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이 숭숭 뚫린 월드컵의 유산...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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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이 숭숭 뚫린 월드컵의 유산...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 취재기자 정재원
  • 승인 2021.11.01 08: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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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월드컵 20년, 뚜렷한 활용방안과 대책이 없는 전국 경기장들
지붕이 날아간 채 벌거숭이 상태로 방치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지자체, 축구협회 등 관계기관의 사용방안에 대한 대책 마련 시급

부산광역시 연제구 월드컵대로 344. 2269억의 예산을 들여 5만3000여 석의 관람석을 가진 곳. 특수재질로 제작해 한 장에 2억짜리 지붕을 가진 곳. 그래서 지붕교체 비용으로만 총 40억이 든 곳. 이렇게 큰돈이 들었으나 현재는 아무 용도로도 사용되지 못한 채 벌거숭이로 방치된 곳. 부산아시아드 주 경기장의 이야기다.

월드컵 첫 승, 부산아시안게임이 열린 영광의 장소

월드컵 4강 신화의 기적을 이뤄낸 2002 한일월드컵 대표팀의 모습. 이 기적의 시작은 한국 월드컵 역사상 첫 승리이기도 한 폴란드전이었다. 그 폴란드전은 바로 부산 아시아드 주 경기장에서 열렸다(사진: 대한축구협회 KFA).
월드컵 4강 신화의 기적을 이뤄낸 2002 한일월드컵 대표팀의 모습. 이 기적의 시작은 한국 월드컵 역사상 첫 승리이기도 한 폴란드전이었다. 부산 아시아드 주 경기장에서 열렸다(사진: 대한축구협회 KFA).

2002년 6월 4일 열린 한일월드컵 한국과 폴란드의 조별리그 경기. 이 경기는 우리나라 축구 역사에 남는 경기가 됐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본선 승리를 거뒀던 경기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해 가을 열린 부산아시안게임. 북한이 참가하며 평화의 바람이 불었던 아시안게임의 개.폐막식 장소. 모두 부산아시아드 주 경기장이었다. 이때만 해도 이 경기장은 한국 축구의 성지이자 평화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가 될 줄 알았다.

영광의 시간이 지나고 골칫덩이가 된 대형 경기장

지난 21일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의 모습. 지난해 9월 태풍 마이삭에 의해 뜯겨진 지붕이 방치된 채 말 그대로 벌거벗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지붕은 특수재질로 만들어져 한 장이 2억원에 달한다(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최근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의 모습. 지난해 9월 태풍 마이삭에 의해 뜯겨진 지붕이 방치된 채 벌거벗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지붕은 특수재질로 만들어져 한 장이 2억 원에 달한다(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하지만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이 끝나자 이 거대한 경기장은 세금 먹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5만3000여 석이라는 거대한 규모의 경기장은 메가 이벤트가 끝나자 크게 쓸 곳이 없는 곳이 되고 말았다. 그 사이 경기장의 유지, 보수비용으로 시민들의 세금은 끊임없이 투입되면 낭비되고 말았다.

그나마 2017년까진 부산을 연고로 하는 부산 아이파크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긴 했다. 하지만 2017년 관중동원, 운영비, 경기장 시야 등의 문제로 구덕운동장으로 홈구장을 옮기면서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곳이 되고 말았다. 부산 아이파크가 이곳을 떠난 이후로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곳이 됐다.

코로나 시국 이전에는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BOF), 아시아송페스티벌 등 부산시가 주최하는 대형 콘서트나 대형 야외행사용으로나마 이용되긴 했으나 코로나가 터진 이후론 그 용도로도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열렸던 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이 이 경기장이 마지막으로 관중을 받았던 행사다.

21일 방문한 아시아드 주 경기장의 모습. 경기장의 의자들이 바닥에서 떨어진 채 널부러져 방치되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지난달 21일 아시아드 주 경기장의 모습. 경기장의 의자들이 바닥에서 떨어진 채 방치돼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실제로 지난달 21일 찾아간 아시아드 주 경기장은 사람 한 명 찾아보기 힘들었다. 바람에 의해 쓰러진 걸로 추정되는 의자들은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고, 경기장 이곳 저곳엔 불이 꺼진 채로 인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길고양이 무리와 경기장 출입을 막고 있는 경비 정도만 경기장을 지키고 있었다.

축구 경기가 열리지 않는 축구장, 경기 취소의 굴욕까지

부산시와 부산시축구협회는 이를 타개하기 위해 국가대표 축구팀 A매치 유치를 위해 힘썼다. 그 결과 2018년 9월 남미의 다크호스인 칠레와의 경기를 유치했다. 하지만 축구장으로 사용하지 않았던 이 구장은 전혀 관리가 되고 있지 않았다. 게다가 이 구장에서 직전에 열린 한 콘서트 때문에 잔디는 최악의 상태였다. 그 결과 상대방 축구협회가 이 구장에선 경기를 못 하겠다는 통보를 하는 바람에 수원월드컵경기장으로 구장이 변경됐다. 최악의 굴욕이었다.

야구장, 축구 전용구장, 전문공연장 등 다양한 시민 의견 존재

이렇다 보니 이 구장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의견도 좋지 않다. 사직구장 근처에 거주하는 김동민(23, 부산시 동래구) 씨는 “쓰지도 않는 구장에 드는 세금을 생각하면 아까운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렇다보니 이 구장 활용방안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 또한 다양하다. 김동민 씨는 “저렇게 둘 바엔 저 구장을 야구장으로 개조하면 좋겠다”라는 의견을 말했다. 사직구장 근처에서 장사를 하는 한 상인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구장”이라며 “어차피 대부분이 공연장으로 사용하는데 공연 전문시설로 바꾸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축구인들 사이에선 이 구장을 축구 전용구장으로 개조해서 사용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축구 전용구장? 관계자들 모두 선호하지 않는 사안

경남FC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약 1만석 규모의 축구 전용구장인 창원축구센터 주경기장. K리그 평균관중 실정에 맞는 아담한 규모와 좋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 최근엔 이런 중소형의 전용구장을 짓는 것이 트렌드가 됐다(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경남FC가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약 1만석 규모의 축구 전용구장인 창원축구센터 주경기장. K리그 평균 관중 수에 맞는 아담한 규모와 좋은 시야를 가지고 있다. 최근엔 이런 중소형의 전용구장을 짓는 것이 트렌드가 됐다(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구장을 축구 전용구장으로 개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앞서 부산 아이파크가 이 구장을 떠난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관중 동원이다. 평균관중이 몇 천 명에 불과한 K리그 사정상 이렇게 큰 구장은 축구 전용구장으로 개조한다 해도 똑같이 관중동원에 관한 문제는 생기게 될 것이다.

최근에 건설된 1~2만석 규모의 대구의 DGB대구은행 파크, 인천의 숭의아레나, 광주의 광주축구 전용구장 등이 관중몰이에 성공하면서 아시아드 주 경기장의 축구 전용구장 개조보단 중소형 축구 전용구장 신축에 더 힘이 실리고 있다. 부산 아이파크의 모기업이자 오너가 대한축구협회장으로 있는 HDC그룹(현대산업개발그룹) 역시 클럽하우스가 있는 강서체육공원 내에 신축 축구 전용구장을 짓길 희망하고 있다.

야구장 전환? 현실적인 문제들과 다른 협회들의 반발 뻔해

오래되고 낡은 사직야구장을 대신해 아시아드 주 경기장을 야구장으로 개조해서 사용하자는 의견은 부산의 야구팬들 사이에선 꾸준히 있었던 얘기다.

이 이야기가 최근에 다시 물망에 떠오른 건 박형준 시장의 발표 때문이다. 부산을 연고로 하던 KT 소닉붐 농구단이 수원으로 야반도주하자 위기감을 느낀 부산시는 최근 노후한 사직구장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현재 사직야구장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 야구장을 새로 짓고 그사이 아시아드 주 경기장을 개조해 임시 홈구장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현실성이 있을까? 이것은 기본도 모르는 관계자들의 민심 달래기 및 내년 있을 대선, 지방선거 대비용에 그친다고 본다.

축구장과 야구장은 구조적으로 틀리다. 축구 그라운드를 야구장 그라운드로 개조하면 기이한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런던에서 열렸던 MLB 런던 시리즈 당시 런던 스타디움을 임시로 개조해서 사용했을 당시 이틀 동안의 경기 동안 양 팀 도합 50득점이라는 비정상적인 난타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른 문제는 육상협회와 축구협회의 반발 또한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다. 현재 부산에 위치한 국제규격의 육상트랙은 아시아드 주 경기장이 유일하다. 이 경기장의 육상트랙이 없어질 경우 훈련장이 없어지는 육상협회의 반대는 당연히 예상되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 구장이 야구장이 될 경우 부산엔 A매치를 유치할 수 있는 축구장이 전무하게 된다. 이럴 경우 축구협회와 축구인 축구 팬들 역시 이에 대해 항의하는 목소리를 낼 확률이 높다.

게다가 박형준 부산시장의 이번 대책은 아시아드 주 경기장을 신 사직야구장이 건설될 때까지 임시로 주 경기장을 사용하자는 대책이므로 더더욱 이 구장의 활용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애물단지가 돼버린 월드컵의 유산들, 이제는 대책이 필요할 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서귀포월드컵경기장의 모습. 이 경기장 포함 월드컵 경기 개최를 위해 건설된 10개의 경기장 중 상암, 수원 두 곳을 제외하곤 모두 만성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서귀포월드컵경기장의 모습. 이 경기장 포함 월드컵 경기 개최를 위해 건설된 10개의 경기장 중 상암, 수원 두 곳을 제외하곤 모두 만성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월드컵을 위해 지어진 전국의 월드컵경기장 중 흑자를 내고 있는 곳은 수도권이란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는 서울의 상암월드컵경기장, 수원의 수원월드컵경기장 두 곳이 전부이다. 그마저도 경기장 부대시설의 임대수익이 대부분인 것이 현실이다.

대학생들의 올림픽인 유니버시아드 경기와 월드컵 경기 개최를 위해 대구에 지어졌던 대구스타디움의 경우 최근 10년 사이 200억이 넘는 적자를 내고 있다. 부산 아시아드 경기장 역시 유지보수비에만 37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내고 있다. 울산 현대 호랑이축구단, 전북 현대 FC 라는 탄탄한 팬덤이 있는 구단이 홈구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문수월드컵경기장, 전주월드컵경기장 역시 적자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입장 수입으론 절대로 적자를 못 벗어남을 말해주고 있다.

런던에 위치한 스탬포드브릿지의 부대시설에 위치한 박물관. 이 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첼시FC는 이런 박물관과 경기장투어를 통해 매치데이 수입 이외의 부가수입을 얻는다. 한국의 월드컵 경기장도 이런 부가수익을 얻을 방법을 찾아야한다(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런던에 위치한 스탬포드브릿지의 부대시설에 위치한 박물관. 이 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첼시FC는 이런 박물관과 경기장투어를 통해 매치데이 수입 이외의 부가수입을 얻는다. 한국의 월드컵 경기장도 이런 부가수익을 얻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사진: 취재기자 정재원)

내년이면 2002 한일월드컵이 열린지도 꼬박 20주년을 맞이한다. 더 이상 이런 예산 낭비를 막고 월드컵의 유산이 골칫덩이로 인식되지 않도록 지자체와 축구협회 등 관계기관의 대책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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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광호 2021-11-01 11:17:05
상기보도 내용중에 아시아드주경기장의 관리주체는 부산시설공단이 전혀 아니며, 부산광역시체육시설관리사업소이므로, 해당 내용을 정정하여 보도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부산시설공단 언론담당 홍광호 차장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