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를 지은 건 그 사람이고 작품은 죄가 없어요”,.. 논란 연예인들의 빠른 복귀에는 대중들의 맹목적 소비가 한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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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를 지은 건 그 사람이고 작품은 죄가 없어요”,.. 논란 연예인들의 빠른 복귀에는 대중들의 맹목적 소비가 한 몫
  • 취재기자 김연우
  • 승인 2021.12.1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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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학폭 등 논란 연예인 빠른 복귀에 대중은 빠른 용서와 소비
신화 김동완, 성매매 엠씨더맥스 이수 응원 글에 대중들 반응 ‘싸 해’
논란 아이돌에 맹목적으로 품는 팬들, “어떻게 미워할 수가 있어요”
당당한 소비에 비판 많아...무조건적 지지는 불편한 진실을 묻어버려
논란 연예인에 대한 준엄한 시선으로 악순환의 꼬리 끊어내야 할때

연예인이 사생활 논란으로 오랜 자숙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이제는 옛말이 됐다. 과거 연예인들은 논란 즉시 은퇴 기자회견을 열거나 몇 년이 지나서야 조심스레 다시 TV에 얼굴을 비췄다. 요즘은 개인 SNS에 사과문 한 장 올려놓고 대중들의 기억에서 잊힐 때까지 잠시 쉬다 오면 그만이다. 과거보다 연예인들이 쉽게 복귀를 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본모습을 알고도 방송에서 만든 그들의 이미지를 자꾸 믿고 싶어진다. 그렇게 그들의 잘못을 이해하려고 하는 쓸데없는 관대함까지 생긴다. 물론 논란이 터지면 이미지에 타격은 가겠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 속에서 논란은 또 다른 논란으로 묻히기 마련이다. 그러면 대중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열심히 소비하기 시작한다. 연예인들의 복귀가 당연히 쉬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룹 신화 멤버 김동완이 지난 달 1일 엠씨더맥스 이수를 응원하는 글을 게시했다 네티즌들의 거센 비난을 얻고 다음날 사과문을 게재했다(사진: 김동완 인스타그램 캡처).
그룹 신화 멤버 김동완이 지난 달 1일 엠씨더맥스 이수를 응원하는 글을 게시했다 네티즌들의 거센 비난을 얻고 김동완은 다음날 사과문을 게재했다(사진: 김동완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달 1일, 그룹 신화 멤버 김동완이 12년 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엠씨더맥스’ 멤버 이수를 응원했다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수 응원 글이 논란이 되자 김동완은 개인 SNS에서 “과음으로 판단력이 흐려져 많은 분께 실망과 상처를 안겨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다. 네티즌들은 공인이 성매매 혐의로 처벌까지 받았던 범법자를 옹호하는 세상이 왔다며 질타를 했다. 이수는 2009년 공익 근무 요원으로 복무하던 당시 미성년자를 집으로 불러 성매매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상대가 미성년자임을 몰랐다고 주장한 점과 초범이었다는 점이 받아들여져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대중들의 반발로 현재 방송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올해 1월 초 이수가 발매한 음원 순위는 대중들의 반발과는 맞지 않는 결과를 나타냈다. 이수가 출연하고 부른 영화 ‘바이크 원정대: 인 이탈리아’의 OST ‘Your Lights’가 발매 직후 주요 음원차트를 석권한 것. 결국, 대중들도 앞에서는 그렇지 않은 척하지만, 여전히 논란 연예인들의 작품을 소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이수 개인 SNS에 올라온 최근 근황으로, 여전히 활발하게 SNS 활동중이다(사진: 이수 인스타그램 캡처).
이수 개인 SNS에 올라온 최근 근황으로, 여전히 활발하게 SNS 활동중이다(사진: 이수 인스타그램 캡처).

실제로 그의 노래를 노래방에서 종종 부르는 대학생 이 모(21) 씨는 “그 사람의 죄질이 좋지 않은 것은 인정한다. 근데 내가 중학생 때 즐겨 부르던 노래라 끊어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가수보다 노래가 더 유명해 정작 노래를 부른 가수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르고 소비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가수는 잘 모르지만, 길거리에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노래의 대표적인 예가 ‘엠씨더맥스’다. 경성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 재학 중인 박 모(21) 씨는 “아직까지 노래방 인기차트에 있을 정도로 이수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노래방에서 이 노래를 즐겨 부르는 친구들 보니까 이수 논란 자체를 아예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룹 스트레이키즈 멤버 현진이 학창시절 동급생에게 학교폭력을 가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스트레이키즈 공식 인스타그램에 자필 사과문을 게시했다(사진: 스트레이키즈 인스타그램 캡처).
그룹 스트레이키즈 멤버 현진이 학창시절 동급생에게 학교폭력을 가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스트레이키즈 공식 인스타그램에 자필 사과문을 게시했다(사진: 스트레이키즈 인스타그램 캡처).

지난 2월에는 JYP 소속 그룹 스트레이키즈의 현진이 중학생 시절 동급생에게 언어폭력과 신체폭력을 가했다는 학교폭력 의혹이 드러났다. “엄마 없어서 저 모양이다. X 같다”라는 등의 폭언, 성희롱 등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소속사 측은 모든 내용을 명백하게 입증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에둘러 학교폭력을 인정했다. 논란 이후 4개월간 활동 중단을 했던 그는 “기부 및 봉사활동을 통해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며 새 그룹앨범으로 돌아왔다. 역시 지금까지도 많은 팬의 사랑을 받으며 활동 중이다. 팬들은 자신이 ‘8 키즈(스트레이키즈에 속한 멤버 전원 8명)’를 모두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sns 소개를 걸어두기도 했다. 논란 터진 멤버도 좋아한다고 아예 대놓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

현진의 학교폭력 사실이 알려지면서 커뮤니티 ‘네이트판’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글이다(사진: 네이트판 캡처).
현진의 학교폭력 사실이 알려지면서 커뮤니티 ‘네이트판’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글이다(사진: 네이트판 캡처).

인터넷 커뮤니티 ‘네이트판’ 에서는 해당 아이돌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다. 확실한 선을 긋지 않으면 앞으로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버젓이 연예 활동을 할 수 있게 문을 열어주는 꼴이라는 것이다. 익명의 글쓴이는 “그가 잘되면 잘될수록 가해자가 이렇게 잘 산다는 증거가 되는 거고 앞으로 나올 가해자들도 사과하고 활동하면 된다는 증인이 되는 거야”라고 글을 남겼다.

크게 별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하는 팬들도 있다. 대학생 정 씨는 “당시 현진의 여자친구에 대해 일부러 안 좋게 소문내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았다. 그래서 현진도 본인의 여자친구에 대해 안 좋게 말하는 게 화가나 폭언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진은) 외모도 훌륭한데 어떻게 그 일로 미워할 수가 있겠냐”고 덧붙였다.

유튜브 교보문고 채널에 올라온 영상으로 위근우 칼럼니스트와 이주현 PD가 배우 이병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유튜브 교보문고 캡처).
유튜브 교보문고 채널에 올라온 영상으로 위근우 칼럼니스트와 이주현 PD가 배우 이병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사진: 유튜브 교보문고 캡처).

이처럼 논란이 있는 연예인의 작품이나 곡을 소비해도 상관없다는 주장과 소비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격하게 대립 중이다. 이와 관련하여 유튜브 ‘교보문고’ 채널에 올라온 '이병헌의 영화, 이수의 음악…. 즐기면 안 되나요?'라는 영상이 화제가 됐다. 1년 전 업로드된 영상이지만 최근까지 댓글이 달릴 정도로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은 영상이다.

칼럼니스트 위근우 씨는 해당 영상에서 배우 이병헌의 불륜 사건을 언급했다. 이병헌 사건은 그가 외도를 시도하다 두 명의 여성 연예인에게 50억 원을 협박당한 사건이다. 여성과 나눈 외도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로맨틱, 성공적”이라는 낯부끄러운 단어는 개그 소재로 소비됐다. 위근우 씨는 “사실 개그 밈으로 쓰는 것도 너무 불쾌하다. 그건 엄연한 성희롱”이라고 말하며 해당 사건에 대해 선을 그었다.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형님’ 방송자막으로 이병헌의 외도 대화록 중 나왔던 ‘로맨틱, 성공적’ 멘트가 개그밈으로 사용됐다(사진: 아는형님 유튜브 캡처).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형님’ 방송자막으로 이병헌의 외도 대화록 중 나왔던 ‘로맨틱, 성공적’ 멘트가 개그밈으로 사용됐다(사진: 아는형님 유튜브 캡처).

대중들이 논란 속 연예인의 작품을 소비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소비하는 행위와 ‘나는 소비한다’라고 말하는 행위는 다르다는 것. 소비한다고 말하는 순간 “그래도 괜찮아. 소비해도 괜찮아”라는 것이 항상 암묵적으로 깔리기 때문이다. 본인의 소비행위에 대해 말함으로써 당당함을 얻기 시작하면 세상도 그 당당함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럼 언젠가 세상 모든 사람이 불편한 진실에 대해 침묵하는 날이 오고 말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사람 위에 예술 없듯 모든 것의 전제는 시민윤리가 되어야 한다. 위근우 씨는 “누구의 관점에서든 최선의 윤리는 시민의 윤리다. 그다음에 창작윤리가 있고, 비평윤리가 있고 소비윤리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불편한 진실에 대해 지적하는 일을 그리 반기지 않는다. “연기는 잘하잖아”, “솔직히 노래로는 못까지 않아?”라며 논란은 등지고 작품 독해 자체에 정당성을 부여하곤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소비되고 있는 논란 창작자의 콘텐츠도 누군가가 침묵했기 때문에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손가락질보다 더 무서운 것이 침묵이라고 한다. 잘못된 소비에 대해 입을 열지 않는다면 논란의 소비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대중들의 건강한 소비환경이 건강한 창작물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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