최근 국내언론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우리는 언론자유를 잃고 있고 파시즘은 고개를 들고 있다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최근 고별연설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특히 강조했다. 민주주의는 비판과 문제를 바로잡는 능력, 상호존중과 균형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올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리아 레사는 최근 국내언론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우리는 언론자유를 잃고 있고 파시즘은 고개를 들고 있다”고(사진; TV조선 캡처).
올 노벨평화상 수상자 마리아 레사는 최근 국내언론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우리는 언론자유를 잃고 있고 파시즘은 고개를 들고 있다”고(사진; TV조선 캡처).

이제 한국 언론에는 간명한 자문(自問)이 남아있다. 한국 언론은 인류최고의 가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눈앞의 언론자유 침탈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무엇보다 언론은 저널리즘의 전통적 과제라 할 정확성․공정성을 추구하며, 존립바탕이라 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 바탕 위에, 언론의 자유를 침탈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불온한 세력과 싸워야 한다.

한국 언론, 당장 존망을 다툴 위기 국면이다. 최선의 대응을 고민한다면, 한 순간의 숨 쉴 여유가 없을 것이다. 지금처럼 사회갈등의 심화에 따른 진영논리에 편승하며 함께 자멸할 것인가, 저널리즘의 경계 안에서 국민의 신뢰를 되찾으며 역사의 현장에서 제 몫을 다할 것인가. 귀결은 분명할 터다. 한국 언론, 함께 살려 들면 살 것이고, 함께 죽으려 들면 죽을 것이다. 한국 언론의 건투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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