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속에 3000원씩 품고 다니게 만드는 붕어빵... 왜 골목 어귀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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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속에 3000원씩 품고 다니게 만드는 붕어빵... 왜 골목 어귀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을까?
  • 취재기자 허시언
  • 승인 2021.12.02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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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파는 노점상 근처에 산다는 의미의 ‘붕세권’... 붕어빵을 찾기 힘들어져 생긴 신조어
팥, 밀가루, 식용유 가격 급등... 연일 오르는 재료값 때문에 붕어빵 팔아도 마진 안 남아
길거리에서 찾기 힘들어진 탓에 붕어빵 노점상 위치 알려주는 ‘붕세권’ 앱도 등장 눈길
대표적인 겨울철 길거리 간식인 ‘붕어빵’이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허시언).
대표적인 겨울철 길거리 간식인 ‘붕어빵’이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지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허시언).

“겨울이면 가슴속에 3000원은 품고 다녀야 한다.”

찬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이 시작되면 길거리에서 하얀 김을 폴폴 풍기는 노점상들이 하나둘씩 생겨난다. 겨울의 꽃은 길거리 음식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종류의 겨울 간식거리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호떡, 바나나빵, 계란빵, 풀빵, 델리만쥬, 붕어빵 등 따뜻하고 달달한 간식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겨울 간식을 먹고 싶어 찾으려고 하면 파는 노점상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붕세권’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겨울철 인기 있는 길거리 간식인 붕어빵을 찾는 사람들 때문에 만들어진 신조어로, 붕어빵을 파는 가게 인근에 자리 잡은 주거지역 또는 권역을 뜻하는 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길거리에서 흔하게 보이던 붕어빵 파는 노점상이 최근 들어서 찾기 힘들어졌다. 길거리 간식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언제 어디에서 붕어빵을 발견할지 모르기 때문에 패딩 주머니 안쪽에는 무조건 3000원씩은 넣어 다녀야 한다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겨울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는 붕어빵이 왜 이렇게 찾기 힘들어진 걸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농산물 유통 정보에 따르면, 붕어빵 팥소를 만들 때 쓰는 수입산 팥(40kg)의 도매가격이 지난해보다 17%가량 올랐다. 업소용 식용유 가격(18L)도 올해 초보다 두 배 정도 올랐다.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 따르면, 최근 거래되는 밀의 1t당 가격은 작년보다 40% 이상 급등했다.

재료값이 급등했기 때문에 붕어빵의 가격도 자연스럽게 올랐다. 작년까지만 해도 붕어빵 세 마리에 1000원이었지만, 이제는 슈크림 붕어빵은 두 마리에 1000원, 팥 붕어빵은 세 마리에 1000원이 됐다. 싸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이라는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

연일 오르는 재료값 때문에 붕어빵을 아무리 팔아도 마진이 남지 않고, 재료값 상승으로 붕어빵 가격이 오른 것 때문에 사람들이 선뜻 몇 천 원어치씩 사 먹기도 주저하게 됐다. ‘가성비’를 생각했을 때 붕어빵은 더 이상 싼 가격의 간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악순환으로 붕어빵 노점상을 유지할 수 없게 된 상인들이 하나 둘 붕어빵 장사를 접으면서 붕어빵이 찾기 힘들어지게 된 것이다.

‘붕세권’ 앱으로 경성대학교 근처에 있는 붕어빵 파는 노점상 위치를 조회해 본 것. 경성대 근처에는 붕어빵 가게 2개, 호떡 가게 1개, 타코야키 가게 1개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허시언).
‘붕세권’ 앱으로 경성대학교 근처에 있는 붕어빵 파는 노점상 위치를 조회해 본 것. 경성대 근처에는 붕어빵 가게 2개, 호떡 가게 1개, 타코야키 가게 1개가 있는 것을 알 수 있다(사진: 취재기자 허시언).

찾아보기 힘들어진 붕어빵 때문에 붕어빵 파는 노점상 위치를 알려주는 ‘붕세권’이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까지 등장했다. 붕세권 애플리케이션은 붕어빵뿐만 아니라 호떡, 타코야키 등 다양한 종류의 길거리 간식이 있는 위치를 알려준다. 앱을 통해 가격 정보와 메뉴 정보까지 알 수 있다.

추운 겨울날 길을 걷다가 “붕어빵 사갈까?”라고 말하면서 붕어빵을 사서 집에 들어간 경험이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3000원어치만 사도 종이봉투가 빵빵해져서 품에 가득 안고 걸어가면 따끈한 붕어빵 온도 덕분에 몸도 같이 따뜻해지고 맛있는 냄새가 풍겨와 발걸음을 재촉하게 만들었다. 붕어빵은 겨울철 조그만 추억과 그리움을 만들어줬다. 점점 사라지고 있는 붕어빵을 보고 있으면 우리의 추억도 함께 사라지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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