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도 불황 없는 백화점 명품관, 명품 재테크… 가격 올려도 문전성시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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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도 불황 없는 백화점 명품관, 명품 재테크… 가격 올려도 문전성시 이룬다
  • 취재기자 김지우
  • 승인 2021.11.0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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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향한 ‘보복 소비’ 새벽부터 오픈런 줄을 선 사람들
샤테크(샤넬+재테크) 이을 루테크, 롤테크의 등장
루이비통, 디올 등 가격 인상에도 리셀 위해 사는 사람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위축됐던 소비가 한꺼번에 폭발하는 현상인 보복 소비가 나타났다. 보복소비로 명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수입 명품이나 명품시계 등 고가의 제품 소비는 오히려 늘어났다.

백화점 문이 열리기 전부터 명품관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

10월 10일 한글날 연휴 부산 서면 롯데백화점은 문이 열리기 전인 9시부터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줄을 서있었다. 주차장도 평일 아침 모습과 달랐다. 백화점 문이 열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 주차장 3층까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차들로 가득 찼다.

부산 부산진구 서면 롯데백화점 디올 매장 앞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입장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우).
부산 부산진구 서면 롯데백화점 디올 매장 앞에서 사람들이 입장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우).

특히 1층 명품 매장에는 대기인원수가 많았다. 디올은 24명, 구찌는 31명, 루이비통은 40명이 대기 중이었다. 명품관 앞을 지나다니는 것이 힘들 정도로 사람들로 북적였다. 루이비통이 지난 1일에 알마/카퓌신 등 인기 핸드백 라인의 가격을 최대 33%까지 인상한 직후였는데도 매장 대기 시간이 1시간 30분에 달했다.

루이비통 매장 키오스크는 대기인원이 40명임을 보여준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우).
루이비통 매장 키오스크는 대기인원이 40명임을 보여준다(사진: 취재기자 김지우).

재테크를 위해 명품 쇼핑을 하는 사람들

명품 커뮤니티에서는 샤테크(샤넬+재테크)를 이을 루테크(루이비통+재테크), 롤테크(롤렉스+재테크) 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루이비통은 고민하는 순간 가격이 오른다. 고민할 시간에 사는 게 가장 싸게 사는 방법”이라는 등의 말이 공감을 얻고 있어 명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소비를 촉진시킨다. 뿐만 아니라 중고 명품에 웃돈을 붙여 재판매하는 리셀 문화가 정착하면서 명품 쇼핑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크리스챤 디올의 디올 오블리크(Dior Oblique) 라인 제품은 20대 여성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명품 커뮤니티에서는 “비싸서 못 사는 게 아니라 없어서 못 산다”는 말이 흔하게 나돈다. 이 말에 걸맞게 오블리크 제품은 이미 품절 상태여서 구입을 하려면 예약을 하고 2달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크리스챤 디올 매장 앞은 지나가기가 힘들 정도로 젊은 여성들로 붐볐다.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는 2020년 한 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3285억 원, 1047억 원이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75%, 137% 급증한 것이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53% 증가한 777억 원에 달했다.

디올 매장 앞에서 만난 김선주(51,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내 딸이 디올 오블리크 새들백을 갖고 싶어 해서 구경하러 왔는데 오블리크 제품이 하나도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예약을 해놓고 왔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최근 명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루이비통, 디올, 까르띠에, 셀린느 등 여러 명품 브랜드의 가격 인상 소식이 들려오면서 해당 브랜드의 물건을 사려고 온 사람들로 평소보다 더 거센 오픈런 현상이 일어났다.

가격이 언제 더 오를지 모른다는 생각에 루이비통 매장을 찾은 회사원 김윤희(29, 부산시 연제구) 씨는 “루이비통 입문백인 알마 BB 모노그램이 182만 원에서 201만 원까지 올랐다”며 “내년에는 더 많이 오를지도 모른다. 더 비싸지기 전에 빨리 사는 게 더 이득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비자 김신혜(42,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루이비통에 물건을 그냥 구경하러 왔는데 웨이팅 1시간을 해야 한다고 하더라”며 “이렇게 까지 줄을 서야 할 일인가 싶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명품관에 들어가려면 카카오톡 앱으로 번호표를 받고 웨이팅을 해야 한다. 이 날 아침 일찍 온 사람들은 30분 이내로 입장할 수 있었지만 오후가 다 되어서 온 사람들은 최소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그마저도 자신의 차례가 됐다고 카카오톡으로 연락을 받은 후 10분 이내로 입장하지 않으면 웨이팅이 자동 취소됐다.

사람들은 일찍 웨이팅을 하지 못하면 당일 웨이팅이 불가해 매장에 아예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을 겪기도 한다. 오후 1시가 되자 명품 시계 브랜드인 롤렉스 매장 앞에서 사람들이 모여 웅성웅성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롤렉스 매장 앞 키오스크에 ‘금일 웨이팅은 마감되었으니 다음에 다시 방문 해달라’는 메시지만 남겨져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매장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회사원 윤영준 (28, 부산시 해운대구) 씨는 “센텀시티 신세계백화점에는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롯데백화점을 찾았는데 조금만 늦게 왔으면 매장에 들어가지도 못할 뻔했다. 원래 시계로 재테크를 하고 있는데 이미 물건이 빠져 남자 시계는 많이 찾아볼 수 없었다”고 아쉬워했다.

롤렉스 매장에 들어가지 못한 회사원 이태현 (31, 부산시 부산진구) 씨는 “백화점에 나름 일찍 왔는데 다른 매장을 구경하다가 롤렉스는 구경도 못하게 됐다”며 “다음에는 롤렉스를 먼저 구경해야겠다”고 말했다.

MZ세대에게 달린 명품 브랜드의 미래

명품 소비의 확산에는 MZ세대의 역할이 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의 명품 매출 50%, 45%를 2030 세대가 차지했다. 이처럼 MZ세대는 명품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이다. 이들은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와 남과는 다른 이색적인 경험을 추구한다. SNS를 통해 플렉스(FLEX), 명품 언박싱을 유행시킨 세대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화가 명품 소비를 급증시킨 주된 이유이다.

MZ 세대는 고가의 상품을 구입해 SNS에 자랑한다. 이들은 SNS를 통해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다. 명품을 구입한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는 그들의 새로운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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