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덮친 카페엔 파리만 날려...온 가족 발벗고 뛰며 재기 몸부림 친 자영업자의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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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덮친 카페엔 파리만 날려...온 가족 발벗고 뛰며 재기 몸부림 친 자영업자의 분투기
  • 취재기자 홍성우
  • 승인 2021.12.02 16: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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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대표적 두 대학로에 카페를 차린 ‘오형택’씨
얼마 지나지 않아 터진 코로나로 인해 뚝 끊긴 발길
가게 아내에게 맡기고 전기배관설비 뛰어들어 재기
좌절하지 않고 자신이 잘하는 일을 찾아 재기 준비 중

코로나로 인해 한산해진 부산의 대표적 대학로 부산대와 경성대 부경대 앞 거리

부산대와 경성대, 부경대 앞 대학로는 사람 많고 놀기 좋은 부산의 대학로로 유명하다. 특히 경성대, 부경대 대학로는 대학교 두 개가 붙어 있어서 사람들이 많이 몰려 부산 사람들에게는 '부산의 홍대'라고도 불린다. 두 대학로는 많은 사람에 상가들은 조용할 날이 없었고 테이블은 항상 만석이었다. 조용할 일은 없을 줄 알았던 대학로가 작년 초 코로나 사태로 그 많던 사람들의 발걸음이 뚝 끊겼다. 대학로의 인파는 볼 수 없었고 항상 호황을 누리던 가게들은 조용했다. 코로나가 길어지면서 폐업하는 가게도 하나둘씩 생기기 시작했다.

'부산의 홍대'라고 불리는 경성대, 부경대 대학로에 오형택(43, 부산시 기장군) 씨는 2017년 카페를 오픈했다. 장사가 잘 되자 1년 후 부산대에도 카페 2호점을 오픈했다. 2호점도 오픈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1호점과 마찬가지로 많은 손님이 찾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가 발생했다. 코로나로 인해 대학로 앞 술집, 식당, 카페 등 가게들은 사람들 발걸음이 끊겼고, 그가 차렸던 카페도 코로나를 이겨낼 수가 없었다. 코로나가 발생하자마자 매출은 절반 이상 급감했다. 직원들 인건비와 임대료를 내고 나면 수익은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코로나가 1년을 지나고 2년이 다 되어 가면서 적자는 계속되고 다른 일을 하지 않고는 힘든 상황이 됐다.

두 대학로의 카페는 오픈과 동시에 많은 손님들이 찾아주자 가게는 손님들로 늘 가득했다. 알바생도 두 명 씩 일했고, 두 명으로도 부족할 때는 본인이 1호점과 2호점을 왔다 갔다 하면서 부족한 일손을 채웠다. 일이 잘되고 알바생도 잘 따라주니 바빴던 날에 그는 끝나고 알바생들에게 저녁을 자주 사주곤 했었다. 열 명 남짓한 직원들 단체로 회식도 자주 가졌었다. 하지만 계속되는 적자에 여러 명의 직원이 있을 필요가 없어졌고 어쩔 수 없이 직원의 수를 반 정도로 줄일 수밖에 없었다. 직원들과 좋은 유대감을 가지고 있던 그는 그만두는 알바생에게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상황이 안 좋아 지자 부업을 하게 된 오형택 씨

그가 가장 힘들어했던 상황은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아들과 딸 두 명의 자식이 있는데 두 명 다 이제 초등학교 저학년이 되는 나이로 영어학원, 피아노, 태권도 등 친구들과 함께 여러 학원을 다니고 있었다. 어떠한 부모도 자식들에게 투자하는 것은 아깝지 않아 하는 것처럼 그도 자신이 좀 아끼더라도 자식들 교육에는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 되자 자식들의 학원을 그만두게 할 수밖에 없었고 그 부분에 대해 굉장히 미안해했다.

카페 사장 오형택 씨가 고장난 제빙기를 손보고 있다(사진 : 취재기자 홍성우).
카페 사장 오형택 씨가 고장난 제빙기를 손보고 있다(사진 : 취재기자 홍성우).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새로운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래서 그는 어떤 일을 하는 게 좋을까 생각하다가 자신이 예전부터 관심 있었던 기계 만지는 쪽으로 일을 구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손재주가 좋아서 기계 다루는 것을 잘했다. 군대를 전역하고 꽤 오랜 시간 막노동도 했고, 이것저것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여러 가지 많은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알게 됐다. 예전에 일하면서 알게 된 인맥을 통해 어렵지 않게 일을 구할 수 있었고, 공사장에서 전기배선과 배관설비 일을 시작했다.

카페를 개업할 때부터 가게 도면은 본인이 직접 그렸고 공사도 직접 참여했다. 카페 직원인 선 모(25,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가게에 손봐야 될 부분이 있으면 사장님이 직접 다 고치셨다. 간단한 기계나 장비는 물론이고 천장에 물 새는 것까지 본인이 직접 손보셨다"고 했다.

경성대, 부경대의 1호점카페와 부산대의 2호점 카페(사진: 취재기자 : 홍성우).
경성대, 부경대의 1호점카페(사진: 취재기자 : 홍성우).

남편을 돕기 위해 남편의 일을 대신 시작한 아내

공사장에서 일을 하고부터 카페를 관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가정주부로 있는 아내에게 카페를 대신 봐 줄 수 없냐는 부탁에 아내는 흔쾌히 받아들였고 그는 새로운 일에 집중을 할 수 있게 됐다.

결혼하고 육아를 하면서 일에 손을 뗀지 오래됐는데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아내는 "오히려 행복하다 요즘, 애기 아빠는 술 약속을 만들어서라도 술 마시는 것을 좋아했다. 근데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나서는 거의 술을 입에 대지 않는다"며 "시간이 없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시간이 나더라도 집에서 공부를 한다. 예전에는 볼 수 없던 상황인데 힘들지만 행복해 보인다"고 했다.

그는 지금 일하는 것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 이 일을 계속할 생각이다. 배관설비, 전기배선 일을 능숙하게 할 줄 알게 되면 지게차, 굴삭기 등 중장비도 배워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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