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법 변경이 불러일으킨 맥주 시장 지각변동...국산 수제맥주는 과연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까
상태바
주세법 변경이 불러일으킨 맥주 시장 지각변동...국산 수제맥주는 과연 전성기를 맞을 수 있을까
  • 취재기자 강지호
  • 승인 2021.12.14 15: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주세 부과방식 52년만에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어
국산맥주 가격경쟁력 갖게 돼 수제맥주 시장 활성화 계기
부산에 다양한 브루어리 생겨 '수제맥주 성지' 칭호 얻어
MZ세대, 풍미와 깊고 묵직한 수제맥주에 푹 빠져들어

술은 대화로 이어지는 매개체 중 하나이다. 그중 맥주는 도수가 비교적 낮기 때문에 대화를 이어나가기에 적합하다. 대학생 정성엽(23, 대구시) 씨는 "처음 보는 사람이나 오랜만에 보는 사람과 밥 먹는 것보다는 맥주 한잔하는 게 대화도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MZ세대 수제맥주에 푹 빠져... 과일향과 독특한 풍미가 매력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수제맥주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수제맥주는 미국의 'craft beer'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용어이다. 대기업이 아닌 개인이나 소규모 양조장이 자체 개발한 제조법에 따라 만든 맥주이다. 과일 향이 나고 각기 독특한 풍미를 지닌 것이 수제맥주의 특징이다.

한 직원이 양조장에서 제조법에 따라 맥주를 제조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양조장에서 직원이 맥주를 제조하고 있다(사진: pixabay 무료이미지).

대학생 채윤호(23, 부산시) 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수입 맥주를 많이 먹었는데 요즘에는 국산 수제맥주를 많이 먹는다"고 말했다. 부산시 동래구에서 맥줏집을 운영하는 정현화(49,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젊은 친구들이 생각보다 국산 수제맥주를 많이 찾아 하루 빨리 국산 수제맥주를 구비해야겠다"고 말했다.

주세, 가격에서 양으로 부과기준 변경돼... 수제맥주, 수입맥주와 가격경쟁 가능해져

최근 국산 수제맥주 열풍이 일어나는 이면에는 주세법 개정이라는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20년 1월 1일부터 주세법이 52년 만에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뀐 것이다. 종가세란 최종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고, 종량세란 맥주 양에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종가세는 비싼 술이면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종량세는 술의 양의 따라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기존 종가세에서 국산맥주는 원가와 이윤 각종 비용을 다 합한 최종 출고가에 세금을 매기고, 수입맥주는 수입할 때 적어낸 가격에만 세금을 매겼다. 상대적으로 수입맥주가 국산맥주보다 세금을 적게 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편의점에서 수입맥주는 4캔에 1만 원이라는 싼 가격에 판매 할 수 있었던 반면, 국산맥주는 수입맥주보다 다소 높은 세금을 내야 했기에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울 수 없었다.

평소에 맥주를 즐겨 먹는 안진우 (26, 부산시 금정구) 씨는 "주세법 개정안을 알고 난 뒤 왜 국산맥주가 맛이 없는데도 수입맥주보다 비쌌는지 이해가 됐다"고 말했다.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뀌면서 국산맥주는 이전보다 더욱 다양하고 맛있는 수제맥주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편의점에 들어서면 수입맥주만큼이나 국산 수제맥주가 다양하게 나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편의점GS25에 제주맥주 외에도 국산 수제 맥주가 다양하게 진열돼 있다(사진:취재기자 강지호).
부산시내 한 편의점에 국산 수제 맥주가 다양하게 진열돼 있다(사진:취재기자 강지호).

주세법 변경으로 인해 국산 수제맥주의 가격 경쟁력이 갖춰지고, 양조장별로 다양한 수제맥주가 만들어지면서 국산 수제맥주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대폭 상승했다. CU는 자신들의 대표 맥주인 곰표 밀맥주를 칠성음료에 위탁생산을 맡겨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15배를 더 끌어올리며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CU, GS25 등 편의점업계 맥주업계와 콜라보 통해 수제맥주 열풍 주도

CU는 이종업체와의 콜라보를 통해 수제맥주의 열풍을 이어갔다. 지난 6월에는 속옷 및 잠옷을 주로 제작하는 기업인 BYC와 OB맥주가 협업해 '백양BYC 비엔나라거'를 출시했다. 다양한 콜라보를 통해 캔맥주의 디자인 또한 다양해지며 맥주의 맛뿐 아니라 개성있는 디자인 또한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여주고 있다.

코로나가 장기화 되면서 집에서 술을 먹는 '홈술족'이 늘어나는 것 또한 국산 수제맥주 성장의 일조했다. 대학생 하지원 (23, 부산시 동래구) 씨는 "코로나가 무서워 마음 편하게 집에서 맥주를 많이 마신다"고 말했다.

편의점 CU에서 단독으로 판매하는 수제맥주는 총 27종이고 그 중 곰표 밀맥주가 대표상품이다. CU해운대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김의준 (2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요즘 맥주를 구입하는 사람 중 수입맥주보다 곰표 밀맥주 같은 국산 수제맥주를 더 많이 사간다"고 말했다.

CU뿐만 아니라 GS25도 수제 맥주를 팔고 있다. GS25는 랜드마크 시리즈가 주력 상품이다. 2018년 광화문을 시작으로 제주백록담, 경복궁, 성산일출봉 등 다양한 맥주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2020년 한국 수제 맥주 업계 매출은 118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2017년 430억 원이었음을 감안한다면 3년 만에 약 3배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2023년까지 수제맥주 시장이 3700억 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맥주는 상면발효식이냐 하면발효식이냐에 따라 에일 맥주, 라거 맥주로 구분

맥주의 종류는 발효하는 방법에 따라 크게 상면발효식과 하면발효식 맥주로 나뉜다. 상면발효식은 발효액의 표면에 뜨는 성질이 있는 효모로 발효시켜 맥아 농도가 높고, 10~25도의 상온에서 발효하는 방식이다. 효모의 활동이 활발해 색이 짙고 알코올 도수가 높은 것이 특징인 에일(Ale) 맥주다.

하면발효식은 발효 중이거나 이후에 가라앉는 성질이 있는 효모로 발효시킨 맥주다. 상면발효식과 다르게 10도 이하의 저온에서 발효되며 가벼운 풍미와 청량감이 특징인 라거(Lager) 맥주다.

상면발효식으로 만들면 라거보다 알콜 도수가 높고 색깔과 향 그리고 맛이 진한 에일맥주, 하면발효식은 가벼운 풍미와 청량감을 자랑하는 라거맥주가 된다.

에일맥주의 대표주자는 독일식 밀맥주 바이젠, 영국식 흑맥주 스타우트, IPA 손꼽혀

에일맥주는 바이젠, 스타우트, IPA가 대표적이다. 바이젠은 독일식 밀 맥주를 말한다. 향긋한 바나나 향과 진득한 거품이 특징이다. 스타우트는 영국식 흑맥주의 일종으로, 초콜렛맥아나 흑맥아를 사용해 빛깔이 진하고 맛도 진하다. 대표적인 맥주로 기네스가 있다. IPA맥주는 'India Pale Ale'을 줄임말이다. 저장성 향상을 위해 홉 함량을 높인 에일이다. 탄산이 비교적 약하고 홉에서 비롯된 쓴맛이 강해 맥주 초보자들이 접하기는 힘든 스타일이지만 맥주 매니아의 길에 빠지면 가장 인기 있는 맥주이기도 하다.

독일 흑맥주 둔켈과 보크, 체코식 필스너 맥주는 라거맥주의 대표

라거맥주의 종류로는 둔켈, 보크, 필스너가 대표적이다. 둔켈은 독일 바이에이른 지방에서 주로 생산되는 흑맥주다. 검게 볶은 보리를 사용하며 짙은 검은색 때문에 매우 쓰고 진한 맥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맛은 오히려 스타우트와 달리 쓴맛이 적고, 보리맥아의 질감이 강조돼 있다. 보크는 일반적인 라거와 달리 더 많은 원료, 더 긴 발효 기간을 통해 강한 맛과 높은 도수를 자랑하는 흑맥주다. 보크가 독일어로 염소를 뜻하기 때문에 맥주병에 염소가 그려져 있는 경우가 많다. 필스너는 1842년부터 생산된 체코식 라거 맥주다. 쓴맛이 강하고 옅은 황금빛을 띠는 것이 특징이며 19세기 후반 독일에 소개되면서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소비가 많이 되는 맥주 '페일라거'

전 세계 사람들이 가장 많이 소비하는 맥주가 '페일라거'이다. 페일라거는 밝은 금색의 라거 맥주이며 도수는 3~4도가 대부분이다. 대다수 국가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장악하고 있으며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맥주의 형태이다.

국산 페일라거 맥주에는 카스, 하이트, 클라우드가 있고 해외는 아사히, 기린, 버드와이저, 하이네켄 등이 있다. 국산 해외 가릴 것 없이 페일라거는 독특한 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낮은 도수와 고소하고 씁쓸한 맛이 있어 가볍게 즐기기 최고다.

대학생 강여진 (24, 부산시 사상구) 씨는 "가장 즐겨 먹는 맥주가 버드와이저와 카스인데, 둘 다 페일라거일 줄은 몰랐다"라고 말했다. 송권상 (21,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가족들이 맥주를 좋아해 냉장고에 항상 맥주가 채워져 있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대부분 페일라거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수제맥주의 성지' 부산... 갈매기, 와일드웨이브, 고릴라 브루잉 등 인기

수제맥주는 편의점에서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산 곳곳에 수제맥주 브루어리가 있다. 특히 광안리에 영국이나 미국의 제조법을 가져와 수제맥주를 파는 브루어리가 많이 분포하고 있다.

부산은 '수제맥주의 성지'라고도 불린다. 그중 부산시 수영구 광안리에 위치한 갈매기 브루잉은 주한 외국인 홈 브루어들이 창업한 부산 최초의 수제맥주 브루어리다. 한국의 수제맥주 문화를 발전시킴과 동시에 부산이 자랑할 수 있는 맥주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설립했다. 미국, 캐나다, 영국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설립자들은 각자의 경험을 맥주와 펍에 담아 독특한 맥주와 펍 분위기를 선사한다.

와일드 웨이브 브루잉은 사워에일(Sour Ale), 와일드 에일(Wild Ale)의 중심으로 2015년 광안리에 설립됐다. 국내 수제맥주들이 시도하지 않는 맥주들을 주로 생산한다. 2017년부터 송정에 자체 양조장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와일드 웨이브를 방문한 신재영(25, 부산시 동래구) 씨는 "평소에 맥주를 많이 먹지만 그중 와일드 웨이브는 수제맥주 중에서도 독특한 맥주가 많아 와일드 웨이브를 자주 방문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해운대구 송정에 위치한 와일드 웨이브 브루잉 테라스에 포장된 맥주와 안주가 있다(사진: 독자 신재영 씨 제공).
부산시 해운대구 송정에 위치한 와일드 웨이브 브루잉 테라스. 테이블 위에 테이크 아웃하려는 듯한 포장된 맥주와 안주가 놓여있다(사진: 독자 신재영 씨 제공).

대부분의 수제맥주는 자신들만의 양조장을 지니고 있지만 모든 수제맥주가 이러한 형태를 띠는 것은 아니다. 2017년부터 시작한 테트라포드 브루잉은 집시 브루어리로 자신만의 고유한 레시피를 외부 양조장에서 맥주를 제조한다. 부산의 지역 양조장에 위탁해 맥주를 생산하고 있으며, 수제맥주를 다양한 사람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음용성이 좋은 수제맥주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고릴라 브루잉은 영국인이 2015년에 부산에 설립한 맥주 양조회사이다. 실내는 마치 영국 현지 펍 분위기를 연상케 한다. 부산의 관광지인 광안리에 위치해 있어 부산 사람뿐 아니라 여행객 또한 많이 방문한다.

부산 광안리에 위치한 수제 맥줏집 고릴라 브루잉에서 직원이 수제맥주를 따르고 있다(사진:취재기자 강지호).
부산 광안리에 위치한 수제 맥줏집 고릴라 브루잉에서 직원이 맥주를 따르고 있다(사진:취재기자 강지호).

고릴라 브루잉을 방문한 염세기 (23, 부산시 동래구) 씨는 "대학을 서울로 가는 바람에 부산에 올 때마다 부산에 위치한 수제맥줏집을 많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국산 수제맥주 뿐 아니라 해외에서 유입된 수제맥주 또한 사람들에게 좋은 인식이 심어지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MZ세대들을 통해 국산 수제맥주의 입지는 굳건하다. 기성 맥주의 위기와 새롭고 다양한 수제맥주의 열풍으로 앞으로의 맥주 시장의 변화가 기대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