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섰던 한 대학생...운전자의 방심 누군가의 생명 앗아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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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섰던 한 대학생...운전자의 방심 누군가의 생명 앗아갈 수도
  • 취재기자 김나희
  • 승인 2021.11.30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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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문턱서 회생한 동아대 노주영 씨...등교 중 4중추돌 빗길교통사고 당해
골반이 부서지고 장기가 손상돼 입원...학업과 병행한 꾸준한 재활로 회복 중
사고 극복 경험이 만들어낸 도전 의식...운전 겁나지만 다시 도전해 극복할 터

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차이다. 모든 사건 사고는 책의 한 페이지를 넘기듯 눈 깜빡할 사이에 일어난다. 그 찰나의 순간에서 누군가는 죽음의 문턱을 넘고, 누군가는 그 문턱 앞에서 가까스로 걸음을 돌린다.

2021년 3월 12일, 대학생 노주영(21) 씨는 등교 중 겪은 4중추돌 빗길교통사고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가 가까스로 살아 돌아왔다. 주영 씨가 타고 가던 차가 빗길에 미끄러진 1톤 트럭에 치여 돌면서 밀려났고, 뒤에서 달리던 화물차에 또 치이며 멈췄다. 주영 씨는 “처음 차가 치였을 때 어? 하긴 했는데 그땐 차가 돈 것도 몰랐고, 그렇게 큰 차가 들이박은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사고 당시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게 가장 무섭다고 털어놓았다. 정신을 잃기 전, 희미하게 삐삐삐 울리는 자동차 경고음 소리를 들은 것도 같다. 그것도 확실하지 않다. 사고 당시를 회상하려고 하면 할수록 뇌가 멈춘 것처럼 기억이 흐릿해지기 때문이다.

사고 이전 주영 씨는 학업에 열중하던 평범한 대학생

주영 씨가 2학년 2학기 대면 수업을 마치고 학교에서 나오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나희).
주영 씨가 2학년 2학기 대면 수업을 마치고 학교에서 나오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나희).

주영 씨는 동아대학교 건축학과에 재학 중인 2학년 학생이다. 부지를 가상으로 부여받아 건물을 설계하는 수업을 들으며 주택 설계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건축학과 학술 동아리인 ‘그리메’에서는 섭외부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주영 씨가 동아대 강의실에서 설계 모형 과제의 수정 사항을 살펴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나희).
주영 씨가 동아대 강의실에서 설계 모형 과제의 수정 사항을 살펴보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나희).

그는 건축학과 세부 전공으로 실내공간디자인전공을 선택했다. 건물의 외관을 디자인하는 건축학전공보다 건물 내부의 용도 배치와 가구, 조명 등을 디자인하는 실내공간디자인전공에 더 흥미가 있었다. 주영 씨는 “어떤 전공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배우는 방향이 완전히 달라져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며 “고민한 만큼 적성에 맞는 전공을 선택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안심했다.

길고 힘든 통학에 자차 운전대를 잡다

주영 씨는 설계 모형을 만들고 실내공간 디자인을 배우는 현재 학교생활이 꿈만 같다. 올봄 그는 죽음의 문턱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일명 ‘코로나 학번’이었던 주영 씨는 지난해 겨울 1학년 2학기를 마치며 자차 통학의 필요성을 느꼈다. 갈수록 늘어나는 대면 수업으로 왕복 4시간의 대중교통 통학이 점차 버거워졌고, 2학년이 되면 대면 수업이 더 늘어날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자가운전을 하면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보다 통학 시간이 반도 넘게 줄었다.

결국 두려운 마음을 딛고 운전대를 잡았다. 운전 연습으로 1학년 겨울방학을 보냈다.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은 고속도로를 거치고, 복잡한 길을 통과해야 하는 등 꽤 어려웠다. 그래서 차가 없어 도로가 한산한 오전에 꾸준하게 학교와 집을 왕복하는 연습을 했다. 그렇게 연습 기간이 한 달을 훌쩍 넘어가면서 길이 눈에 익고 자신감이 생겼다. 주영 씨는 “처음 1~2주 동안은 아버지와 다니다가 아버지 권고로 혼자 가기 시작했다”며 “무섭고 긴장됐는데 생각보다 수월하게 잘 다녀와서 안심했다”고 회상했다.

2학년 1학기가 개강하고, 처음으로 직접 운전한 차로 무사히 등교했다. 무섭고 떨렸지만 뿌듯함이 컸다. 그리고 무엇보다 편했다. 주영 씨는 “대중교통으로 등교하면 설계 모형을 가지고 가야 할 때마다 혹여나 인파에 밀려 설계 모형이 부서질까 봐 마음 졸였는데 그러지 않아도 돼서 좋았다”고 말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4중추돌 빗길교통사고에서 운전석이 직통으로 치이다

4중추돌 교통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났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날, 빗길에 미끄러진 1톤 트럭이 앞서 달리고 있던 주영 씨의 차 왼쪽 뒷부분을 들이박았다. 주영 씨의 차를 들이박고 멈춘 1톤 트럭을 뒤따라가던 다른 승용차가 그대로 친 것까지가 2중추돌이었다. 그리고 충격으로 빙글빙글 돌면서 다른 차선에 밀려 들어간 주영 씨의 차를 이번엔 멀리서 달려오던 화물차가 들이박았다. 주영 씨가 앉아 있던 운전석이 그대로 치여 버렸다. 순식간에 4대의 차가 추돌한 것이다.

주영 씨는 “차가 멈춘 기분이 들고 정신이 희미해져 갈 때쯤 여기서 차가 또 움직이면 사고가 더 크게 나겠지 싶은 마음에 브레이크를 밟고 시동을 껐다”며 “무슨 정신으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돌이켜보면 어이없고 웃기다”고 실소했다.

기절했던 주영 씨는 구급대원이 깨우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눈을 뜨자 터진 에어백, 온몸을 꽉 조이는 안전벨트, 대학 동기에게 전화가 오고 있는 휴대폰, 본인을 깨우는 구급대원과 구조 계획을 짜는 구급대원들이 보였다. 주영 씨는 “사고가 났다는 게 믿기지 않았고, 무서워서 말도 제대로 안 나오고 그대로 굳어 있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사고 현장으로 곧바로 달려온 건 차에 이상이 생겼다는 휴대폰 알림을 본 주영 씨의 오빠인 노규원(28) 씨였다. 규원 씨는 친구가 차를 대신 운전해 줘야 했을 만큼 놀란 상태로 현장에 도착했다. 규원 씨가 사고 현장을 처리하는 동안 주영 씨는 구급차에 실려 규원 씨의 친구와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 응급실에서는 아버지가 주영 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주영 씨는 “사고 현장에서 벗어나고 그제야 눈물이 났다”며 “가족들 얼굴을 보니까 긴장이 풀리고 안심이 됐었다”고 말했다.

외상은 없으나 골반, 갈비뼈가 부러지고 장기도 손상되다

눈에 보이는 외상이 하나도 없었기에 처음엔 다친 것도 몰랐다. 주영 씨는 “보통 드라마 같은 곳에서 교통사고가 나면 피를 한가득 흘리는 게 기본이었는데 나는 피 한 방울도 나지 않았다”며 “연유는 몰라도 그 규모의 사고에서 그렇게까지 심하게 다치지 않았던 건 정말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운전석에서 스스로 일어날 수 없음을 깨닫고서야 골반이 이상함을 느꼈다. 구급대원은 사고 현장에서 구급차로 가지 못하는 주영 씨를 보고 그를 운전석에서 꺼내 들것에 실었다. 그러자 안전벨트로 좌석에 몸이 고정돼 있었기에 뼈가 부서진 줄은 꿈에도 모르다가 그제야 밀려오는 고통을 느꼈다. 부서지고 으스러진 뼈들이 강제로 움직여지면서 몸 안 곳곳을 찔렀다. 주영 씨는 “구급대원에게 들려 움직일 때 골반에서 ‘우드드드득’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며 “그건 내 세상이 무너지는 소리였다”고 표현했다.

외상은 없었으나 몸 내부가 엉망이었다. 간과 신장에는 피멍, 골반 양쪽이 부서지고 갈비뼈도 부러졌다. 간 수치가 400까지 치솟아서 비흡연자인데도 담배 피우냐는 말까지 들었다. 갈비뼈는 부러진 사실을 사고가 나고 두 달이 지난 후에 우연히 알았다. 간과 신장 상태를 확인하느라 내과에서 찍은 CT를 보다가 뒤늦게 부서졌다가 붙은 흔적이 있는 갈비뼈를 발견했다. 주영 씨는 “사고 직후 상체를 움직이면 옆구리가 너무 아파서 엑스레이를 찍어 확인했는데 당시에는 부러진 곳이 없었다고 했다”며 “‘갈비뼈가 부러졌었습니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의사에 울화통이 터졌다”고 울분을 토했다.

입원 내내 꼼짝없이 가만히 누워 지내며 고통을 견디다

사고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이었던 ‘덕천 부민병원’으로 옮겨진 주영 씨는 곧바로 입원했다. 수술 없이 치료를 진행하기로 결정된 주영 씨에게 내려진 것은 ‘절대안정’이었다. 그래서 입원하고 2주 동안은 정자세로 누워 정말 ‘가만히’ 있었다. 주영 씨는 “아파서 발가락조차 까딱하지 못했다”며 “식물인간이 된 것 같아서 무서웠다”고 말했다.

입원 생활은 가만히 있는다는 말처럼 순탄하지 않았다. 약을 하루에 30알이 넘게 먹었고 주사도 그만큼 많이 맞았다. 누워만 있으니 소화가 제대로 안 돼서 요플레 정도를 제외하고 뭘 먹든지 토했다. CT, MRI 등을 찍을 때면 서너 명이 붙어서 침대 시트를 들어 움직이지 못하는 그를 옮겼는데, 그럴 때마다 주영 씨는 처음 사고 현장에서 구급대원에게 들렸을 때처럼 골반이 으스러지는 심한 고통을 몇 번이고 다시 느껴야 했다. 주기적으로 배에서 장기를 쥐어짜는 듯한 고통을 견디다 못해 기절하듯 잠드는 일도 다반사였다. 주영 씨는 “너무 아플 때면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몸부림을 치게 됐고 입에서 ‘으으으’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고 말했다.

그렇게 힘겹게 한 달을 버틴 후 일정보다 조금 이르게 퇴원할 수 있었다. 주영 씨는 “살면서 병원에 입원한 적이라곤 없었는데 (이때 몰아서 하려고 그랬던 것처럼) 지나치게 길고 힘겨운 입원 생활을 보냈다”고 말했다.

병원 재활과 필라테스 운동 재활로 서서히 몸 회복 중

입원 3주째에 앉아 있는 것과 서 있는 연습을 하는 재활 치료를 받기 위해 휠체어를 타기 시작했다. 재활치료실까지 이동하려면 휠체어를 탈 수 있어야 했다. 다리로 일어서질 못해서 침대 옆에 둔 휠체어에 팔 힘만으로 엉덩이를 들어 옮겨 탔다. 주영 씨는 “초반에는 (움직이면 아파서) 울며 휠체어 타는 연습을 했다”며 “그래도 빨리 낫기 위해 해야만 했던 일”이라고 의연히 말했다.

주영 씨가 재활을 위해 다니는 필라테스 센터에서 필라테스 체어 운동을 하고 있다(사진: 노주영 제공).
주영 씨가 재활을 위해 다니는 필라테스 센터에서 필라테스 체어 운동을 하고 있다(사진: 노주영 씨 제공).

주영 씨는 퇴원 후 6월쯤 목발 없이 걸을 수 있게 되자 재활을 위해 필라테스를 다시 다니기 시작했다. 원래 자세 교정 때문에 필라테스를 하던 중, 사고로 인해 필라테스가 재활의 연장선이 됐다. 초반에는 골반 부분을 바로 운동하기엔 여전히 아프고 무리인 부분이 있어 상체 운동을 중심으로 했다. 목발을 오래 짚으며 생긴 어깨 비대칭을 완화하기 위해서였다. 이후 차차 하체 운동을 시작하며 지금은 하체를 중심으로 재활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꾸준한 재활 운동으로 주영 씨의 몸이 건강을 회복한 것을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사진: 노주영).
꾸준한 재활 운동으로 주영 씨의 몸이 건강을 회복한 것을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사진: 노주영 씨 제공).

꾸준한 재활로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후유증은 사고의 연장선

그러나 2학기 개강 후부터 학교 과제와 수업 때문에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크게 늘면서 나아지던 후유증이 다시 심해지고 있다. 앉아 있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골반이 아픈 것은 물론 부러진 뼈가 오른쪽 다리의 신경을 건드려 생겼던 신경통이 되살아나 다리를 저리고 당기게 만드는 것이다. 주영 씨는 “몸이 서서히 괜찮아지면서 잊고 있던 후유증들이 자꾸만 말을 걸어오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과제를 하느라 밤새우고 이틀 내내 앉아 있으며 무리했던 적이 있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갑자기 골반에서 사고 난 지 얼마 안 됐을 때와 같은 통증을 느꼈다. 주영 씨는 “너무 서럽고 무서웠다”며 “이때까지 노력하면서 열심히 돌려놨던 것들이 와르르 무너진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주영 씨는 학업 때문에 바쁜 와중에도 일주일마다 필라테스 센터에 가는 것을 잊지 않는다. 재활 운동으로 붙은 근육이 몸을 지탱해 주므로 몸에 무리가 가서 갑자기 통증이 심해져도 며칠이 지나면 다시 괜찮아진다. 재활 운동은 몸 자체를 회복시키기도 하지만 회복이 덜 된 몸이 받는 무리를 풀어주는 역할도 한다.

사고를 뒤로하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주영 씨

사고는 주영 씨의 몸뿐만 아니라 마음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루아침에 사고로 갑자기 걷지 못하게 되면서 경험한 모든 것들이 처음 겪는 일이었고 그만큼 힘들었다. 그런 극한의 상황을 하루하루 견디며 한 발짝씩 걸었다. 그러면서 차근차근 나아지는 것을 온몸으로 실감했던 과정이 주영 씨의 마음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줬다.

힘들었던 모든 시간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직접 경험한 당사자다. 주영 씨는 갑작스러운 사고가 던진 시련을 이겨내고, 그것들을 ‘과거’라고 말할 수 있는 현재의 본인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싶다고 말한다. 주영 씨는 “요즘은 ‘아, 좀 힘들겠는데?’ 싶은 일이 생겨도 ‘내가 그것(사고로 겪은 일들)도 해냈는데 그 정도야 당연히 할 수 있지!’ 하는 마음으로 도전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올해 추석, 사고 후 처음으로 아버지 차에서 운전대를 다시 잡았다. 망설여졌지만 이번에도 이겨내자, 해 보자는 마음이 주영 씨를 움직였고 무사히 운전을 끝마쳤다. 주영 씨는 “아버지가 옆에 계셔서 힘이 됐다”며 “혼자였으면 절대 못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 아버지와 운전에 한 번 더 도전했고 무사히 성공했다. 주영 씨는 “화물차나 트럭이 가까이 오면 저절로 몸을 떨게 되고, 아직 혼자서는 어려울 테지만 운전했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하나의 큰 산을 넘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순간의 사고가 주영 씨의 반년을 집어삼켰다. 의사는 후유증이 평생 가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후유증을 완전히 떼어 내는 그날까지 주영 씨는 오늘도 건강한 뼈를 갖고 싶다는 다짐을 하며 조금씩,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교통사고 예방의 핵심은 ‘나’와 ‘너’ 모두가 ‘항상’ 조심하는 것

교통사고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어떻게 일어날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주영 씨는 이번 사고를 통해 본인이 아무리 조심히 운전하더라도 다른 운전자가 조심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음을 느꼈다. 도로 위로 올라가는 순간부터 누가 ‘가해가’가 되고 누가 ‘피해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두가 똑같이 교통사고의 잠재적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경각심을 가지고 늘 조심해야 함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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