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 떼먹는 공무원 처벌 강화하는 법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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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돈 떼먹는 공무원 처벌 강화하는 법 만들겠습니다"
  • 취재기자 정혜리
  • 승인 2016.07.12 19:0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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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전4기로 국회 입성한 부산 남구을 박재호 의원, '금배지 40여 일'을 말하다

20대 국회가 개원한 지 40여 일이 지났다.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까. 지난 4·13 총선에서 당선된 부산 남구을 박재호 의원(57)을 시빅뉴스가 만나 그가 생각하는 정치, 그리고 국회에 입성한 후 느낀 소회를 들어보았다. 

지난 총선에서 부산에선 야당의원 5명이 당선되는 등 두터운 지역구도가 깨지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았다. 총선에서 3번 낙선한 후 4번째에 당선돼 '3전4기'의 사나이로 불린 박 의원은 '독수리 5형제'라 불리는 부산 야당의 초선의원 중에서도 그 파란만장한 정치 역정으로 더욱 주목을 받았던 정치인.  

김영삼 대통령 비서실 비서관,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 비서관,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새정치민주연합 부산시당위원장 등을 거친 그는 초선 야당의원으로선 나름대로 탄탄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도 부산에서 총선 4번, 12년 동안의 도전 끝에야 금배지를 양복 깃에 꽂을 수 있었다. 특히 선거 운동 중인 지난해 11월 평생 그를 묵묵히 내조했던 부인이 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떨어져도 계속 한 곳에서 출마해온 우직함에다 안타까운 가정사에 새누리당의 아성이었던 부산 남구의 유권자도 마음이 움직여 그를 선택했을 터.

지금 만년 야당 낙선 정치인에서 여의도로 입성한 지 두 달째인 그에게 우선 정치인으로 입문한 계기부터 물어보았다.

책으로 일깨워진 세상, 시작된 정치인의 꿈

박재호 의원은 “유신 시절에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국수주의 교육을 받았다. 국가에 충성하고 박정희에 충성하고…. 이게 좋은 백성이라고 교육받고 자랐다”고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그저 교육받은 대로 살던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생각이 옳은가 하는 회의가 들었다는 것. 그리고 생각을 바꾸게 한 것이 바로 ‘책’이라고 했다. 동아대 재학 당시 진보적 문예지 <창작과 비평> 등을 보면서 ‘이런 나라는 옳은 나라가 아니다. 이건 독재가 아닌가’ 하는 의식이 생겨나게 됐다는 것.

군대를 제대하고 다시 시험을 본 그는 부산외대 불문학과로 진학했다. 뜬금없이 왜 불문학이었을까. 독재 정권에 대한 불만을 가진 청년에게서 곧바로 연상되는 전공은 아니다. 박 의원은 “전두환 정권 당시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에 불어가 제일 많이 쓰이면서 한때 불어가 각광받았다”며 “한국에선 살기 싫고 외국에나 나가자는 생각으로 불어를 전공했다”며 웃었다. 답답하고 억눌린 현실에 부대껴 해외에 나가 살려고 했던 청년은 갈수록 죄어오는 독재정치를 겪으며 정치로 삶의 진로를 바꾼다.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는 데는 무엇보다 정치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 무렵, 그는 김영삼 대통령의 '상도동계' 직계인 서석재 의원을 만나게 됐고 그의 비서관으로 일하면서 정치인이 되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그는 김영삼 대통령 당선 후 청와대 비서관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그의 정치 역정에서 운명적인 사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게 된 것. 종로구 국회의원이던 노무현을 만난 그는 금방 노무현과 의기투합하게 된다. 지방에서 어렵게 중앙 정계에 진출한 경상도 '촌놈'이던 그들은 출신이나 기질에서 비슷한 대목이 많았다. “재호 씨도 지방대학을 나와 진짜 어렵고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나도 지방에서 변호사하다 여기 왔지만 역시 세상은 공정하지 않더라. 공평하지도 않더라. 특권이 너무 많더라”는 노무현 의원의 말에 그는 동병상련(?)을 느꼈던 것. “경기고, 서울대만 나오면 무위도식해도 잘 사는 세상을 바꾸자.” 노무현의 이 말에 그는 가슴이 뛰었다. 자신이 늘 겪어왔던 차별에 공감해 주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노무현과 함께 정치를 하기로 마음먹은 그를 모두 말렸다. 청와대 비서관까지 했으니 가만히만 있으면 편하게 공천받아 국회의원을 하게 될 건데 사서 고생을 왜 하느냐는 것. 하지만 그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맞으면 함께 가는 것이 정치적 동지”라는 생각으로 노무현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숱한 난관을 뚫고 노무현을 도와 청와대에 입성시킨 그는 다시 청와대 비서관으로 일했다. 그리고 부산에서 출마하기로 결심한다. 당시 아무 곳에나 공천을 신청해도 될 만큼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고 국회의원이 되기 쉬운 지역구도 있었지만 스스로 여당 강세 험지 부산 남구를 선택했다고 그는 말했다. “나는 최고 센 김무성과 한판 붙겠다”며 남구에 출마한 첫 선거에서 45%를 득표했다. "애매한 득표율에 그만두지도 못하고 한 번 더, 한 번 더 한 것이 4번째 도전까지 하게 됐다"며 웃는다.

그런 그에게 정치판에 나선 것에 후회는 없느냐는 질문을 던져 봤다.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되묻게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정치를 하면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겠느냐”고 되묻는다. 그는 “부산에 출마하면서 빨갱이니, 호남놈이니 하는 근거없는 소리가 돌아다니면 나는 괜찮지만 안사람은 가슴이 찢어지죠. 자식들한테 한 번도 잘해줘 보지 못한 아빠의 자격지심이 쌓이면서 '아, 그만둬야지. 내가 뭐 할라고 이 짓을 하노'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세상을 떠난 부인을 떠올렸다.

계속 떨어지면서도 출마를 멈추지 않는 그에게 한 번은 부인이 “당신이 독립투사가?”라고 따지고 들기도 했다고. 그래도 그는 “어쨌든 시작을 했으니 끝을 봐야지 않겠나. 나라를 조금이라도 바꿔봐야겠다. 하루아침에 나아지지야 않겠지만 서열화된 구조, 출발부터 차이 나는 구조를 조금이라도 균등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도전을 접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이번 선거를 정말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출마했다며 “나이가 어느 정도 돼 버렸고 육십 넘어서 초선해서 뭐하겠노. 정치라는 게 국회의원 말고는 해볼 거 다 했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출마를 하고 내가 48%, 49% 받으면 다음에는 내 대신 누군가 안 되겠나” 하는 생각으로 모든 힘을 다 쏟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당선에 대해 “새누리당이 너무 못해서 됐기 때문에 더 겸손하게 잘 해야겠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무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사람은 어떻게 물러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며 “국회의원을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하되 연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나이가 예순다섯 정도 먹으면 그만둘 생각”이라고 말했다.

▲ 박재호 의원이 부산 남구 사무실에서 국회 입성 후 바뀐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혜리).

40여 일의 국회의원 노릇, "경제 정의부터 세우겠다" 

그에게 초선 국회의원으로서 여의도에 들어가 일해본 소감을 물어보았다.

“두어 달 하고 보니 참 어렵다”고 말문을 연 그는 "우리나라는 구조적으로 권력이 중앙에 집중돼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을 다시 느꼈다"고 했다. “권력을 분산시켜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다”는 그는 현재 우리 정치를 '민주화된 독재'라고 규정했다. “나라를 바꾸려면 국회의원이 중요한 게 아니다, 대통령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구의원 열다섯보다 구청장이 누구냐, 시의원 50명보다 시장이 누구냐, 국회의원 300명보다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나라가 바뀐다”고 강조했다. 그게 두달 여 국회의원으로서 활동 후 가장 먼저 느낀 대목이라고 했다. 그는 "산전수전을 다 겪고 모든 경험을 다 해봐야 인생과 국가에 대한 철학이 형성된다"며 “국민의 정서를 이해하고 올바른 철학을 가진 사람이 여야당 구분 없이 대통령감으로 배출되기를 바란다”고 거듭 말했다.

박재호 의원에 관한 여러 기사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자본주의 질서의 확립’에 관한 그의 소신이 바로 그것. 인터뷰 도중 박 의원에게 그 대목을 물었더니 그는 경제사범 처벌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살인을 하면 무기징역, 사형인데 사기를 100억 이상 하면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자살하고 집안이 '파투'나지 않느냐. 이게 더 무서운 범죄라는 걸 우선 국민들이 깨달아야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바꿀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벌들의 분식회계 때문에 결과적으로 피해를 보는 건 국민이 아니냐는 것. “미국은 분식회계 범죄에 50년 이상의 징역형을 때리기도 한다”며 “우리나라는 그런 게 없다. 돈만 주면 변호사 잘 사고…”라며 혀를 찼다.

그는 세금문제 역시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소기업청에서 융자 받은 것 개인 집 사고 서류만 잘 내면 되고, 보육원 원장은 나랏돈 보조 받아 보육교사 월급도 떼먹는 이런 짓은 어마어마한 벌을 줘야 한다”며 “세금이 공정하게 쓰여야 한다”고 했다. 박 의원은 헌법에야 법 앞에 만민이 평등하다고 돼 있지만, 우리나라 법은 가진 자를 위한 법이 돼버렸다며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것을 바로잡는데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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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고 2016-07-16 22:13:12
듣던중 반가운 소식이 아닐수 없네요;;
더 좋은 제도들도 기대해봅니다!

보리수 2016-07-16 21:54:25
민주화된 독재란 말에 큰 공감이 가네요.
공무원들의 부정부패가 심각한데 이를 척결하는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면 좋겠어요.

오아시스 2016-07-13 14:25:42
요즘 유전무죄라는 말이 맞는 사회가 되어 가는 것 같아요 ㅠ.ㅠ
초심을 잃지 않고 깨끗한 정치를 위해 노력하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