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스’가 뭐길래...명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지는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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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렉스’가 뭐길래...명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지는 대학생들
  • 취재기자 박재희
  • 승인 2021.10.2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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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명품 소비 증가... ‘플렉스 문화' 긍정/부정 의견 팽팽
전문가 "타인과의 삶 비교, 상대적 박탈감 야기" 지적

대학생 이민지(22, 경남 김해시) 씨는 요즘 연예인들의 인스타그램을 구경하는 걸 취미로 삼고 있다. 평범한 대학생으로 사는 자신과는 달리 화려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씨는 “연예인들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계속해서 명품을 사고 싶어지지만, 그러지 못해서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왜 이 씨는 연예인의 인스타그램을 보며 대리만족하는 동시에 명품 소비에 대한 회의감을 동시에 느끼는 걸까? 이는 MZ세대의 소비 패턴은 크게 변화했으나, 20대 월 평균 소득은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롯데멤버스가 발표한 ‘트렌드Y 리포트’에 따르면 20대의 명품 소비가 최근 2년 새 일곱 배 이상 늘어났다. 그러나 대학내일 20대 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월 평균 알바 소득은 64.2만원이다. 결과적으로, 월 소득이 적은 상태에서 눈만 높아져 상대적 회의감과 박탈감을 갖는 것이다.

20대의 명품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사진: 픽사베이).
20대의 명품 소비가 늘어나고 있다(사진: 픽사베이).

그런데 넓은 시야를 가진 MZ세대의 대학생인 만큼 명품 소비에 대한 의견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대학생 김명준(24, 서울시 강동구) 씨는 이런 변화에 나쁘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 씨는 “요새 대학생들은 좌우명은 ‘플렉스’라고 생각한다. 자기가 좋아서 사는 게 왜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여기서 ‘flex’란 원래 ‘구부리다’ ‘근육에 힘을 주다’란 뜻으로, 비싼 물건을 뽐내는 행위를 뜻한다. 플렉스는 MZ세대의 주요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았는데, 20대들의 명품 소비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롯데멤버스에 따르면, 20대가 명품 정보를 얻는 곳은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20대 응답자 가운데 26.7%가 SNS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를 통해 명품 정보를 얻고 소비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롯데멤버스 관계자는 “남들보다 빨리 신상품을 찾고 구매 인증 사진도 남기려는 20대들의 소비 성향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명품 소비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대학생도 있다. 대학생 박희진(23, 부산 금정구) 씨는 20대들의 플렉스 문화는 도를 넘어서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온다며 명품 소비를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플렉스 문화로 인해 과소비가 용납되는 사회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박 씨는 “소득수준에 맞지 않는 소비는 옳지 않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명품 소비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 이정기 동명대학교 교수가 2021년 발표한 논문 ‘연예인·인플루언서(Influencer)의 플렉스(Flex) 문화가 대학생들의 과시적 소비 성향, 삶에 대한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사람인이 2020년 2월 20, 30세대 3,064명을 조사한 결과 중 응답자의 52.1%가 플렉스 소비를 긍정적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47.9%의 응답자는 플렉스 소비를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긍정적으로 인식한 응답자들은 자기만족, 즐거움 추구, 스트레스 해소 등을 원인으로 삼았고, 부정적으로 인식한 응답자들은 은 과소비 조장, 허황된 꿈의 유도, 상대적 박탈감의 유발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결과적으로, 플렉스 문화는 SNS가 점차 활발해지는 현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뽐내기만을 위한 과소비는 대학생 본인은 물론 주변인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동명대학교 광고PR학과 이정기 교수는 “과시적 소비가 삶에 대한 만족에 미치는 영향은 5.5%에 불과하다”며 “플렉스 문화가 자신을 타인과 상향 비교 과정에서의 상대적 박탈감과 같은 부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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