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답답한 마음, 걷자! 풀자!... 길 인문학으로 풀어낸 ‘걷기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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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답답한 마음, 걷자! 풀자!... 길 인문학으로 풀어낸 ‘걷기의 기쁨'
  • 취재기자 허시언
  • 승인 2021.12.08 22: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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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연구자 경성대 박창희 교수의 신작 에세이집
길의 역사, 문화, 표정 등 담아...걷기 명소도 소개
길을 찾고 길을 걷는 길 안내자 박창희 교수의 장편 에세이 ‘걷기의 기쁨’ 표지(사진: 박창희 교수 제공).
길 안내자 박창희 교수의 신간 ‘걷기의 기쁨’
표지(사진: 산지니 출판사 제공).

“머리가 복잡한가? 당장 밖으로 나가 걸어라. 온갖 잡스러운 정보와 소식에 목매고 있을 이유가 뭔가.”

길은 곧 삶이다. 인간은 태어나 첫 걸음마를 시작하고부터 죽기 전까지 걷지 않고는 살 수 없다. 일상의 지친 것들이 나를 짓누른다면 걷기가 이를 가볍게 해 줄 것이고, 복잡한 문제가 생겼다면 걷기가 시나브로 해결해 줄 것이다. 걷지 않고 살 수 없다면 좀 더 행복한, 즐거운, 의미 있는 걷기를 하는 것이 좋겠다.

길 연구자이자 걷기 마니아인 경성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창희 교수가 '걷기의 기쁨'(산지니)이란 걷기를 주제로 한 묵직한 에세이집을 펴냈다. 이 책은 길에 대한 다채로운 인문학적 지식과 사고, 그리고 저자가 직접 걸어서 만난 풍경까지 생생히 느낄 수 있는 길 걷기 에세이다. 

이 책의 1부에서는 ‘길’과 ‘걷기’에 관한 인문학적 이야기들과 작가가 경험했거나 들은 ‘걷기’를 통해 얻은 다양한 이야기들이 수록돼 있다. ‘길’과 ‘걷기’의 이야기들은 마인드맵처럼 뻗어나간다. ‘길’의 어원부터 시작해 길이 품고 있는 역사, 지금은 사라진 옛길들, ‘길’에서부터 파생된 단어, 길 위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문학작품들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걷는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해질녘 다대포의 말갈기 파도. 이 경관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면 당장 짐을 싸 들고 길을 나서야 한다(사진: 박창희 교수 제공).
걷는 사람에게만 보여주는 해질녘 다대포의 말갈기 파도. 이 경관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다면 당장 길을 나서야 한다(사진: 박창희 교수 제공).

2부에서는 작가가 직접 ‘걷기 좋은 길’을 걸으며 건져낸 이야기들을 담았다. 독자들이 책을 들고 직접 찾아가 걷는다면 재미는 배가 될 것이다. 작가가 직접 다닌 길 위에서의 이야기들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이유 모를 용기까지 만들어준다. 밟기 좋은 흙길 산책로, 땀이 훅훅 나는 등산로, 돌아오는 길에 맛있는 회 한 접시를 먹을 수 있는 도보코스, 배가 다니는 뱃길과 물길까지.... 책을 다 읽고 나면 당장 짐을 싸서 어디론가 훌쩍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 그만큼 우리나라에는 숨어있는 걷기 좋은 길들이 많다.

저자가 길에서 건진 우리말들도 관심거리다. 길에 스며든 아름다운 순우리말들은 그 자체로 한민족사의 내밀한 표정이다. 길라잡이, 길놀이, 길닦음, 길목버선, 길봇짐, 길요강, 길이불, 길제사, 길짐, 길타령, 길호사, 첫길, 갓길, 고샅길, 속길, 자드락길, 뒤안길, 자락길, 돌너덜길, 풋서릿길, 등굽이길, 자드락길, 벼룻길, 서덜길, 숫눈길. 길은 종류도 많고 사연도 많다.

길을 표현하는 부사나 의태어 의성어도 다채롭기 그지 없다. 비틀비틀, 흐느적흐느적, 비실비실, 비척비척, 휘청휘청, 휘적휘적, 기우뚱기우뚱, 건들건들, 흔들흔들, 아장아장, 어정어정, 어기적어기적, 성큼성큼, 살금살금, 타박타박, 터벅터벅, 뚜벅뚜벅, 사뿐사뿐, 살랑살랑.

저자인 박창희 교수는 '도보꾼이자 유랑자이고 스토리텔러로 살고 싶은 자유인'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경남 창녕 출생으로 부산대 영문학과, 부산대 예술대학원을 졸업했다. 30여 년간 국제신문 기자로 일했고, 그동안 ‘나루를 찾아서’, ‘부산 순례길’, ‘서의택 평전’, ‘허신구 평전’ 등 20여권의 책을 썼다. ‘도보꾼’이라는 수식어에 맞게 ‘부산의 길: 원천스토리 개발연구’ 등의 연구도 진행한 바 있다. 박 교수는 "길이 열리면 걸어서 해파랑길(부산~강원도 고성)을 따라 두만강까지 걷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걷기의 기쁨'을 펴낸 곳은 부산의 출판사 산지니다. 148X220mm, 288쪽, 1만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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