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움직였으니까 죽어야지!”... 초등생들 ‘오징어 게임’ 따라하며 잔혹 폭력놀이 열풍, 규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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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움직였으니까 죽어야지!”... 초등생들 ‘오징어 게임’ 따라하며 잔혹 폭력놀이 열풍, 규제 필요하다
  • 취재기자 허시언
  • 승인 2021.11.1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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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상영등급 있으나 의미없어...오징어 게임 열풍 속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상에 노출되는 아이들
유튜브·틱톡 등 모든 연령대가 접근하기 쉬운 곳에 미성년자 관람불가 영상 올리는 행동 규제 필요
넷플릭스에서 큰 인기를 끈 웹드라마 오징어 게임. 잔인하고 선정적인 장면이 많아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사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캡처).
넷플릭스에서 큰 인기를 끈 웹드라마 오징어 게임. 잔인하고 선정적인 장면이 많아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사진: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캡처).

국내 한 교육대학에 재학 중인 정민정(22, 경남 양산시) 씨는 최근 초등학교에 실습을 갔다가 깜짝 놀랄 만한 일을 경험했다. 초등학교 3학년 수업에 들어가서 ‘ㅇ’으로 시작하는 단어 말하기 게임 중 많은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을 말했기 때문이다. 정 씨는 오징어 게임을 말하는 아이들을 애써 모르는 척하고 수업을 이어나가야만 했다. 수업이 끝난 후 오징어 게임을 어떻게 알게 됐냐는 정 씨의 질문에 아이들은 “부모님과 함께 봤다”, “유튜브에서 봤다”, “틱톡에 다 나온다”, “친구들이 말하는 것을 들었다” 등의 대답을 했다. 정 씨는 “아직 10살밖에 되지 않은 친구들이 오징어 게임을 알고 있는 것에 충격받았다”며 “넷플릭스에서 미성년자 관람불가로 시청 제한을 걸어놓은 것이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오징어 게임’이 인기다. 많은 초등생들이 오징어 게임의 내용을 알고, 영화 속 게임들을 따라 한다. 문제는 오징어 게임이 미성년자 관람불가인 웹드라마라는 것이다. 오징어 게임에서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이 많이 나온다. 미성년자들이 보기에 적합하지 않고, 모방 위험이 있기 때문에 관람등급제한을 걸어놓은 것인데 이것이 무색하게 대부분의 미성년자들이 오징어 게임의 내용을 다 알고 있는 것이다.

초등생들이 주변에서 오징어 게임을 모방한 놀이들을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어린이들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면서 총으로 쏘는 시늉을 하며 “너 움직였으니까 죽어야지!”라고 소리친다. ‘딱지치기’ 놀이에서는 친구를 때리는 등의 행동을 서슴지 않는다. 어른들이 알고 있는 놀이와 어린이들의 놀이 방식은 많이 달라졌다. 원래는 폭력적이지 않고 재밌게 즐길 수 있었던 놀이들이 오징어 게임으로 인해 폭력적인 형태로 변질된 것.

많은 초등학생들이 친구들이 오징어 게임을 보기 때문에 자신도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사진: 네이버 지식인 캡처).
온라인 공간에서 많은 초등학생들이 친구들이 오징어 게임을 보기 때문에 자신도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사진: 네이버 지식인 캡처).

오징어 게임은 초등생 사이에서 ‘이슈’다. 다들 오징어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오징어 게임에 나온 놀이들을 하며 유대감을 쌓는다. 오징어 게임을 보지 않으면 대화에 참여할 수 없고, 놀이에 낄 수 없다. 자신은 별로 하고 싶지 않은데 오징어 게임에 나온 방식대로 놀이를 하도록 강요한다거나, 오징어 게임에 나온 놀이를 하지 않으면 무리에서 소외되는 일도 적지 않다.

유튜브에 오징어 게임을 검색하면 수도 없이 많은 오징어 게임 관련 영상들이 뜬다(사진: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 오징어 게임을 검색하면 수도 없이 많은 오징어 게임 관련 영상들이 뜬다(사진: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 오징어 게임을 검색하면 오징어 게임의 줄거리와 주요 장면들을 요약해 놓은 영상들이 수도 없이 많이 뜬다. 틱톡에 오징어 게임을 검색해도 마찬가지다. 잔인하고 선정적인 내용들이 가감 없이 미성년자에게 노출된다. 미성년자 관람불가라는 등급은 이미 그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다. 넷플릭스에서 시청 제한을 걸어놓고 미성년자들의 오징어 게임 시청을 막아도 유튜브와 틱톡같이 모든 연령대가 접근하기 쉬운 곳에 오징어 게임과 같은 영상을 올리는 행동은 규제해야 할 일이다.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오징어 게임을 모방하는 것을 우려해 시청 지도를 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사진: 특정 매체를 모방한 학교폭력 사례 발생 우려 가정통신문 캡처).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오징어 게임을 모방하는 것을 우려해 가정통신문을 통해 시청 지도를 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사진: 부산 모 초등학교 가정통신문 캡처).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특정 매체를 모방한 학교폭력 사례 발생 우려’라는 제목의 가정통신문을 보내기도 했다. 가정통신문에는 '오징어 게임을 본 초등생들이 놀이를 따라 하는 과정에서 폭력으로 변질될 수도 있는 상황이 걱정되니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을 보지 못하도록 지도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만큼 오징어 게임을 본 초등생들의 모방행위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SNS와 커뮤니티 등에는 많은 초등학교 교사들의 글들이 올라와 있다. 아이들이 오징어 게임의 내용을 술술 말하고, 영상에서 나온 장면들을 서슴없이 따라 하면서 교사들의 시름은 깊어져만 간다. 아이들이 잔인한 말을 하고, 죽고 죽이는 시늉을 하는 것을 볼 때마다 걱정을 떨칠 수 없다. 교사들은 아무리 학교에서 지도를 한다고 해도 또래집단과 각종 SNS에서 오징어 게임을 보고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교사들은 “미성년자들의 SNS 규제가 필요하다”, “교사가 시청 지도를 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각종 미디어에서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 하는 것을 멈출 필요가 있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학생 홍아영(22, 경남 양산시) 씨도 초등학교 1학년 사촌동생과 이야기를 하다가 사촌동생이 오징어 게임이 어떤 내용인지 알고 있다는 말에 놀랐다. 사촌동생은 유튜브를 통해서 오징어 게임의 줄거리를 알게 됐고, 오징어 게임을 부모님과 같이 본 친구들이 오징어 게임에 나온 장면들을 다 이야기해줬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어른들이 보는 프로그램을 봤기 때문에 자신도 어른이 됐다고 뿌듯해했다. 홍 씨는 “유튜브가 문제”라며 “8살짜리가 오징어 게임의 내용을 다 알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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