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사람 죽여도 교도소 안 가”... 63년된 ‘소년법’ 이대로 괜찮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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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사람 죽여도 교도소 안 가”... 63년된 ‘소년법’ 이대로 괜찮나
  • 취재기자 허시언
  • 승인 2021.11.25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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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법소년, 2016년 6576명에서 지난해 9606명으로 46% 증가
성인 재범률 5%, 소년보호관찰 대상 재범률 12.4%
시대에 맞게 소년법 개정 여론... "교화 중심으로 가야" 의견도
지난 10일 대구의 한 식당에서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가게 주인을 위협하고 난동을 부린 사건이 일어났다(사진: 더팩트 제공).
지난 10일 대구의 한 식당에서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가게 주인을 위협하고 난동을 부린 사건이 일어났다(사진: 더팩트 제공).

“우린 사람 죽여도 교도소 안 가.”

지난 10일 대구의 한 식당에서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가게 주인을 위협하고 난동을 부린 사건이 일어났다. 이들은 가게 주인이 “가게 앞에서 흡연하지 말라”고 지적한 것에 앙심을 품고 이러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두 차례 식당을 찾은 학생들은 손님을 내쫓고 건물에 설치된 CCTV를 부쉈다. 테이블을 뒤엎고 식당 주인을 밀치기도 하는 등 행패를 부렸다. 경찰에 따르면 학생들은 “우린 사람 죽여도 교도소 안간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지난 5월에는 또래 여중생 1명을 끌고 다니며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조건 만남을 강요했지만 이를 거부하고 경찰에 신고하자 불만을 품은 것.

위 사건 모두 피의자가 촉법소년에 해당돼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됐다.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될 경우, 실형 등 형사처벌을 받는 대신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사회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소년법상 소년은 19세 미만자를 말한다. 소년법은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형사책임능력자인 범죄소년 ▲10세 이상 14세 미만의 형사책임무능력자인 촉법소년 ▲10세 미만의 범법소년 등 3가지로 분류한다.

촉법소년과 범법소년은 형법상 형사책임 무능력자로 형사처벌을 하지 못한다. 다만 촉법소년은 소년사건으로 소년법에 의한 보호 처분을 할 수 있다. 범법소년은 어리기 때문에 아무런 법적 규제를 하지 않으므로 소년과 보호자 훈계로 끝난다.

청소년의 범죄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의 ‘촉법소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소년부로 송치된 촉법소년의 수는 지난 2016년 6576명에서 지난해 9606명으로 46% 증가했다. 경찰청은 최근 3년간 법원 소년부에 송치된 촉법소년의 수는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고 밝혔다.

청소년들의 재범률 또한 줄어들지 않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범죄유형별 소년보호관찰 대상자 현황’ 자료 분석 결과, 2016년부터 지난 8월까지 소년보호관찰 대상 총 17만 1368명 중 12.4%인 2만 1196명이 재범을 저질렀다. 성인 재범률이 5%인 것과 비교했을 때 청소년 재범률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소년법은 1958년에 제정됐다. 법을 만든 지 63년이 지난 것이다. 세월이 가고 세대가 교체되면서 청소년들의 범죄는 증가하고, 범죄 수위 또한 성인 못지않게 잔인해지고 있다. 오래전 만들어진 소년법이 현재의 청소년 범죄 수준과는 맞지 않아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소년법 개정 또는 폐지를 통해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사진: 리얼미터 제공).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조사를 진행한 결과,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소년법 개정 또는 폐지를 통해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를 내놓고 있다(사진: 리얼미터 제공).

청소년 범죄가 날이 갈수록 증가하고 범죄 수위 또한 높아지자 청소년이라고 해도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미성년 범죄 처벌 소년법에 대한 국민 여론’ 조사를 진행한 결과, ‘처벌 강화를 위한 개정’이 62.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성인과 동일한 처벌을 위한 폐지’가 21%, ‘현행유지’가 12.9%로 나타났다.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소년법 개정 또는 폐지를 통해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국회에서는 지난 2월과 6월 촉법소년 연령을 각각 만 12세, 13세로 낮추자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 두 건을 발의했다. 소년법 폐지가 어렵다면 현재 14세로 규정돼있는 기준 연령대를 낮추자는 의견에 귀를 기울인 것.

반면 소년법 개정이나 폐지를 통해 청소년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청소년 시기에 충분히 교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처벌만 강조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시각이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지난 2018년 UN 아동권리위원회에서 우리나라 촉법소년의 형사처벌 문제와 관련해 현행 14세인 한국의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인하하지 말 것을 권고한 바 있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동일한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소년범죄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재범률, 특히나 단기간 재범률의 증가로, 소년범죄 예방정책은 청소년이 재비행에 노출되는 환경을 줄이는 쪽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사회도 소년법 개정이나 폐지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UN 아동권리위원회는 지난 2019년 “촉법소년 연령을 13세로 낮출 수 있다는 대한민국의 정책안에 우려를 표한다. 현행대로 유지해 14세 미만 아동을 범죄자로 취급하지 않을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누리꾼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는 어떡하냐. 가해자만 보호하는 법이다”, “법 개정 좀 해라. 범죄 수위가 옛날 같지 않다”, “청소년들이 큰 처벌 받지 않을 것을 알고 멋대로 범죄를 저지른다”, “사람 죽여도 교도소 안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소년법 폐지 안 하나” 등 소년법 개정 또는 폐지를 촉구하는 의견이 적지 않다.

반면 “아직 교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회를 줘야 한다”, “보호받아야 할 나이인 청소년들이 형사처벌 받는 것은 이른 것 같다”, “강력한 처벌보다는 교화와 개선을 통해 아이들을 바로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 등 소년법 개정 또는 폐지를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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